後  記

   CAMUS ALBERT(알베르 까뮈)

   까뮈는 싸르트르와 함께 오늘날 實存主義 文學의 두 巨匠으로, 그의 문학은 不條理의 사상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가 말하는 不條理란, 요컨대 모순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인간이 지닌 합리적인 욕구와 세계 자체의 불합리한 성격이 서로 상반되는 二律背反에서 일어나는 모순으로, 이것이 인간으로서는 피할 길이 없는 宿命이나 다름없는 人間條件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인간의 조건을 이렇게 指摘하여도 얼른 實感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일상생활이 주로 습관에 의해 기계적으로 영위되기 때문이며,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 이 부조리를 명확히 의식하게 될 때, 비로소 인간은 인간다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부조리, 즉 모순을 극복하려는 데서 뀌뮈의 이른바 반항이 비롯된다.

   이 단편집에는, 그가 남긴 단편의 전부라고 볼 수 있는 <追放>에  수록된 작품 6편과 中篇<異邦人>을 한데 묶었다.
   이 다섯 편의 작품의 공통된 主題는, 인가적인 방항의 등뒤에는 언제나 절망이 가로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단편의 주인공들은 각자 적지의 암흑세계에서 무슨 막마라도 상대하여 싸우는 듯한 그런 처참한 인상을 준다. 까뮈의 부조리의 사상이, 등장인물을 통해 이 작품에서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것이다.

  <異邦人>은 그 구성이나 표현에 있어 象徵性이 풍부한 世紀의 문제작으로, 우리에게 많은 示唆를 던져 준다. 이 까뮈에 의하면, 인간은 누구나 감옥 속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오와 같다는 것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가장 큰 條件인 <죽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런 신앙의 領域을 굳이 인간의 두뇌로 해결지으려는 데서 오늘날 지식인들의 무모한 고민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異邦人>에 대해서는 評者에 따라서 견해가 구구하지만, 대체로 世界大戰 이후의 最大傑作이라고들 말하고 있다.
  어머니가 죽은 다음 날에 해수욕을 하고 여자와 肉體關係를 맺으며, 희극영화를 보고 웃으며, 햇살이 쨍쨍 내리쬐기 때문에 아랍인을 죽이고, 사형을 당하기 하루 전날 밤에「과거에도 행복했지만 지금도 행복하다」고 말하고, 사람들이 증오에 찬 소리로 외치며 斷頭臺 주변을 되도록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들기를 바라는 이 소설의 주인공 뫼르소오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어떤 사람은 그를 가리켜「어리석기 짝이 없는 불쌍한 놈이다」라고 말하고, 어던 사람은「거 대단히 순진한 놈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프랑스 批評家 로베에르·드·류삐의 견해를 참고삼아 <異邦人>에 대해 좀더 상세히 이야기 하고자 한다.[웅의 견해도 붙여본다.]

 <異邦人>은 한 마디로 말해서 希望의 哲學을 담은 作品이다. 따라서 그것은 단순한 이야기 거리가 아니므로, 독자들은 잘 음미하여 그 구체적인 形象들의 배후에 숨은 사상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웅의 생각 : 배후에 숨은 사상은 인간 내면에 존재한 신과 동등한 자신의 의지를 말한다. 이 서로 다른 의지의 싸움이 바로 부조리다. 죽이는 자의 의지나 이를 극복하는 의지는 동등한 가치다. 다만 신앙을 핑계로 죽음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은 의지를 특권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도 언뜻 보기에는 다른 수많은 小說들과 마찬가지로, 人物과 背景과 이야기의 줄거리를 가진 한낱 스토리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主人公 뫼르소오는 알제리아에 사는 일개 사무원이다. 그의 평범한 생활이 생활이 우리의 눈앞에 전개된다. 그는 어머니의 葬禮를 치르고 나서 곧 타이피스트인 마리와 관계를 맺고 어떤 건달의 친구가 된다. 그러자 사건이 벌어짖 것이다―즉 아라비아 사람을 하나 죽인 죄로 판결을 받고 사형이 언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단순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지만 거기에는 虛妄의 世界가 要約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소설의 작품의 주제를 좀더 분명히 알아보기 위해 이야기의 내용을 셋으로 구분해 보자. [웅의 생각 : 처음부터 주인공 뫼르소오를 평범하게 여기지 않았다. 지나칠 정도로, 객관적이고 사실 주의였으며, 자기 본의의 자유주의자였다. 남의 의지는 인정하면서, 자신의 의지에 방관하였다.]

