夢  魔

 

CHEKHOV  ANTON  PAVLOVICH

 

  농무 감독관으로, 올해 30세의 젊은 쿠닌은, 페테르스부르크에서 자기 마을 보리소에 돌아오자, 곧 시니코보 마을의 사제(司祭)야코프·스미르노프 신부에게로 하인을 시켜 말을 보냈다.
  다섯 시간쯤 지나, 야코프 신부가 왔다.
  「만나 뵙게 되어 참 밥갑습니다!」
하고 쿠닌은 그를 현관에서 맞아들였다.
  「여기 근무한 지가 벌서 1년이나 됩니다. 이제는 가깝게 지낼 때도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데……당신은 참으로 젊으시군요.」
하고 쿠난은 놀라운 어조로 물었다.
  「실례지만 몇이시요?」
  「네, 스물여덟입니다……」
  야코프 신부는 내민 손을 힘없이 잡고, 웬일인지 얼굴을 붉히면서 말하였다.
  쿠닌은 신부를 자기 서재에 안내하여, 곧 관찰하기 시작했다.
  <꼭 시골 농사꾼 여편네 같은 얼굴을 하고 있군!>
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아닌게 아니라 야코프 신부의 얼굴은 농사꾼 여편네를 닮은 데가 있었다.――사자코에 번들거리는 붉은 볼, 뱃빛 푸르스럼한 눈, 있는지 없는지 잘 분간키 어려운 옅은 누썹, 가다랗고 푸시시한 인삼빛 머리칼은 막대기처럼 어깨까지 축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입수염은 이제 겨우 한 사람 몫의 사나이의 그것을 닮아가고 있었으며, 턱수염은 신학생들에게『스코크타니에』라고 불리는, 결코 제 구실을 하지 못할 것 같은 것으로――이를테면 매우 엉성하고, 속에까지 햇살이 비치며, 쓰다듭거나 빗으로 빗거나 할 수는 도저히 없고, 고작해야 한데 엉키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이같은 빈약한 식물이 고르지 않게 조그마한 숲처럼 까칠하니 자라고 있는 모습은, 마치 야코프 신부가 사제로서의 분장에 관심을 갖게 되어 턱수염을 붙여 놓았는데 도중에서 빠져나간 듯한 물골이었다. 그리고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은, 두 소매가 헐렁하게 집혀진, 옅은 커피색깔을 한 법의였다.
  <이상한 놈이로군……>
하고 쿠닌은 그의 매무새를 보고 생각하였다.
  <처음 방문하는 집에 오면서 복장 하나도 단정히 차리지 못하다니>
  「어서 앉으시죠.」
  야코프 신부는 주먹을 쥐고 기침을 한 번 하더니, 시무룩한 태도로 안락의자의 한끝에 앉고, 두 손바닥을 무릎 위에 얹었다. 작달막하고, 땀이 밴 굵은 얼굴을 하고 있는 이 사나이는, 처음에는 쿠닌에게 불쾌하기 짝이없는 인상을 주었다. 아니 오히려 쿠닌은 러시아에 이처럼 볼품없는 목사가 있으리라고는 미쳐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야코프 신부의 모습에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얹은 몰골이나 의자 끝에 살짝 걸터앉은 그에게서는, 위엄은 커년 일종의 아무까지도 엿볼 수 있는 듯 싶었다.
  「실은 좀 말씀드릴 게 있어서 와 주십사 하고 부탁했습지요.」
  쿠닌은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면서 입을 열었다.
  「다름이 나니라, 당신의 유익한 기도(企圖)에 대하여 도와드려야겠다는 매우 즐거운 의무가 내 어깨 위에 얹혀져서……바로 페테르스부르크에서 돌아왔더니, 내 책상 위에 귀족장(貴族長)으로부터 편지가 한 통 와 있지 않겠어요. 즉 에고르·드미트리에비치가, 당신이 시니코보에 개설하려고 하는 교구(敎區)의 초등학교를 자기 관리하에 인수하도록 나에게 연락이 왔으요. 나는 마음 속으로 매우 기쁘게 생각했어요. 아니, 나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이 제의를 부락했어요!」
  쿠닌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여기저기 거닐고 있었다.
  「물론 에고르·드미트리에비치도, 그리고 당신도 알고 계시겠지만, 나는 그다지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소유지는 저당에 들어가 있고 해서, 다만 감독관의 봉급만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그러므로 당신에게도 많은 원조는 기대할 수 없는 처지지만, 내 힘으로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려고 해요……  그래, 학교는 언제 문을 열 예정으로 있어요?」
  「자금이 마련되었을 때……」
하고 야코프는 대답하였다.
  「그래, 지금 자금은 어느 정도 있읍니까?」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습니다……농민들이 모임에세 1년에 남자 한사람앞에 30페이카씩 네기로 결정했는데, 이것도 약속뿐입니다. 그런데 처음에 필요한 시설만 해도 최소한도 200루우불은 있어야 하므로……」
  「정말 그렇겠군요……유감스럽지만 나한테도 지금은 그만한 돈이 없는데……」
하고 쿠닌은 탄식하였다.
