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子의 幸福

CHEKHOV  ANTON  PAVLOVICH

  육군 중장 자프피린의 장예식 날이었다.  장송곡과 구령 소리가 뒤섞여 들려 오는 고인의 집에는 영구(靈柩)가 나가는 것을 보기 위해 사방에서 군중들이 모여들었다. 때맞춰 늦지 않게 가 보려고 발길을 재촉하는 무리들 틈에 관공리 프로브킨과 스비스트코프도 들어 있었다. 두 사람은 각각 아내를 동반하고 있었다.
  「안됩니다!」
  그들이 경계선까지 다가왔을 때, 저지한 것은, 선량한 얼굴을 한 이 관네 경찰서 부서장이었다.
  「안됩니다. 좀더 비켜서세요! 남자분들은 안돼요. 어서 뒤를 비키시오! 부인들은 통과해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남자분들은 귀로……」
  프로브킨과 스비스트코프의 아내들은 부서장의 뜻하지 않은 친절로 말마암아 경계선 안으로 들어갔으나, 그 남편들은 경계선 이쪽에 남아 경비원이나 기마대들의 뒤통수나 구경해야 할 판이었다.
  「용케 비집고 들어갔군!」
  하고 프로브킨은 자못 부러운 듯이 어린이 같은 얼굴을 하고 멀리 사라져가는 부인들을 바라보면서 말하였다.
  「응, 치맛바람이 대단한 걸.  남자들에게 도저히 그런 특권이 차례오긴 틀렸어.  대체 뭣 때문에 여자만 특별대우를 하는 거야? 여자란 소견딱지가 비좁은 속물 아닌가? 그런데 여자들에게만 선심을 쓰고, 비록 말단 공무원이긴 하지만, 이럴 수 있나.」
  「거 쓸데없는 소리 작작해요!」
하고 부서장은 프로브킨에게 눈을 흘기며 말하였다.
  「당신네들을 섣불리 통과시키면 서로 떠밀며 소란을 피울 테니가 안돼요. 부인들은 성미가 온순하여 그런 폐단이 없거든요!」
  「그런 변명은 그만 뒤요!」
하고 프로브킨은 화를 내었다.
 「사람들이 붐빌 때, 떠미는 건 으레 여자예요.  남자들은 점잖게 서서 구경만 하지만 여자들이야 어디 그런가요. 모처럼 입고 나온 새옷이 구겨질까봐 두 팔을 벌리기도 하고 남을 떠밀기도 하게 마련인 거요. 아무튼 세상은 고르지 못해요.  운명의 여신은 언제나 여자편만 들거든요. 여자는 군대에도 안 가고 무도회엔 무료입장할 수 있고,  체형(體刑)도 면제되고……대체 무슨 공로 때문인 거요? 여자가 손수건을 떨어뜨리면 남자들은 곧 주워 주고, 여자가 방에 들어오면 남자들은 곧 일어나 자리를 내어주고, 여자가 밖에 나가면 전송해 주고…… . 가령 관직을 두고 생각해 보게! 오등관만 되려고 하여도, 내나 자네나, 한 평생 진땀을 흘려야 하지 않나. 그런데 여자로 말하면 30분 동안이면 오등관과 결혼할 수고 있거든. 그럼 그만인 거야.  가령 내가 공작이나 백작이 되려면, 전세계를 정복하거나, 시프카(코카사스의 한 산봉우리―露土戰爭의 激戰地―)를 빼앗거나, 장관이 되어야 하는데, 실레지만, 저 와일레니카나 카체니카와 같은 여자들은 아직 입술에 젖내도 가시기 전에, 백작 앞에서 치맛바람을 한번 멋지게 날리거나, 눈짓 하나만으로도 금새 각하의 부인이 되거든.……자네는 현(縣)의 서기관이지만, 이 관직은 자네가 피와 땀으로 손에 넣은 걸세. 그러나 자네 마누라 마리야·포미시나를 보게. 무슨 공로로 서기관 부인이 되었나? 농부의 딸이 대뜸 관공리의 부인으로 승격을 한 걸세. 관공리의 부인이면 그만 아니야…… 자네 부인에게 우리가 하는 일을 시켜 보게. 부인은 아마 자네를 위해 수신(受信)을 발신부에 적어 넣을 테니까.」
  「그 대신 여자야 자식을 낳느라고 수고하지 않나.」
하고 스비스트코프는 말하였다.
