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섬용들의 즐거운 노년
글/ 이 진 원
고향의 친구들이 살같이 지나가는 세월의 여린꼬리를 힘을 모아 조심스럽게 붙들고 아끼며 살아가고있는 우정의 참모습을 나는 보았다. 나는 부럽고 절실한 마음으로 고향친구들의 응원에 나섰던 것이다. 진주 친구들도 옛날처럼 이같이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바람으로…….
지난 2009년 4월 26일 오후 5시 반에 하동읍에 있는 목련 다방에서 모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방송대학교 중간시험을 마치고, 곧바로 카메라와 아코디온을 싣고 하동읍으로 차를 몰았다. 고향 친구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는 설레고 조급한 마음 때문인지 도착 시간이 한 사간이나 빠른 오후 4시 반이었다. 목련다방에는 아직 한 친구도 오지 않았다. 남은 시간이라 인근의 선배 한 분을 찾아보았으나 여행 중이었다. 날씨가 제법 싸늘하여 자동차 안에서 머물렀다가 5시 쯤 되어 다시 목련다방으로 갔다. 이선화, 이범용, 총무 박병화가 먼저 도착하여 뜻밖의 나를 반갑게 맞아주며 무작정 잘 왔다며 기뻐해 주었다.
조금 있으니 이태량, 박홍수, 조태화가 왔고, 차 한잔 마실 즈음에 구제권, 설상태, 서병기, 회장 김호곤이가 왔다. 모두가 반가운 친구다. 이태량이가 아직도 도착하지않은 친구들에게 일일히 전화를 걸어 보더니, 인원 점검을 한다며 출석을 부른다. 모두들 예! 하며 손을 드는 모습이 어린이들이 소풍을 가는 것 같다.
악양으로 출발 할 즈음에 남기명과 변영옥이가 도착하였다. 이번 유사(有司堂上)를 맡은 친구는 손병옥이란다. 유사란 향교나 단체의 제전 또는 재정을 주관하는 선비라고 이선화가 설명을 한다. 그리고 위암으로 환원한 고 공재일이 일본여행을 다녀온 후, 우정이 이토록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 인줄 진심으로 깨달았다며, 이 우정의 축제가 영원토록 이어가기를 바라는 말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유언으로 남겼다는 사실도 말해 주었다. 그런 의미에선지 나는 <유사(有司)>라는 호칭이 우리 섬용회 친구들의 격에 참으로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축하 파티를 주관한 손병옥은 악양면 면사무소 앞의 식당하나를 대절하듯 차려놓고 친구들을 환영하였다. 모든 친구들의 표정은 기쁘고 참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모두가 활기차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친구들이 자리를 하나 둘 잡고 앉자 젊은 도우미들이 초가을 단풍속에 핀 하얀국화처럼 중간 중간 끼어앉아 단정히 친구들의 식사를 도와주는 모습도 참 멋있고 고와 보였다.
식사를 시작할 무렵에 한영춘, 서환생, 정기범이 도착하였고, 유명한 악양 막걸리 전주 말통이 들어 올무렵에야 김신수와 김영광이 제일 늦게 도착하였다. 그러나 함께 일본여행을 다녀와서 이 모임에 참석했던 친구 중에 채태야, 한영, 정진일 세 친구가 불참했다. 나만 보면 손을 잡고 그렇게 좋아하던 채태야가 몸이 좀 불편하다는 소식이었다. 총무 박병화가 달력을 들고 5월 24일 일요일을 지적하며 다음달 유사는 김영광이 맡는다고 예고를 한 후 즐거운 식사를 모두 마쳤다. 도우미들과 함께 2차의 노래방 파티는 밤 열시 반이 넘도록 노래와 춤으로 보냈던 즐거운 시간은 키케로의 노년을 만끽하는 하동섬용들의 멋진 삶의 한 모습이리라.
친구들이 흥겹고 즐거워 하는 동심의 모습들이 건강과 의욕적인 삶을 지켜준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서툰 아코디온연주로 친구들의 노래에 흥을 북돋아 주려는 내나름의 응원도 그 보람이 여기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 누가 우리들이 시간을 낭비한다고 하겠는가! 또 누가 우리들이 퇴폐한 습성을 버리지 못한다고 말하겠는가! 나는 밤10시반이 넘어 친구들과 헤어져 진주로 돌아 오면서도 즐거움 때문인지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에는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잠을 깨운 것은 7시 전화별이었다.
나는 서둘러 사진기와 컴퓨터를 열고 하동섬용회 친구들의 자랑을 인터넷에 올렸다. 다음에도 친구들의 건강한 모습을 나의 건강이 허락날 까지 어느 때나 어느 곳에서도 이처럼 살펴보고 자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