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데 없는 돈

웅암 이 진 원     

   중국 여행 때, 참존 김회장과 내가 우연히 오가는 이야기에<쓸데없는 돈을 많이 가진 사람처럼 불쌍한 사람이 없다>는 말을 동시에 감응적으로 수긍된 일이 있어 우리친구들은 죽이 맞는다고 즐거워 한 일이 있다. 그 때에 <쓸데 없는 돈>의 개념을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쓸 데 없는 돈>이 많은 나라일수록 그 백성은 굶주림에 시달린다고 한다. 중동아프리카의 자스민혁명은 그 <쓸 데 없는 돈>을 가치있는 돈으로 바꾸려는 동기부여인 것이다. 이 자스민 향기가 전 세계로 구제역 처럼 번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라는 모두 굶주림에 허덕이는 백성이 많다.

  더러는 <쓸 데 없는 돈>을 가장 많이 보관한 은행을 가진 나라를 스위스라고 한다. 냉전이 끝나고 글로벌세계에 들어선 지금, 평화로운 중립의 자유를 끝까지 지키려면 <쓸 데 없는 돈>을 한 푼도 보관하지 않는 정직한 스위스가 되어야 한다고 소수의 국민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현명한 일이다. 스위스가 <쓸 데 없는 돈>으로 국부를 취하여 그들만의 행복을 추구했던 좋은 시절을 청산 하지 않으면 아름다운 요들송의 메아리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신은 더 이상 다른 백성의 굶주림을 방치 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의 행복이 정직한 노력으로 얻도록 되돌려 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쓸 데 없는 돈>의 개념을 기업으로 대입하면, 탈세와 비자금으로 요약된다. 근로자의 노동을 착취하여 한 개인의 탐욕을 위해 비밀 축적한 잉여자본이다. 『칼 막스』의 자본이론 과 유사하다. 노동조합과 어슬픈 근로규칙을 만들게 한 근원이다. 지금은 '강자의 선'이란 민주주의 가면(법)을 역이용하여, 노동이란 삼대 생산요소를 '비정규'란 이름으로 만든 것이 <쓸 데 없는 돈>을 함의하고 있다.

   여러 단계를 줄여 가정으로 옮겨보자. 대개의 가장(아버지)은 미련하게도 가정의 모든 자산의 권리 의무가 종신토록 자기의 소유처럼 착각하고 살아 간다. 이것은 사실상 무소유의 개념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가장은 생명이 다하는 날 까지 가족을 배려하고 희생봉사하는 천부의 의무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처자식들이 이러한 천부의 의무를 인정하여 신뢰하고 가장을 종신토록 믿어주는 가정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즉, 처와 자식들은 각자 미래의 독림을 꿈꾸며 둥지를 떠날 채비를 하는 것을 최선의 삶으로 여긴다. 이때 최선을 핑계로한 '과대한 딴 주머니'가 <쓸 데 없는 돈>의 개념이 된다.
   그래서 본능적 은퇴란 피할 수 없는 天理다. 은퇴란 조물주가 베풀어 준 만물의 의지를 거두어 가는 것을 뜻한다.

   섬용회의 건강한 노년이 사회복지국가에 봉헌 할 수 있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지키려면, 우리 섬용회원 각자가 <쓸데 없는 돈>을 행여 갖고 있는지 살펴보자는 솔직한 마음으로 나의 우정을 표시해 본 것이다.
  <웅은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돈'이 없는 섬용회라 믿고, 우리 죽은 후에도, 마늘 밭이나, 스위스 은행에 숨겨둔 돈을 찾아오는 우리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같은 마음이라 알기에 말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