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내가 살곳

                                                                                                      시 / 차연석

쉬엄쉬엄 찾다보면 그곳에 한 자리가 있으리라고
가다가 막히면 돌아서 가고

발목이 시큰둥 저리어 오면 땀 묻은 수건 싸서 묶으면 되지.

여기가 나의 삶을 일구는 땅
나는 더이상 갈 수가 없네.

산 첩첩 물 중중
사람이 수자리 보고 짐승의 눈빛 번개 쳐
더 이상 갈 수가 없는 땅
여기가 바로 내가 살 땅

에헤라 모르겠다 여기서 쉬자.
사방이 첩첩 산중이더라도
물 맑고 정자만 좋으면 되렸지

바로 여기다.
산봉우리 세 갈래 숨 모아 쓸어서 앉은 곳
북으로 필봉산 꼭지엔 달이 쉬는 곳
동으론 아침 햇살 쏟아서 부어주는 곳

바로 여기다.
남에선 자비로운 천광스님 안아주는 포근한 가슴의 이 땅.
세상 일 잊은 채로 하늘 보고 땅만 믿고
옷 벗고 신발 없이 숲만 보고 웃으리라.
물소리 새소리에 세상 잊고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