  1. 日常的 生活

  까뮈는 그의 에세이<시지프의 神話>에서, 단조로운 하루하루의 생활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起寢, 電車, 事務……」그런데 <異邦人>도 이같은 자동적인 습관에 매인 생활을 보여 주고 있다. 그는 어머니 장례를 치른 다음 날 일요일에, 10시까지 잠을 자고, 담배를 피우고, 12시까지 침대에서 누워 딩굴다가 점심을 먹고……하는 식이다.
  <시지프의 神話>는 평소의 자동적인 동작의 連鎖와 同化된 意識이 어떤 것인가를 잘 보여 주고 있는데, 그것은 또 뫼르소오의 意識이기도 하다――受動的이고 따분하고 지친 意識 말이다.(그리하여 뫼르소오는 입버릇처럼 <그 뭐 아무래도 좋아>하고 말한다). 그것은 1次的인 감각에 불과하다 ―― 마시고, 먹고, 잠자고, 담배를 피우고……사랑도 悔恨도 모른다. 가장 인간적인 감동도 그에게는 별로 자극을 주지 못한다. 어머니의 죽음도, 마리의 사랑도 뫼르소오를 그 마비상태에서 끌어낼 수 없는 것이다.
『삶이 무의미한 것이다』―― 이것이 곧 이 작품의 중심 테에마이다. 거기 나타난 삶은 어떤 목적을 지향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理念을 中心으로 질서있게 전개되는 아니다. 主人公 뫼르소오의 삶은 다만 맹복적으로, 그리고 自動的으로 이어져 나갈 뿐이다. 그런 自動的인 言動과 斷片的인 사고와 둔한 감각이 있을 뿐이다. 그리하여 독자는 이작품에서 재미나 위안은커녕 추잡하고 숨막히는 벽에 부딪치게 된다. 즉 인간 조건의 形象에 비딪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을 읽으면 불쾌감(구역질)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불쾌감이야말로 이 소설이 노리는 과녁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독자들의 의식을 메스껍게 하는 동시에 그 경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웅의 생각 : 이 評者도 메카니즘에 습성화 된 사고로 뫼르소오의 표면적 생활을 단정 하고 있다. 나는 주인공이 표면적으로 자기 본의주의에 집착하는 배경을 통찰 해본다. 다른 사람의 사고와 주장을 인정 해 주거나, 배려 해주지 않는 기득권이나, 특권의 관념사회에 지쳐서, 스스로 소외되어 가는 이방인이 자기 자신이란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도 나도 당신도, 현대의 이런 중후군을 벗어날 수가 없다는 암시이기도 한 것이다. 천부의 자유를 상대성 있게 인정해 줄 때, 메카니즘의 이율배반적 모순의 부조리가 사라지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뫼르소오를 그들과 같은 사고로 바꾸게 하지말고 그 모양 대로 인정하는 인간조건을 제시하는 것으로 본다. 이방인 뫼르소오는 고전주의 교육이념의 모순을 형상화 한 것과 같다.]

  2. 裁 判

  뫼르고오는 바닷가에서 顔面도 없는 어떤 아라비아 사람을 총으로 쏘아서 죽인다. 그의 범죄는 1連의 우연적인 사건(레이몽이라는 건달과의 상봉, 해수욕 플랜 따위)과 受動的으로 받은 감각(뜨거운 햇살)에서 自動的으로 이루어진 결과일 뿐이다. 그래서 뫼로소오는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고, 법관 앞으로 끌려가게 된다.

  법관들은 어디까지나 법의 원칙을 신봉하는 사람들이며, 또 그런 사람답게 관례적인 일상생활의 가치를 전혀 알지 못하는 이방인을 審判하는 것이다. 이 월급장이는 자식으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孝誠心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法官들의 증오감이 싹트게 된다.

  豫審判事는 뫼르소오에게 어머니를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뫼르소오가「네, 저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입니다.」하고 대답하자, 그는 이상하게도 자기까지도 위협을 느낀 듯이 반문하는 것이었다. 「그럼 내 人生도 무의미하단 말인가?」

   한편 검사는 뫼르소오에게 대항하여 지켜 나가려는 생활신조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자기 인생에 주는 의미이다. 이것은 비단 검사뿐만 아니라 모든 판사들이 그러하고,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다. 재판이 열리는 날, 검사가 뫼르소오의 심경을 추측하는 論告를 읽어 내려가자, 이것을 듣고 있던 알제리의 모든 시민들이 한결같이 의분을 느끼는 것이었다. 이와같이 그들과 <이방인> 뫼르소오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것이다.

  검사는 우선 뫼르소오의 범죄가 계획적임을 증명하려고 든다. 그러나 뫼르소오는 다만『햇볕』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다. 이 말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린다. 왜냐하면, 저마다 자기 삶을 어떤 지배적인 理念에 얽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뫼르소오는 자기를 포함하여 그들의 일상적인 삶에 아무런 意義를 느끼지 못한다.