  「여비로 다 써 버려……빚까지 진 처지라……그러나 어떻게 방법을 연구해 봅시다.」
  쿠닌은 입으로 중얼거리면서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자기의 견해를 말하면서 야코프 신부의 얼굴에서 찬부(贊不)의 여부를 알아내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얼굴은 무감각, 무표정하여, 내성적인 소심함과 불안 이외에 아무것도 나타내고 있지 않았다. 그 얼굴을 바라보니, 쿠닌이 너무 어려운 이야기만 해서, 야코프 신부에게는, 조금도 모르는 일을 다만 텔리킷한 마음에서 듣기는 했으나, 납득이 가지 않아 이것을 상대방이 비난하지 않을까 하고 두려워한다고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 양반 정말 형편없군……>
하고 쿠닌은 생각하였다.
  <아주 비겁하고 얼빠진 사람 같군>
  야코프 신부가 이로소 어느 정도 힘을 내고 빙긋이 웃기까지 한 것은, 하인이 쟁반 위에 차 두 잔과 비스킷 깡통을 얹어 가지고 서대에 들어온 때였다. 그는 자기잔을 들어 얼른 마시기 시작하였다.
  「그럼 승정(僧正)앞으로 편지를 내면 어떨까요?」
하고 쿠닌은 말을 이었다.
  「본래 다시 교회의 교구학교로 할 것을 제기한 건 지방 자치회나 우리들 자신이 아니라, 최고 종무(宗務)당국이거든요. 그러므로, 원칙상 당국이 자원(資源)도 지시해야지요. 나는 어디선가 이 항목에 대하여 일정한 금액이 할당될 것을 읽은 듯한 기억이 나는데, 당신은 여기에 대해 아는 게 없는지요?」
  야코프 신부는 차를 마시는 데 정신이 빠져 얼른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였다. 그는 그 잿빛 푸르스름한 눈을 들어 쿠닌의 얼굴을 바라보고 잠시 생각하고 나서, 갑자기 그 질문을 상기하기라도 한 것처럼, 부정적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그 흉한 얼굴에는 귀에서 귀까지, 만족과 평범한 산문적인 탐욕의 표정만이 넘쳐 있었다. 그는 차를 한무금씩 맛보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깨끗이 다 마시고 나서 잔을 탁자 위에 놓았으나, 곧 다시 손에 들고 속을 들여다보더니 제자리에 놓았다. 만족스럽던 표정이 그 얼굴에서 사라졌다.……이어서 쿠닌은, 신부가 깡통에서 비스킷을 하나 꺼내어 한 입 떼어먹고 나서 손에 움켜 재빨리 호주머니 속에 쑤셔넣는 것을 보았다.
  <아니, 이건 사제로서는 너무하는데!>
하고 쿠닌은 혐오스러운 마음으로 어깨를 치켜올리면서 생각하였다.
  <이게 대체 무슨 꼴인가. 신부의 탐욕인가, 천진스러운 아이들의 짓인가?>
  쿠닌은 손님에게 차를 한 잔 더 따라 주고, 그를 현관까지 전솔하고 나서 소파에 딩굴면서 야코프 신부의 방문을 불쾌하게 생각하였다.
  <참으로 괴상한 신부로군!>
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더럽고 맺힌 데가 업슨ㄴ 얼빠진 자식 같으니, 게다가 아마 술고래일 테지……저런 게 교역자요, 성당의 신부요, 민중의 스승이라니! 생각해 보면 예배를 올릴 적마다 그녀석을「축복 있을지어다, 사제님!」하고 커다란 소리로 외치는 사제보의 목소리에는 얼마나 많은 비고임이 깃들어 잇는 것일까. 참ㅇ로 알량한 사제님이군! 위엄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무식할 뿐더러, 마치 초등학교 아이들 처럼 호주머니에 비스킷 같은 것을 넣어 갖고 다니는 사제님……아니, 대관절 이 따위 인간을 사제로 임면한 승정의 눈은 어디 달려 있는 걸까? 이런 교사를 민중에게 보내다니, 대체 민중을 뭘로 알고 있담? 첫째 여기에 필요한 인간은……>
  그리고 쿠닌은, 러시아의 사제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 것인가에 해하여 생각해 보았다.
  <예컨대 나 같은 사람을 사제로 삼으로면 되지……교양이 있고,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제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나라면, 벌써 옛날에 학교도 세웠을 것이다. 그런데 설교는? 만일 사제가 진실하고 일에 열의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훌륭한 감동적인 설교를 할 수 있을게 아닌가!>
  쿠닌은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설교의 문구를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그는 탁자 앞에 앉아서 재빨리 쓰기 시작하였다.
  <저녀석에게 주어, 교회에서 읽게 해야지……>
하고 그는 생각하는 것이었다.

