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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년의 즐거운 여행
       
          - 거문도 백도 관광여행-

웅암 이 진 원

  

    진주여자섬용회원 6명과 함께 왼쪽 위의 계획표대로 거문도-백도 1박2일 관광을 다녀왔다. 대만 일주 관광이나 베트남 하롱베이처럼, 날씨가 좋지 않으면 관광은 허사가 된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 화창하고 맑은 봄 날씨로 사진에서 느껴지듯 공기마져 해 맑았다.

  늦어도 9시20분까지는 진주역에 도착하라는 민여사의 전화를 받았다. 택시잡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좀 일찍 나섰다가 때마침 집앞을 지나는 택시가 있어 바로 탓더니 30분이나 앞당겨졌다. 20kg의 아코디언을 들고 뻐스를 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행 주무를 맡은 책임성이 강한 김여사가 먼저와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 매니저다운 믿음직한 모습이다. 많은 여행을 다녀본 경험이 있어 매사에 차분하고 믿음성이 있었다.

    진주여자섬용회원 6인과 나는 성씨가 모두 달라 호칭이 참 편리하다. 여자 는 성씨에 여사만 붙이면 정확히 통한다. 덕분에 나의 성에는 사장을 붙여준다. 진주여자섬용도 나도 모두 개성이 강하고 남에게 뒤지지 않는 의지력이 있는데다, 자존심 또한 남 못지 않게 강하다. 그런데도 희한한 것은 매사가 언제나 만장일치로 결정된다. 한 사람도 반대가 없는 자율적 결정이다.

  마치 건국 신라의 6촌장의 화백회의 같다. 결정된 약속은 여간해선 어기지 않는다. 목표를 정하고 각자의 의견과 주장이 터져 나올 때면 빈 바가지에 담겨진 콩알처럼 서로 딩굴며 부딛친다. 물론 나의 의견도 그 중의 한 콩알이된다. 각자의 의견이 반복해서 돌다보면 각각의 주장에 대한 장단점이 나타난다. 같은 것 끼리 합쳐지다보면 정 육각형으로 응집된 하나의 꿀벌집과 같은 결과가 생겨난다.

   진주여자섬용들은 전담부서가 있는 모임처럼 되어 버린지 오래다. 그리고 한 사람이라도 반대를 하는 여행은 가지않는다. 예를 든다면 여행주무는 김여사, 회계주무는 정여사, 보급주무는 민여사, 오락주무는 홍여사, 감사주무는 강여사, 여행기록은 이사장, 총괄보조는 조여사다. 참으로 현명한 배려를 자진해서 베푸는 친구들의 마음이 곱다.

   그러니 난들 친구들이 즐겁다면 작은 재능을 베풀고 싶어지기마련이다. 정신과 육체의 건강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동심의 세계를 찾는 것도, 손벽을 치며 천진난만하게 즐기는 친구들의 모습이 다른 여행자들에게도 행복바이러스를 전파하여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만든다.
   진주여자섬용들은 키케로의 말처럼 아름다운 노년의 우정을 즐길줄 아는 모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대식으로 지어진 순천역사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진주역보다 아코디언 운반이 훨씬 쉬웠다. 보통 팩키지 관광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스케줄이 잘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이유나 예고없이 선박과 시간을 현지여행사가 멋대로 바꾸는 바람에 선상의 즐거운 음악 파티를 할 수 없게 되어 유감이었다. 그래서 현지 관광사장에게 심한 항의를 하기도 했었다.

 거문도-백도 관광을 마치고 여수로 돌아올 때도 나라도에 머무는 계획이 변경된 것을 깜박 잊고 큰 실수를 했었다. 들어올 때 오가고호와 바꿔 탓던 줄리아아코아호를 다시타게 되었다. 아코디언을 들고 내릴 때를 생각하여 선수 좌현문 앞에 자리를 잡았다. 여자친구들은 뱃 멀리를 피해 모두 뒷 좌석으로 가는 바람에 혼자 떨어지게 되었다.

  어제 거문도에 들어올 때 나라도에서 탑승하여 거문도를 함께 관광했던 서울의 젊은 여자들이 나의 주위에 자리하고 있다가, 나라도에 접안하자 다시 그들이 모두 내리는 바람에 나도 덩달아 그들을 따라 내렸다가 친구들이 아무도 내리지 않은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올때 우리를 실고왔던 코레일 테마관광버스 운전기사가 나를 태워주지 않고 돌려 보냈기 망정이었다.

   다행히 연락이 잘 되어 나는 20분 뒤에 도착하는 오가고호를 타고 여수로 뒤늦게 도착하는 실수를 한 것이다. 덕분에 조용하고 롤링과 핏칭이 없는 오가호가 노인들의 여행에 적격인 것을 확인 했다. 하지만, 여자친구들에게 보디가드를 제대로 하라는 흴책을 들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순천만 갈대밭에 도착하자 홍여사가 <보디가드>를 제대로 해야지, 엉뚱한 <보디(지)가드>를 하려고 젊은 것들을 따라가는 얼빠진 짓을 해가지고 걱정을 다 시킨다고 익살을 부리는 바람에 모두 배꼽을 잡고 얼마나 큰 소리로 오래 웃었던지 벤치에 앉은 딴 여행자가 영문을 몰라 눈이 휘둥그래진 표정이었다.

   여자들은 모두 갈대밭을 한 두 번 구경을 한 터라, 초행인 나를 위해 조여사가 산밑 현수교까지 함께 갔다 오면서 사진을 몇장 찍어왔다.
   여행사에서 예약을 해 준 음식점에서 오랜만에 맛을 보는 <꼬막정식>이 새로웠다. 내가 즐기는 꼬막을 여행 중에 맛본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었다.
   환경조건의 변화 때문인지 꼬막이 옛날처럼 향기가 풍기지 않았고 종패처럼 크기도 작았다.

    어제밤 민박에서는 고교 2년때 만든 박수묵의 동시에 내가 곡을 붙인 <귀뚜라미>를 여자친구들이 악보를 보고 즉흥적으로 아코 반주에 맞추어 합창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고 칭찬을 하며, 민박주인은 나에게 특별히 작은 독방을 준비해 주기도 했었다. 이것 또한 먼저 베풀고 얻는 나의 행운이었다. 즉흥적으로 합창을 해준 현장의 노래를 그대로 녹음하여 이 여행기의 배경음악으로 실어 즐거워 하는 친구들 모습을 그려 보게 하였다.

    넓고 편안한 무궁화 관광열차 2호의 앞 자리를 잡고 짐을 풀자 마자, 홍여사가 나더러 막걸리 값으로 아코디언 연주를 해 달란다. 기차가 조용히 순천역을 미끄러져 나오자, 나는 <얼굴>이란 느린 노래를 시작으로 가곡, 흘어간 팝송, 대중가요 순의 신청곡을 독주하면서 진상역을 지났다. <올드랭샤인>으로 연주를 마칠 때는 박수를 쳐 주든 모든 사람이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