  이와같이 <異邦人>은 일상적인 삶의 묘사 이상의 것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성경에 나오는 바리새인과 稅吏의 대립을 관례적인 여러 가지 原理에 집착하는 사회와, 그들에게 공통된 이와같은 규약을 준수하지 않는 異邦人과의 대립을 나타낸다. 주인공 뫼르소오는 과연 보통 인간이 아니다. 인생의 가치를 아직 찾아내지 못하였으므로 그는<反抗人>도 아니다. 그는 이를테면 하나의 怪物이며, 그 비참한 현실에 벌거벗겨 놓은 피조물이며, 진실의 啓示이다.

   그러므로 그는 남의 미움을 산다. 僞善者인 바리새인들은 예수에게 위협을 느끼고, 자기들을 방위하기 위해 고발하는 것이다. 뫼르소오는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한 여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며, 그는 외부 세계에 대한 이방인이었지만, 그 세계는 끊임없이 다채로운 빛과 소리와 거대한 리듬을 제공하였던 것이다.

  한편 변호사는 본래 피고의 편을 드는 사람이지만, 그도 역시 법적인 원칙에 대한 집착 때문에 고발자들과 같은 계열의 인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뫼르소오에게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는가고 질문한다. 그러나 뫼르소오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아지 못한다. 그는 대답하였다.「아마 그럴 테지요. 어머니를 사랑했지요. 그러나 그건 소용없는 말입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정도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은근히 바란적이 있지 않을까요?」
 여기서 뫼르소오는 매우 지독한 진실을 토로하는 것이다.[판사들이나, 검사들, 방청객, 배심원, 증인들, 심지어 변호사까지도 뫼르소오 진실은 그들의 메카니즘적 사고와 매너리즘에서는 조금도 벗어나지 않으려고 합리화하는 부조리한 인간조건이, 뫼르소오를 이방인으로 취급하여, 그의 태양의 열감속의 환상에서 무의식적인 생존본능의 정당방위를 조금도 인식시키려고 노력하지 않고 있다. 예비판사의 자신도 무의한 인생을 살고 있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더구나 기득권과 특권의 전형을 대변하는 판사는 그의 판결에 대한 양심의 책임과 오판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철저하게 회피하는 의도를 보인, 그의 언도는 모호한 인민의 이름으로 핑계를 대고 있다. 나역시 이방인의 대답과 같이 사랑했던 어머님이 한순간 이나마 편안히 돌아가시를 바랐던 마음을 가진적이 있었다.]

  3. 監 獄

  <異邦人>은 虛妄을 다룬 작품이기는 하지만 거기 일관되어 있지는 않다. 뫼르소오는 드디어 반항을 함으로써 그 무거운 일상생활의 감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그는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그는 탈출을 계획한다. 그는 言渡에서부터 斷頭臺에 오르는 정확한 기계적인 사회구조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다.

   형무소의 신부는 뫼르소오에게 종교적인 희망을 제공한다. 뫼르소오에게는 이것은 너무도 지독한 처사였다. 그리하여 그는 마구 상대방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그는 세게의 허망을 절실히 느끼며, 죽음이라는 새로운 照明앞에 일체가「무슨 소용이 있나!」하고 말함으로써 그는 홀가분한 境地에 놓인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뫼르소오는 法官들 앞에서, 자기는 조금도 죄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허망에 투철한 인간에게 죄의식이 있을 수 없다.

  <異邦人>을 읽고 나면 누구나 입맛이 씁쓸하고, 어딘가 뒤가 개운치 않는 무엇을 느낄 것이다. 과연 인간이 이래도 무방하냐 하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까뮈가 인간의 관례적인 일상생활을 리얼하게 파헤친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지극히 당연한 물음에 그는 默默不答이다. 그래서 <異邦人>은 허망 중에서도 특히 신을 배반한 인간의 허망을 그린 작품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여기에 수록한 6편의 단편소설에 공통된 테에마는, <이방인>에서 볼 수 있는 인간적인 반항 뒤에는 언제나 絶望이 가로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短篇의 주인공들은 각자가 謫地의 암흑세계에서 무슨 악마라도 상대하여 싸우는 것 같은 그런 처참한 인상을 준다. 까뮈의 不條理의 사상이 등장인물을 통해 이 작품들에서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웅의 생각 : 보편타당성만을 인식하는 인간조건들이 만들어낸 이방인의 고뇌를 그린 반전의 작품이며, 일관된 허망한 이방인의 삶을 세밀히 묘사하고 있다. 신부가 그의 매너니즘에서 벗날 때 남의 다른 점을 이해 할 수가 있다. 천도경전에 한울은 선악을 구별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선악을 구별하는 것, 즉 인간 조건의 부조리한 배타성이 없어지지 않는한,  힘없는(기득권이나, 특권이 없는) 사람은 모두가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명한 답을 제시했다. 어머님의 장례관습이 자신의 정당방위를 사형죄수로 만들어내는 과오(오판)를 지적하고 있다.  신부에게 항변(법리의 이율배반의 오류)한 것이 명료한 대안 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