 다음 일요일 날 아침, 쿠닌은 학교문제를 처리하고, 아울러 자기도 신도의 한 사람인 성당을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에서, 마차로 시니코보 마을에 갔다. 길이 좋지 않았으나, 활짝 개인 아침이었다. 태양이 반짝이고, 그 햇살을 받아 군데군데 허옇게 쌓인 잔설(殘雪)의 층을 절단하고 있었다. 구름은 땅과의 이별에 즈음하여 눈이 아플 정도의 보석 같은 빛을 되쏘고, 그 주변에는 어린 동맥(冬麥)이 벌써 파릇파릇 돋아나기 시작하였다. 까마귀 몇 마리가 유유히 땅 위를 날고 있었다. 그 중에서 한 마리는 땅위에 내려낝아 두 다리로 몇번이나 깡충거렸다…….
  쿠닌이 마차를 타고 간 목조(木造)로 된 성당은, 낡고 잿빛을 띠고 있었다. 본래는 흰 페인트칠을 했는데 입구의 작은 원주(圓柱)는 완전히 빛이 바래어, 두 개의 더러운 멍에채 끝이 드러나 보였다. 문위에 담린 성상(聖像)은 검은 얼굴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런 하술한 모습은 쿠니의 마음을 감동시켰다. 그는 겸손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 성당에 들어서서 문 어귀 가가이 멈춰섰다. 마사가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았다. 마차의 공목(拱木)처럼 등이 구부정한 성당 사나이가, 알아듣기 어려운 테너로 찬미가를 부르고 있었다. 야코프 신부는 사제보의 손을 빌지 않고, 성당 안을 돌아다니면서 향을 피웠다. 만일 이 가난한 성당에 들어갈 때 쿠닌의 마음을 사로잡은 겸양이 아니었던들, 야코프 신부를 보았을 때, 그는 반드시 웃었을 것이다. 이 키가 작은 사제는, 기다랗고 헐렁헐렁한, 누런 헝겊으로된 제복을 걸치고 있었다. 그 긴 옷자락은 땅바닥에 닿아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성당 안은 신도들이 가득차 있지는 않았다. 신도들을 돌라보았을 때, 쿠닌은 처음에 일종의 묘한 분위기에 놀라게 되었다――노인과 아이들만이 눈에 뜨었기 때문이다. 한창 일할 나이의 사람들은 대체 어디 있을까? 청년이나 장년은 어디 있을까? 그러나 얼마 후, 노인들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 쿠닌은 자기가 젊은이들을 노인으로 잘못 본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 사소한 눈의 기만에 대해서는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성당은 내부나 외관이 다 낡아 잿빛을 띠고 있었다. 내외진(內外陣)을 가로막고 있는 휘장이나 갈색 네 벽에도, 세월이 때를 묻히지 않거나 흠집을 내지 않은 곳이란 한군데도 없었다. 창문은 많았으나, 전체의 색조가 잿빛으로 보였으므로, 내부는 어두컴컴하였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여기서 기도하는 것도 좋을 테지……>
하고 쿠닌은 생각하였다.
  <로마의 성·베드로 사원의 위대성이 사람들의 마음을 치는 것처럼, 여기서는 이와같은 겸양과 단순성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군>
  그러나 그의 경건한 마음은, 야코프 신부가 제단에 올라가 미사를 올리기 시작했을 때,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신학교의 벤치에서 곧장 사제가 된 듯한 야코프 신부는 나이가 젊은 관계도 있어, 일정한 틀에 잡힌 목회(牧會)의 동작이 이작 몸에 잘 익지 않고 있었다.
  그는 기도를 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음성으로 해야 할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리하여 높은 테너냐, 나직한 베이스냐, 하고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어색한 태도로 인사를 하는가 하면 재빨리 걸어가기도 하고, 또 성문(聖門)을 여는 동작 같은 것도 매우 돌발적이었다……분명히 병들어 있는 듯한 귀가 먼 늙은 성당지기 사나이는, 그의 기도를 잘못 드고 때때로 실수를 저지르곤 하였다. 야코프 신부가 아직 필요한 부분을 다 말하지 않았는데, 이에 호응하기도 하고, 또는 야코프 신부는 벌서 기도를 마쳤는데 노인은 제단 쪽에 귀를 귀울이고 있다가 옷자락을 잡아당겨 재촉을 받을 때까지 눈을 감고 있기도 하였다. 노인의 목소리는 나직하고 병적인, 숨까지 헐떡이는, 혀가 꼬부라진, 떨리는 목소리였다……. 이 비참한 꼴에 가세한 것은, 성가석 난간에 겨우 미리만 보이는 조그마한 사내아이었다. 그는 노인에 이어 성가를 부른 것이다. 아이는 높다란 쇳소리를 내며 노래를 불렀는데, 마치 일부러 소리를 맞추지 않으려고 야쓰는 것 같았다. 쿠닌은 한동안 서서 듣다가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갔다. 그는 벌써 환멸을 느껴
  「놈들은 믿음이 식어가는 것을 개탄하지만……」
하고 탄식하였다.
  「당연하지 않는가! 사제들이 이 꼴이니 그럴밖에!」
  그 후 쿠닌은 세 번이나 성당 안으로 들어갔으나, 그 때마다 그는 밖의 싱싱한 공기에 더욱 마음이 글린느 것이었다.
