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 송아지
정 혜 자 (26회)
지금으로부터 40여년전 초등1학년때의 일이다.
한창 가을 운동회 준비로 학교가 떠들썩 할 때의 일이었다.
그 당시의 우리의 등하교 차림새라면 한창 운동회때니까 검정 운동빤스에 흰 런닝이 전부였었다. 그건 교복이었고, 외출복이었고, 또 평상복도 되었다. 그걸 입고 온 동네를 활보하고 다녀도 누구하나 뭐라 하는 사람도 없었고, 당당했다.
그날은 하동 장날이어서 마침 외할머니까지 오셨고, 우리집 형편으론 거금인 송아지를 한 마리 사 온 날이었다. 다부지다는 호평아래 그 송아지의 양육권은 그날부터 내게 주어졌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오빤 장남이라 챙긴 것 같고, 동생들은 어직 어려 소머슴으로 내가 발탁이 되었지 싶다. 암틐 그날부터 송아지로 인한 나의 시련은 시작 되었으니………
이직 코뚜레를 끼지 않은 송아지란놈이 얼마나 힘이세고 말을 아 듣는지, 나 보다도 더 했다. 나뭇잎 같은 초등1년 나같은 건 송아지한테 새발의 피 같았을 게다. 소고삐를 작은 내손에 쥐어 주면서 우리 아부지 하시는 말쌈!!
"니 이고삐 놓지면 송아지 즈거집에 가삐린다! 돈을 억수로 주고 산긴데 고삐 단다이 잡고 있거래이~"
어린 마음에 얼마나 겁을 먹었으면 잔뜩 긴장하고 긴 고삐를 작은 팔목에 칭칭 감이 들고서리 할미기 두방으로 풀을 뜯기러 갔다. 암튼 에미를 떠나 팔려 오면서 지넘도 배가 고팠음인지 가자마자 열심히 풀을 뜯었고, 조금은 여유로워진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손에 들고 있기 지겨운 고삐를 허리애 똘똘 동여매고서리 놀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서 한 무리의 소장수 아저씨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새끼를 떼어놓고 가는 어미소의 슬픈 울음 소리가 들리는 순간 이 송아지 거의 반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흐~미!! 허리에 고삐를 동여매고 있던 난 그 순간 어떻게도 못하고 같이 뛰기 시작했는데 이줄을 놓치면 억수로 주고산 송아지 한마라가 홀라당 날아 갈판이니 절대로 놓칠순 없었다.
숏다리에 뛰어봤자 어쩔건거? 엎어진 채 그렇게 몇 백미터는 개끌려 가듯 끌려갔지 싶다. 이리저리 끌리면서 어느듯 줄은 내 손에서 미끄러 나갔도 까무러칠 마큼 아픔에 울었고 또 소 하마리를 홀라당 날려서 울었고, 양 팔꿈치와 무릎은 피 투성이었고, 질긴 다우다 빤쯔야 멀쩡했지만, 런닝은 가슴팍 밑으로다 떨어져 나가고 걸레가 되었으니 연하디 연한 속살은 음마~.
"아나- 송아지 잡아왔다. 어서 데꼬 가거라!"
소장수 아저씨들이 그 망할놈의 송아지를 잡아 논 거였다.
벌떡 일어나 눈물 콧물 범벅된 얼굴로 달려간 내 모습을 보고 아저씨들의 표정이 어땠는지 그 때는 잘 몰랐지만 아마도 가관이었을게다. 그 꼴을 해 가지고 난 울면서 울면서 집으로 향햤고, 이넘의 소 새끼도 지은죄가 있음인지 우는 고맹이 주인을 따라 타박타박 따라왔다.
동네가 가까울수록 난 울다가 쉬다가 점점 집이 가까워지자 더욱 큰소리로 울면서 억수로 주고 산 송아지를 지켜 대단한 일을 했음에 울었고, 또 런닝을 다 망가트렸으니 미안함에, 피투성이가 되었으니 아픔에……
암튼 집마당에 들어섰을 때 내가 뭐라고 안 했는데도 한눈에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엇던 어른들. 모두 꺅- 넘어갔다. 내 아픔은 아랑곳 없이 웃는 어른들 때문에 난 또 서러워서 함참을 그렇게 울엇던 것 같다. 외할머니의 어이구! 내새끼 모래밭에 던져놔도 살껴~!! 하는 소리가 무슨 뜻인지도 모른채. 그렇게 한 식구가 된 송아지를 5학년이 될 때까지 정말 하루도 걸르지 않고 소먹일철에는 잘 챙겨먹인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겐 뿔로 들이받고 해도 나한텐 참 고분고분했던 송아지였다. 꽤 정도 들었고.
어느날 학교를 다녀왔는데 장날 그 송아지를 내다 팔았던 거였다. 소머슴 나한테 단 한마디 말도 없이. 그렇게 정이 들었었는데, 작별인사도 못했는데, 그렇게 생 이별을 했다. 마음이 아파 멍하니 소 마굿간을 바라보곤 했는데.
지금도 그 송아지 생각을 가끔씩한다. 뒤돌아 보면 참 그리운 날들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손년이어서리~ 추억을 먹고 살 수 있으니까 행복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