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 돌아보는 기쁨
       
     - 총회를 마치고-

 

웅암 이 진 원

 

   글을 진실하게 쓴다는 것은 어렵다. 행위시의 마음을 잘 깨닫지 못하기에 그렇다. 그래서 반성, 감회, 회고의 글을 쓰는 지도 모른다. 또한 글은 사실대로 쓰기도 힘들다. 착각하는 눈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는 정직하지 못한 것이다. 글이란 인간의 오감(五感)을 보여주는 눈의 말이다. 그리고 동물과 인간을 구분 해 준 조물주의 큰 특혜다. 이 번 총회를 마치고 돌아본 나의 기쁨도 이것이다.

  발가락동상이 걸리도록 구두쇠 노릇을 하면서 복덕방의 난로 앞을 찾았던 노탐의 망령을 섬용회를 마친후에 깨닫는다.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이 다르고, 암기와 이해가 다르다. 많은 정보를 암기한 것이 지식을 가진 것과 다르다. 정보의 내용을 이해하고 바로 행했을 때 지식을 가진 사람이 된다.

   신선의 나이에 들어선 나, 섬용총회 때마다 기억한 정보가 지식인양 생각했던 것을 깨달음으로 바꾸어 가슴 가득 담아오는 것이 기쁨이다. 귀신도 타령하는 돈이 사람을 따라다니게 하는 법도 총회 때마다 배운다. 그래선지 요즘 내게도 귀신 같은 돈이 따라오는 느낌이 들어 은근히 걱정이다.

   하동회장이 전자올간과 음향장치를 주선해 달라고 했다. 고향에서 구하라고 했더니, 하동에는 없단다. 진주에도 이벤트업소 외에, 연주활동업을 하는 사람은 없다. 노래반주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활동했던 때를 기억한 것 같다. 문득 '깡통반주기보다 진원이 아코디온이 낫다'는 말이 떠올랐다.

   한 동네에 이벤트업을 하는 지인이 있어 전화를 했다. ARS의 안내말처럼 연주자 2인에 90-100만원, 1인에 50-60원이다. 시내는 10만원을 적게받는다는 대답이었다.
  전화를 끊고 직접 찾아가 예산이 30만원인 경노잔치라고 사정했다. 냉정하게 시스템만 빌려가란다. 큰 차가 없다고 변명했다.

   시내라면 설치 해주고 다른 일을 볼 수 있으나, 하동은 엔지니어밴드의 몫 20만원을 더 주지않으면 갈 사람이 없으니 다른 곳에 알아보란다. 그것도 10만원을 봐 준 것이란다. 일단 초과분은 내가 책임 질테니, 전화가 오면 공손하게 응해 달라 부탁하고 명함을 얻어왔다.

  표면상 원하는 대로 계약이 된 것 같았다. 나를 기대하는 고향친구들의 믿음이 나의 속알이로 돌아왔다. 설상가상으로 아코디온을 연주하게되면 음계, 음량, 균형의 츄닝을 나의 지시대로 하기 힘들다고 연주를 못하게 한다. 속으로 하동서 아코디온을 빌려두면 될 것 같아 하동친구에게 부탁을 했더니 이것마져 단호한 거절이다.

   그런데다 업소의 전용차가 상례를 치르는 바람에, 엔지니어밴드의 소형밴을 쓰야한단다. 음향기기와 악기를 전부 실을 수 없으니 나의 차를 빌려달란다. 그 바람에 연주를 하든말든 아코디온을 실고갔다. 짐 싣는 시간이 자연히 길어졌다. 예정시간이 지나버렸다. 비를 맞으며 시스템만 우선 연결하고, 키보드와 아코디온 키타 등의 악기는 연결을 하지 않았다.

   식사 중에 장실장이 화장품을 밴드에게도 주었다. 나는 10만원이 넘는 거라고 자랑을 했다. 밴드는 먹던 밥도 그만두고 나의 선물과 함께 자동차에 실어놓고 기쁜 표정으로 돌아와 식사도 그대로 마쳐버렸다. 나는 마이크 감도를 점검하기 위해 음정이 긴 <나의 노래>를 부르면서 음량이 잘 빨려 들도록 조절했다. 아코디온을 깨내어도 말이 없었다. 유흥이 즐겁게 진행되었다. 밴드도 올간연주대신 키타를 협주 해 주며 흥을 돋우었다.

  쉼 없는 오락시간을 잘 마쳤다. 나의 속아리를 눈치챘는지, 계약보다 10만원을 더주며 이래도 되는지 묻는 너뱅이친구가 참 고마웠다. 돈을 받은 밴드도 선물을 받은 탓인지, 나의 차에 실린 악기만 실어다주면 선배님의 책임은 끝난다고 말한다. 이심전심으로 나의 속알이가 행복감으로 바뀌어 지쳐 부릅터진 입술도 갈아 앉는 듯 개운했다.

   관광버스가 해풍에 흔들리며 취객처럼 천천히 달리는 역사의 여행 속에 남겨진 파노라마는 남해의 놀라운 3D영상, 삼천포의 풍요로운 생선회 중식, 사천의 넓은산단, 진주의 명소, 장가 들든 시절을 회상케 하는 하동의 북천, 전설의 용소가 있는 적량을 빙―돌아 온 고향의 강과 바다, 그 산천의 아름다움이 더 없이 가슴을 적셨다.

  '인생사 새옹지마'란 먼저 베풀면 만사가 기쁨으로 되돌아 온다는 지혜를 품은 것 같다. 사실, 참존이나 너뱅이 친구가 27년동안 변함없이 나에게 보여준 진리가 아닌가!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란 글이 이를 말한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