  그는 예배가 끝나기를 기다려, 신부의 집으로 갔다. 신부의 집이라지만 겉보기는 농부의 집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으며, 다만 지붕의 짚이 어느정도 평평하게 깔려 있고, 창문 커어튼이 하양게 보일 뿐이었다. 야코프 신부는 쿠닌을, 사구려 벽지를 바르고, 흙으로 된 방바닥의 조그마한, 밝은 방으로 안내하였다.
  액자에 넣은 사진들이나, 시계추 끝에 가위를 늘어뜨려 보충한 시계나, 장식에 대하여 어느정도 노력한 흔적이 보이기는 하지만, 가구 등이 너무나 빈약한 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구를 훓어보면, 야코프 신부가 여려 집에 드나들면서 하나씩 주워 모은 것이라고 생각되었다.――어느 집에서는 다리가 셋 달린 둥근 탁자를 얻어오고, 제2의 집에서는 책상을, 제3의 집에서는 등받이가 몹시 뒤로 굽은 의자, 제4의 집에서는 등받이는 똑바르지만 영덩이를 받치는 데가 푹 꺼져 버린 의자, 제5의 집에서는, 선심을 써서, 등받이에 팽팽한 나무를 댄 소파 등을 가져온 모양이었다. 이러한 가구들은 불그레하게 칠을 하여, 칠 냄새가 코를 찔렀다. 쿠닌은 처음에 한 의자에 걸터앉으려고 하다가 다시 생각하여 스툴(stool)에 앉았다.
  「당신은 우리 성당에 처음 와 보셨지요?」
하고 야코프 신부는 커다란 못에 모자를 벗어 걸면서 물었다.
  「네, 처음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용건을 말씀드리기 전에, 우선 차나 한잔 주시지 않으렵니가? 뱃속이 텅 비어 있어서……」
  야코프 신부는 눈을 깜박거리다가 깊은 한숨을 쉬고 나서 벽 저쪽께로 갔다. 그러자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아마도 마누라가 뭐라고 하나 보군……>
하고 쿠닌은 생각하였다.
  <저 벽창호 같은 사나이 마누라는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싶군……>
  잠시 후 야코프 신부가 저쪽에서 땀이 배인 벌건 얼굴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애서 웃는 얼굴을 하면서, 쿠닌을 향해 소파의 한 끝에 앉았다.
  「이제 방금 사모바아르를 준비해 놓았어요.」
하고 그는, 손님은 바라보지도 않고 말하였다.
  <아니, 아직 물도 끓이지 않고 있었군 그래!>
하고 쿠닌은 마음속으로 뇌까렸다.
  <아니, 아직 물로 끓이지 않고 있었군 그래!>
하고 쿠닌은 마음 속으로 뇌까렸다.
  <아마 괘 기다려야겠군!>
  「저, 갖고 왔습니다.」
하고 그는 말문을 열었다.
  「승정에게 보내는 편지의 초안 말입니다. 차를 마시고 나서 읽어 봅시다……어쩌면 좀더 보충해야 할데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좋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야코프 신부는 걱정스러운 듯이, 벽쪽을 바라보기도 하고 머리를 긁적거리기도 하며, 또 코를 풀기도 하였다.
 「매우 좋은 날씨군요!」
하고 그는 말했다.
 「그렇군요. 그런데 어제 나는 재미있는 걸 읽었어요……워리스크 지방 자치회는 관하의 학교를 모두 승직의 손에 이양하기로 결의한 모양이더군요. 참 훌륭한 일이에요.」
  쿠닌은 자리에서 일어나 흙으로 된 방바닥을 거닐며 자기의 견해를 말하기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지요.」
하고 그는 말하였다.
 「다만 승직이 그 높은 사명감에서, 자기들의 직책을 분명히 의식하기만 하면 좋지요.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 두뇌의 정도나 성품으로봐서, 사제는 무지한 군대의 서기 노릇도 제대로 못할 분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런데 당신도 동의해 주실 줄 믿지만, 나쁜 교사가 학교에 미치는 해독은, 나쁜 사제가 가져오는 그것보다는 훨씬 걱거든요.」
  쿠닌은 야코프 신부를 바라보았다. 상대방은 등을 구부리고 걸터앉은 채 생각에 골똘해 있었으므로, 손님의 이야기는 귀에 잘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사아샤, 잠깐만 와 줘!」
  이런 여자 목소리가 간막이 벽 저족에서 들려왔다.
  야코프 신부는 깜짝 놀라면서 소리나는 벽쪽으로 갔다. 다시 뭐라고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쿠닌은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여기서 차를 기다리는 건 단념해야겠군!>
하고 그는 시계를 바라보면서 생각하였다.
  <그런데 나는 아무래도 여기서는 별로 달가운 손님이 아닌 모양이군. 주인이 나와는 전혀 이야기를 나누기를 달가와하지 않고, 앉아서 눈만 껌벅거리고 있으니까>
  쿠닌은 모자를 손에 들고, 야코프 신부가 나오기를 기다려 작별인사를 하였다.
