隱   退

웅암 이 진 원     

   더러는 이모작 인생이니, 새롭게 창출하는 인생이니, 우정의 사냥꾼이니, 원숙한 변혁의 삶이니 하는 말들은 은퇴를 아름답게 꾸며 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서글픈 형상이다.   화백이란 자유로운 의사 결정의 극치라 할 수 있는 만장일치의 의회주의를 말한다. 잘못하면 왼눈으로 처다보는 가늠쇠의 붉은 원점으로도 오인 할 수 있는 모양새가 되기도 한다.

 우리도 한 때 가부장제도의 기득권 속에서 가장의 능력을 신뢰받으며 가족들에게 군림했던 젊음이 있었다. 어느날 신문의 작은 글씨를 보려고 돋보기를 찾을 때 주위에 아무도 없는 시간을 갖게된다.
  무기력을 숨기려고, 집 구석 마다 돋보기를 비치하고, 외출복이나 여행가방에 칫솔같이 돋보기를 챙기는 일이 필수가 된다. 책도 멀어지고, 눈으로 하는일에 관심을 지우고,게으른 손마져 감각이 무디어 간다.

  이전엔 매사에 가족회의를 할 때면, 여러사람의 의견이 아버지의 생각을 물어 전폭적으로 신뢰를 보내 주는 화백이었다. 화백의 결과는 곧 책임과 실천의 결과가 모두의 기대를 만족시켜 주고도 남았다.
   어느날, 돋보기를 낀 화백회의는 소외란 의미를 만들어 내게 하고, 자녀들의 편이나 그들을 종용하는 아내를 보게 된다. 얼마못가 그녀도 퇴출고비를 당하고 만다.

   은퇴란 모양새를 형상화 해 본 말이다. 누구나 <생로병사>의 이치를 벗어 나지 못한다. 그러나 자신은 예외로 두어, 변명이나 책임회피 같은 賤語가 노탐의 가련함을 대신하게 된다.

    서두에 은퇴를 묘사하면서 나의 처지를 회고 한 것이다. 나는 벌써 처자식들로부터 강제 퇴출을 당하여 독거노인의 생활을 시작 한지가 벌써 5년이 넘었다. 누구나 이나이에 소외를 극복하는 의지를 갖는 것이 건강한 여생임을 알게 된다.

   의지를 갖는다는 것은 건강한 삶이다. 건강한 삶은 배려하는 여유를 얻는다. 이를 위해 시와 글, 편지, 미디어, 영상들이 공기속의 먼지처럼 많다. 나는 남들이 결코 가질 수 없는 자랑이 있었다. 영원히 퇴출되지 않는 삶을 가진 친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친구가 은퇴의 길에 들어섰다는 자백을 했다. 나의 자랑이 없어져버렸다. 의지를 지키는 여생을 위해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를 만들어 내어야 한다.
   <쓸데 없는 돈을 가진자 처럼 불쌍한 사람이 없다!>고 했던 그 친구와 같은 나의 의지를 더 큰 소리로 카페에 뿌려본다.<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