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꽃 피는 사이

 

 

시/죽파 차 연 석

 

 

내 뱉는 소리 듣기도 싫고

내 사는 모양이 눈에 가시가 되어

멍된 응어리로 칼을 가는 사람아

가려진 울타리에 핀 탱자꽃을 보아라

엉기어 얽힌 가시 밀치고

젖빛 뽀얀 꽃이 아니더냐.

 

꽃 보고 덤빈 호랑나비

가시 피해 춤추다 그 속에 알을 낳고는

가싯잎 먹고 자란 번데기가 나비 되어 날더라.

 

내 사는 모양새가 껄끄러워

가슴 속 가시로 눈흘겨보던 사람아

그래도

당신과 우리 사이

울타리엔 탱자가 익는다.

 

촘촘히 얽힌 가시를 뚫고

탱탱한 탱자 열매

금빛 향기를 내뿜고 있다네.

----------------------------------------

시작 메모: 요즘, 관공서에도 담장을 허물어 국민과의 한 걸음 다가가겠다는 소통의 의미에서 울도 담도 없이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그러나 주변에는 문을 꽉꽉 잠그고, 담벼락은 쇠꼬챙이로 높이 얽어놓은 집들을 흔하게 본다.---못 믿는 사회니깐, 믿는 사람만 사는 사회는 아니니깐, 그럴 만도 하다.---.

우리 어릴 적, 탱자나무 생울타리의 시골집들을 흔히 보아왔다. 그 생울타리---하얀 탱자꽃이 필 때 탱자잎 먹고 자란 애벌레가 호랑나비가 되어 울타리를 넘놀며 날았던 것. 그 탱자꽃은 가시덤불 틈새에서 피고 자라 노란열매가 되어 맺힌다. 이런 탱자나무는 자기에게 소중한 것을 가시로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만든다. 살아가면서 이웃과 얼마든지 소통이 가능한 사촌인데……그것도 가시울타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