  「아침 나절을 괜히 낭비하고 말았군.」
하고 그는 돌아오는 길에 투덜거리고 있었다.
  「마른 막대기나 나무 그루터기나 다름없지 뭐야! 그녀석은 내가 작년 눈(雪)에 매우 흥겨워했던 것처럼, 학교에 대한 흥미가 이만저만이 아닌걸. 이제 앞으로 그녀석을 상대로 이러니 저러니 떠드는 것은 그만둬야지! 그녀석을 상대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생겼어. 만일 귀족장이, 이곳 사제가 이 따위 자식인줄 알았더라면 서둘러 학교 일을 거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우선 훌륭한 사제부터 갖는 것이 급선부이다. 학교 일은 그 다음에 해야 해!」
 쿠닌은 이제 야코프 신부를 거의 증오하고 있었다. 그 사나이가, 저 기다랗고 주름진 법의를 걸친, 남루한 만화 같은 모습이, 저 농사꾼 마누라 같은 얼굴이, 저 근엄한 태도가, 생활양식이 모가나고 내성적인 젊잖은 몸가짐이, 저 오늘날까지 쿠닌의 가슴에 조금남아, 다른 유모의 옛날 이야기와 함께 조용히 불타오르던 싱앙심의 조그마한 파편을 모욕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자신의 일에 대한 쿠닌의 진지한, 열의에 찬 관여를 목격한 그의 태도의 냉랭함과 부주의는, 자존심이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날 밤 쿠닌은, 오랫동안 방안을 거닐면서 생각에 잠겨 있더니, 이윽고 단호한 태도로 탁자 앞에 앉아 승정 앞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하였다. 학교를 세우기 위해 자금과 축복을 간청하는 동시에, 그는 진지하게, 자신과 같은 태도로 시니코보 마을의 사제에 관한 사견을 진술하였다.
  <그분은 나이도 젊고>
하고 그는 썼다.
  <교양도 없는데다가 진실하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며, 대체로 몇백 년이라는 긴 세월을 통하여 러시아 국민의 마음속에, 그의 목자에 대한 요구가 충족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편지를 다 쓰고 나서 쿠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잘했다는 자의식을 갖고, 잠자리에 들었다.
  월요일 아침에, 그가 아직 잠자리에 누워 있는데 야코프 신부가 찾아왔다고 하였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기 실허 없다고 전하라고 일렀다. 그리고 화요일에는 회의에 참석하러 가 토요일에 돌아왔더니, 하인이 그동안에 날마다 야코프 신부가 찾아왔다고 알려주었다.
  <허, 그 사내는 내 비스킷이 꽤 탐났던 모양이군 그래!>
  쿠닌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일요일 저녁때가 되기전, 야코프 신부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그 기다란 옷자락뿐만 아니라 모자에도 깃을 달고 있었다. 처음에 찾아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얼굴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그때처럼 안락의자의 한끝에 앉아 있었다. 쿠닌은 학교 이야기는 꺼내지 않으려고 했다.돼지에게 진주를 던져야 쓸데없다고 생각했다.
  「파베르·미하이로비치, 오늘 나는 당신에게 참고서 표지를 갖고 왔어요……」
  야코프 신부가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그러나 어느 모로 보든지, 야코프 신ㅂ주가 그 표지 때문에 찾아오지 않은 것은 분명했다. 그는 태도 전체에 큰 혼란을 일으키고 있었으나, 동시에 그 얼굴에는 갑자기 어던 이상해 불타는 사람과 같은 결의의 빛을 띄고 있었다. 그는 어던 중대한, 매우 긴급한 이야기를 꺼내려고 망설이는 듯이, 또한 자기의 비겁함을 이기려고 애쓰는 것이었다.
  <뭣 때문에 잠자코 있을까?>
하고 쿠닌은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언제가지 죽치고 앉아 있을 작정이람! 나는 이 따위 녀석하고 쓸데없이 이야기할 시간이 없는데!>   침묵을 지키고 있는 거북한 태도를 완화하고, 마음 속에 일어나고 있는 갈등을 감추려고, 사제는 억지로 웃는 얼굴을 하였다. 그 볼그레한 얼굴에 배인 땀과, 잿빛에 가가운 푸르스름한 눈동자와, 어울리지 않은 어색한 미소는 드디어 쿠우닌으로 하여금 얼굴을 돌리게 했다. 그는 가슴이 답답해 왔다.
 「실레지만 신부님, 나는 볼일이 있어서 나가야 하므로……」
하고 그는 말하였다.
  야코프 신부는 잠을 자다가 갑자기 한 대 얻어맞은 사람처럼 깜짝 놀라면서, 얼굴에 미소를 뛴 채, 어물어물 자기 법의의 옷자락을 만지기 시작하였다. 이 사나이에 대한 혐오에도 불구하고, 쿠닌은 갑자기 그가 가엾은 생각이 들어, 자기의 잔인성을 완화시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죄송하지만 다음에 만나뵙도록 하지요……」
하고 그는 말하였다.