  「그야 물론 수고가 많지. 그렇지만 한번 여자를, 화가 치민 상관앞에 세워 놓을 생각을 해 보게. 그까짓 자식 낳는 것쯤은 약과일세. 그런데 여자에게는 무슨 일에나 특권이 있네. 우리와 같은 계급의 처녀나 부인을 막론하고, 자네라면 극장 앞에서도 좀처럼 할 수 없는 말을, 장군에게도 서슴치 않고 하네. 암 하구말구.……자네 마누라는 얼마든지 오등관과 팔을 끼고 다닐 수 있지만, 자네가 오등관과 팔을 끼고 다녀 보게.  얼마나 꼴불견이겠나! 한번 해 보게! 우리집 바로 아래, 어느 대학 교수가 살고 있네.……그는 안나 1등 훈장을 갖고 있으니까 장성급이지만, 언제나 마누라에게 <바보! 바보! 바보>하고 욕을 먹는다네. 그 마누라로 말하면 하찮은 상인의 딸로, 보잘 것 없는데 그 판이네. 그래도 법적으로 정식 마누라로 되어 있으니 할 수 없지.……자고로 마누라는 남편에게 얼마든지 욕설을 퍼붓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까. 그런데 정식 마누라도 못되는 첩의 경우를 보게. 그년들도 마찬가지로 짓까불거든.

 나로서는 죽어도 잊을 수 없는 일이 하나 있네. 부모님의 기도로 간신히 진정시켰내. 작년에 일어난 일이야. 자네도 기억하고 있을 걸세. 우리 장관 각하가 휴가를 얻어 시골집에 갈 때, 나는 바로 공보 담당자로 수행하게 되었네.……일이라야 뭐 별 것 아니었네.  한 시간이면 다 해치울 수 있었으니가. 일이 끝나면 숲속으로 산책을 거거나 하인의 방으로 로맨그라도 들어러 가는 것이었네. 각하는 독신이었네. 워낙 부자라 하인들은 우굴거렸으나, 마누라가 없으므로 모두들 멋대로 노는 판이야.  버릇이 고약하여 사람의 말을 들어 먹어야지……이자들을 부리는 것은 가정부로 있는 베에라·니키치시나라는 시골 여자였네.  이 여자가 차도 끓이게 하고, 식사 준비도 시키며, 하인들에게 호통을 치는 판이었네……그런데 이 여자 말일세. 뚱뚱하고 못생긴 데다가 사나운 악마와 같은 눈을 하고 있었네.  그 비게덩어리가 시뻘건 얼굴을 하고, 목 쉰 소리로 줄창 고래고래 고함을 치기 시작하면 성상(聖像)을 내보여 줘도 무가내라, 아무튼 그 목 쉰 소리처럼 듣기 싫은 것은 없었네. 저마다 이 여자 때문에 개인 하늘도 흐려 보일 정도였네.  비단 하인들 뿐만 아니라 나에게까지도 그년이 트집을 거는 걸세……그래 나는 생각다 못해 <적당한 기회를 얻어 저년의 잘못을 각하에게다 고하여 바칠 테다. 각하는 일이 몰려, 저년이 무슨 속임수를 부리건, 하인들을 들볶건, 미처 모르고 있지만, 인제봐라, 내가 각하의 눈을 열어 드릴 테니까>. 이리하여 나는 그 눈을 열어 드렸네. 그런데 여기까지는 좋았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의 눈을 그의 눈을 영원히 감게 하고 말았네.  지금 돌이켜봐도 몸서리가 치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복도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그 찢어지는 볼멘 소리가 들려오지 않겠나.  처음에 나는 돼지라도 잡는가 했네.  잘 듣고 보니, 그년이 어떤 사람과 옥신각신하고 있지 않겠나―<이놈아,  이 마귀들린 놈아!>―하고 마구 욕설을 퍼붓는 거야.  나는 누구더러 저렇게 욕바가지를 퍼붓나 했었지. 그러자 갑자기 문이 열려 들여다보니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각하가 눈을 뒤룩거리며 마치 마귀라도 쓰다듬는 것 같은 머리를 하고 뛰쳐나오는 거야. 그리고 그년이, 그 빌어먹을 잡년이 뒤쫓아오는 걸세.」
