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즐거움
 

                                                                                                                     글 / 차연석

홀로 깨끗하고 우뚝한 삶을 누리자고
이렇게,
사람 소리 개 소리 들리지 않는
이곳에 짐을 풀고.....
옷도 털고 입도 씻고 숲을 보고 노래하니

이 산중 깊은 골에 어둠이 기어서 내리면
소슬한 바람 타고
부처님의 향음이 솔잎 헤집고 계곡 따라 어둠을 뚫는구나.

밤은 깊어
목탁소리 멀어만 가는데
한밤중 달이 내려 거닐던 뜰은 비었어도
사르르 바람 도는 내 이 정사는
온통 돌들로 가득히나 찬데
간간이 내리는 흰 눈발이
나목의 한 고개를 쓰다듬고 산을 넘는다.

옷섶에 잠든 바람
청향 되어 뿜어내는데
중도 아닌 놈이 이름도 없는 놈이
남들이 몰라보는 高孤라는 字를 짓고
움막 같은 집을 지어 精舍(高孤精舍)라고 이름하니
못나도 이렇게 못난 놈을
어떻게 알아주랴.

그래,
세상이 비웃어도
못났다고 비아냥대도
마음만은 풍요롭고
정신만은 깨끗하니
高孤하다 자랑하며
高孤하게 살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