  「그런데 헤어지기 전에 부탁이 하나 있어요……언젠가 나는 감격해서 설교의 문안을 두가지 쓴 적이 있어요……당신이 좀 보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만일 도움이 된다면 사용해 주시지 않으렵나까?」
  「졸습니다……」
하고 야코프 신부는 손바닥으로 탁상에 놓여 있는 쿠닌의 설교원고를 누리면서 말하였다.
  「예, 갖고 가겠읍니다……」
  그는 잠시 그대로 서서 머뭇거리다가, 여전히 법의 앞을 만지작거리면서 급히, 얼른 억지 웃음을 크치고 단호한 태도로 머리를 쳐들고었다.
  「파베르·미하이로비치.」
하고 그는 되도록 커다랗게, 분명히 의사 표시를 하려고 애쓰면서 말하였다.
  「뭔데요?」
  「나는 잠간 들었는데, 당신은 그 ……당신의 서기를 해고시키고……지금 새 사람을 구하고 있다지요……?」
  「그래요……그럼 어디 소개할 적당한 사람이라도 있나요?」
  「실은 내가……내가 ……어떨까요? 그 직무를 맡겨 주실 수 없을까요……나한테?」
  「그럼, 당신은 사제를 그만두시려고 합니까?」
하고 쿠닌은 놀라는 얼굴을 하고 물었다.
  「아니, 아니.」
하고 야코프 신부는, 웬일인지 새파랗게 질려 전신을 와들와들 덜면서 재빨리 말하였다.
  「아, 하나님이여, 나를 지켜 주소서! 만일 저를 못마당히 여기신다면, 좋습니다, 좋습니다. 나는 다만 말이 난김에……수입을 늘이려고 했으므로……이제는 좋습니다. 아무 염려도 하지 마시기를 ……」
  「흠……수입……? 그렇지만 나는 서기에게 매달 20루불밖에는 지불할 수 없는데요.」
  「나는 10루우불도 좋습니다……당신은……당신은 놀라시는군요. 하긴 누구나 놀라고 있어요. 욕심쟁이 사제라구요. 더러운 자식이다, 대체 녀석은 돈을 어디다 숨겨 둘까, 하고 생각하지요. 아니,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자신이 욕심꾸러기라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나에게 벌을 내리고 있어요. 비난하고 있지요……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는 것도 어색할 정도예요……파베르·미하이로비치, 당신에게는 솔직히 말씀드리고 있어요……하나님 앞에 맹세라도 하겠어요……」
  야코프 신부는 숨을 내쉬고 말을 계속했다――.
  「나는 이리로 오면서 당신에게 들려줄 참회를 준비해 가지고 왔는데……다 잊어 버리고, 지금은 한마디도 입밖에 낼 수 없군요. 나는 교구에서 150루우불을 받고 있어요. 그래서 모두들 내가 그돈을 다 어디다 쓰나 하고 놀라고 있어요……나는 당신에게 모든 걸 솔직히 말씀드리고 있어요……1년에 40루우불은 아우인 포트르를 위하여 신학교에 납입하고 있어요. 아우는 관비생이지만, 종이나 펜 같은 것은 자기가 사서 써야 하거든요……」
  「아, 알겠어요. 대체 뭣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시죠?」
  쿠닌은 손님의 이와같은 내막 이야기에서 일종의 중압감을 느끼고, 손님의 눈동자가 눈물로 빛나는 것을 보고는 어째야 좋을지 몰라 한쪽 손을 내흔들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 나의 지위에 대한 보증금을 종무(宗務)감독국에 지불하지 않고 있어요. 나는 이 지위에 대하여, 10루우불씩 월부로 200루우불을 내기로 돼 있어요……그러니 생각해 보십시오. 나중에 몇푼이나 남겠어요? 그리고 나는 그 밖에도, 신부 아브라미에게 적어도 한달에 3루불씩 주어야 해요……」
  「어디 신부인데요?」
  「내가 부임하기 전에 이곳 사제로 있던 아브라미 신부지요. 그 사람은 어떤……약점 때문에 지위를 잃었는데, 지금도 아직 시니코보에 살고 있어요. 그사람은 어디 잘 데도 없어요. 또 그를 먹여 살릴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아무리 늙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거처할 장소와 빵과 옷은 있어야 해요. 나로서는, 그만한 지위에 있던 그가 구걸하러 다니는 꼴은 차마 볼 수 없어요. 그렇게 하는 것을 만일 내가 그냥 둔다면, 나는 벌을 받아요. 그 사람은……여러 사람들에게 빚을 졌는데, 내가 그 돈을 갚아야 해요.」
  야코프 신부는 갑자기 자리를 뜨더니, 미친 듯한 눈초리로 방바닥을 바라보면서, 구석구석을 걷기 시작했다.
  「아, 하나님이여! 하나님이여!」
하고 그는 두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아, 하나님이여! 나를 구해 주소서! 불쌍히 여겨 주소서! 만일 믿음이 얕아서 힘이 없다면, 어찌하여 나를 이런 자리에 앉혔습니까? 아, 나는 무한한 절망에 빠져 버렸습니다. 성모여, 나를 구해 주소서!」
  「신부님, 마음을 가라앉히시오!」
하고 쿠닌은 말하였다.