  「거짓말 말아!」
 「한 푼도 에누리가 없는 진담일세. 나는 그만 화가 치밀었네.  다른 녀석들은 모두 자기 방에 쳐박혀 버렸지만,  나는 복도에 멍하니 서 있었네.  학교 문에 가 보지 못한 농사꾼의 딸이요, 식모요, 천민에 불과한 그년이 이런 행패를 부리다니! 필경 각하가 그년을 내 보내려고 하자, 곁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각하에게 한바탕 먹여준 것이 분명하네.  어차피 쫓겨날 판엔 한 대 안겨 주고 나가려는 배짱이 아니겠나!  나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그년의 방에 쫓아가서 쏘아붙였네. <……이 버르장머리 없는 년, 누구 앞인데 네년이 어찌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그분은 늙은이라 힘을 못쓸 줄 알고 곁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멋대로 노는거냐?>―이렇게 쏘아붙이자마자 그년의 그 기름가가 뒤룩뒤룩한 뺨을 두 번이나 후려갈겨 줬네. 그러자 년은 귀신도 무서워 도망칠 정도로 크게 고함을 지르는 거였네!  나는 귀를 막고 숲속으로 도망쳐 버렸네. 두어 시간 후에 하인이 데리러 왔네.―<각하가 부르신다>는 거야.  나는 각하를 뵈러 갔었네.  각하는 칠면조처럼 짜푸린 얼굴을 하고 의자에 앉아서,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네.  한참 있다가 각하는 <너 우리 집에서 그 따위로 행동하는 데가 어디 있어>하고 다짜고짜 나무라기 시작하는 거야. 그래 나는 대답했네. <무슨 말슴이신가요? 만일 그 니게치시나의 일을 두고 하시는 말씀이라면,  저는 다만 각하의 편을 든 것 밖에 없습니다.> 그러자 각하는,
<남의 가정 일에 참여하는 것은 네가 할 일이 못돼!>
하지 않겠나. 알아듣겠나,  남의 가정이라고 분명히 말했네.  이어서 각하의 불호령이 떨어졌네.  나는 숨이 꺼질 지경이었네.  이러니 저러니 마구 욱박지르는 것일세.  나는 드디어 별안간 그만<으핫핫핫하!>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네.  그러자 각하는 약간 누그러지더군 그래. <하긴 자네가 용케 그런 일을 했네 그려! 그만한 용기는 쉽지 않지.  나는 깜짝 놀랐네.  그러나 이 일만은 비밀로 해 주게.……자네 심정은 나도 알고 있네.  그러나 자네를 더는 우리 가정에 머물러 있게 할 수는 없네…….> 각하가 보기에는 그년을 내가 한바탕 골려 준 것이 무척 놀라운 일이었네.  여자를 보는 눈이 완전히 마비된 거야! 삼등관으로,  흰 독수리(훈장의 이름)까지 갖고 있을 뿐더러, 자기 위에 상관이 없는 그가 여자 앞에서는 벙어리나 마찬가지일세.……이쯤 되면 여성의 특권은 어마어마하지 않나……그러나……모자를 벗게! 장군의 영구가 나가네……. 대체 훈장이 몇 개나 되나, 이루 헤아릴 수 없군 그래.  그렇지만 여자들에게 훈장 같은 것이 무슨 값어치가 있겠나?」
주악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