  「굶어죽게 되었어요. 파베르·미하이로비치!」
하고 여코프 신부는 말을 이었다.
  「실례지만 나는 이제 힘이 없어요……나는 알고 있어요. 원하기만 하면, 절만 하면, 사람들이 도와주겠지요……그러나 나로서는 그렇게 할 수 없어요! 그건 부끄러운 일이거든요. 내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구걸할 수 있어요! 당신이 여기 근무하게 되면 알게 될 거에요……누가 거지에게 적선을 할까요? 그렇다고 좀더 돈 많은 지주들에게 손을 내밀 수도 없어요. 그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요. 남부끄러운 일이니까요.」
  야코프 신부는 신경질적으로, 두 손으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부끄러운 일이구말구요! 아,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겠어요! 나는 사람들에게 가난을 보여주는 것을 참을 수 없어요! 언젠가 당신이 나를 찾아 주었을 때도, 나한테는 차가 없었어요. 파베르·미하이로비치! 차라고는 전혀 없었지요. 그러나 그것을 당신에게 고백하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어요. 나는 옷을 이렇게 기워 입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요……내 법의를, 굶주립을 부끄럽게 생각해요……대체 사제로서 이러한 자존심이 합당한 것일까요?」
  야코프 신부는 서재 한복판에 서서, 마치 쿠닌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혼자서 지껄이기 시작하였다.
  「가령 내가 굶주림과 수치도 참는다고 합시다. 그러나 아 하나님이여, 나한테는 아내가 있어요! 그리고 나는 아내를 훌륭한 가정에서 데려왔습니다. 그녀는 손이 흰, 상냥한 여자며, 차와 흰빵을 먹고 마시며, 깨끗한 이부자리에서 자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습니다……친정에서는 포르테·피아노를 치고 있었습니다……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젊은 여자입니다. 아마도 좋은 옷도 입고 싶고, 재미있는 놀이도 하고 싶으며, 나들이도 가고 싶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집사람은 하녀보다도 더 비참해요.밖에 내보내는 것도 남부끄러울 정도지요. 아, 다만 집사람의 기쁨이란, 내가 어디 손님으로라도 불려가서 사과나 비스킷 따위를 갖고 돌아오는 겁니다……」
  야코프 신부는 다시 두 손으로 머리를 마구 긁었다.
  「그래서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솟는 건 사랑이 아니라 연민이지요……나는 집사람을 동정심이 없이는 바라볼 수 없어요. 아, 대체 이런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이런 일은 신문에 나도 믿는 사람이 없을 테지요……그리고 대체 언제나 이런 일은 끝장이 나게 될까요?」
  「이제 그만 하시죠, 신부님!」
하고 쿠닌은 상대방의 기세에 놀라 거의 외치듯이 말하였다.
  「무엇 때문에 인생을 그와 같이 어둡게 보십니까?」
  「용서해 주십시오, 파베르·마히이로비치……」
  신부는 마치 술에 취한 듯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용서해 주세요. 이런 이야기는 다……쓸데없는 거에요. 당신은 염려하실 것 없어요……나는 다만 자신을 탓할 뿐이지요. 앞으로도 그럴 테지요……암, 그렇구말구요……」
   야코프 신부는 주위를 돌아보고 소곤거렸다.
  「어느 날 아침 일찍 내가 시니코보에서 루치코보로 가는 길에, 문득 돌아보니, 강기슭에 여자가 혼자 있지 않겠어요……가까이 다가가 보니 나는 내 눈을 의심했어요. 뜻밖에도 의사인 이반·세르게이치의 부인이 웅크리고 앉아서 빨래를 하지 뭡니까……의사 부인이, 전문학교 출신이! 즉 남이 보지 않도록 밀찍 일어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왔을 테지요……이기기 어려운 건 교만이지요! 내가 곁에 서서 그분의 가난을 알아차리게 된 것을 보자, 그분은 얼굴이 새빨개지더군요……나는 깜짝 놀라 그분에게 뛰어가 도와드리려고 했으나, 그분은 세탁물을 숨겨 버리지 않겠어요. 찢어진 내의를 남에게 보이는 게 두려웠던 거지요……」
  「어전지 거짓말 같이 들리는군요!」
하고 쿠닌은 앉아서, 두려운 듯한 얼굴로 야코프 신부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네, 거짓말 같구 말구요! 그래요, 파베르·미하이로비치. 의사부인이 강가에서 빨래를 하다니, 그런 예가 어디 있겠어요. 어느 나라에도 이런 일은 없어요. 성당의 신부로서, 나는 구분에게 그 일까지 시키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도 할 수 없지 않아요.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요? 필경 당신은 이런 이야기는 다 거짓말로 돌릴 테지요. 지금 눈으로 보아도 그럴 거에요! 미사 때 제단에 서서, 자기 신도들이나, 굶주리고 있는 아브라미나 그 아내를 바라보거나, 의사 부인 일이나, 그 손을 찬물에 적셔 보라빛으로 물든 것을 생각헤 보십시오. 거짓말처럼 생각될는지 모르지만, 나는 성장지기가 커다란 소리로 외치기까지는 언제나 멍청해서 정신없이 서 있게 되지요…실로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야코프 신부는 또다시 걷기 시작하였다.
  「주 예수여!」
하고 그는 두 손을 들었다.
  「성도 들이여, 나는 벌써 미사도 드릴 수 없어요……당신은 나에게 학교 일에 대하여 말씀하셨지만, 나는 마치 막대기처럼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그리고 다만 먹을 것만 생각하고 있어요……제단 앞에서도 나는 그래요……그런데……나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요?」
  야코프 신부는 제 정신이 드는 듯이 말하였다.
  「당신은 볼일로 나가야 한다고 하였는데……용서해 주십시오. 나는 깜박 잊고……용서해……」
  쿠닌은 말없이 야코프 신부의 손을 붙잡고 그를 현관까지 전송하고는 자기 서재로 돌아와 창문 앞에 섰다. 야코프 신부가 집을 나서서 챙이 넓은 황갈색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조용히 머리를 숙인 채, 마치 자기의 고백을 부끄럽게 생각하기나 하는 것처럼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 저 사람의 말이 보이지 않는데>
하고 쿠닌은 생각하였다.
  사제는 이 무렵에 줄곧 도보로 그를 찾아왔다는 것을 상기하기를, 쿠닌은 두려워했던 것이다. 시니코보까지는 7, 8리나 되고, 도중의 진창은 굉장하였다. 다음에 쿠닌은, 마부인 안드레이와 사내아이 파라몬이, 진탕을 뛰어넘어, 야코프 신부에게 흙탕을 튕기면서, 가까이 축보을 받으러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야코프 신부는 모자를 벗고 천천히 안드레이를 축복하고, 다음에 사내아이를 축복한 다음 그 머리를 어루만져 주었다.
 쿠닌은 한쪽 손으로 눈을 비볐다. 그래서 그는 자기 눈이 이 때문에 젖은 듯이 생각되었다. 그는 창문에서 떠나, 흐린 눈으로 방안을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아직 불안한, 목을 조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싶었다……그는 탁자 위를 바라보았다……다행히 급히 서둘렀으므로 야코프 시누는 그의 설교 원고를 갖고 돌아가는 것을 잊어 버렸다……쿠닌은 그족으로 뛰어가, 그것을 짝짝 찢어서 혐오스러운 듯이 탁자 위에 던져 버렸다.
  <아, 나는 미처 몰랐다!>
하고 그는 소파에 몸을 던지며 중얼거렸다.
  <1년 이상이나 이곳에서 감독관으로서, 명예로운 치안 판사로서, 교육참사회원으로서 근무한 내가! 눈먼 인형이요, 건달이라니! 어서 빨리 그들을 도와야지! 조금이라도 빨리!>
그는 괴로운 듯이 엎치락뒤치락하기도 하고, 얼굴을 찌푸리기도 하면서 지헤를 짜냈었다.
  <20일에는 봉급이 200루우불 손에 들어온다……어떻게 해서든지 그럴듯한 구실을 만들어 그 사람과 의사 부인을 도와야지……그 사람은 불러다가 기도를 부탁하면 되고, 의사에게는 괴병을 핑계대면 된다……그렇게 하면 그들의 자존심을 다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리고 아브라미 신부도 도와줘야지!>
   그는 손가락을 꼽으면서 자기 돈을 암산해 보고 그 200루우불이, 지배인이나 하인, 고기를 가져다주는 종부에게 지불하는 위한 자기 몫으로도 충분할지 의심스럽다는 것을 의식하기를 두려워했다……그래서 문득 생각된 것은, 아직 그다지 오래되지도 않은 과거의 일――부친의 재산으로 방자하게 살아가던 시절의 일이나, 아직 젖내가 가시지 않은 20대의 매춘부에게 값진 부채를 사주거나, 마부에게 하루에 10루우불식이나 지불하거나, 허영심에서 여배우들에게 선물을 보내거나 하던 일이다. 지금 그 낭비한 돈이3루우불짜리 지폐나 10루우불짜리 지폐가 있다면 얼마나 유용하게 쓸수 있을 것인가!
  <아브라미 신부는 한 달에3루우불로 살아가고 있다>
하고 쿠닌은 생각하였다.
  <1루우불만 있으면 목사 부인은 속옷을 만들수 있을 것이며, 의사 부인은 세탁부를 고용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어떻게 해서라도 도와줘야 해!>
  그래서 쿠닌은 갑자기, 자기가 승저에게 서 보낸 고발문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지 그의 전신은 갑자기 추위가 닥친 것처럼 부르르 떨렸다. 이와 같은 상기(想起)는, 그의 마음을,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에 대한 수치로 가득차게 하였다.
  이리하여, 선의(善意)는 갖고 있으나 지각 없는 한 사람을, 유익한 활동을 하게 하는 진지한 노력이 시작되어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