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딛고

 

시/죽파 차 연 석

 

눈 아래 입 벌린 꽃잎 머금고

너울너울, 나뭇잎의 생기발랄한 어깨춤 사이로

회색 구름이 벌어지며 막 깨드려진 촉촉한 蜜蠟밀랍처럼

꿀빛 석양이 내 텅 빈 가슴을 쓰담는다.

 

방랑하는 바람이 구겨진 구름을 들어 올리는데

지는 해 앉았던 호박꽃 빈자리엔

눈 먼 나비 한 마리가 늦은 꿀맛에

꽃가루 쓰고 목을 맨다.

 

나도 구름을 딛고 지워진 그림자 찾아

정적의 꿀빛하늘을 핥으면서

어디선가 다시 뜨고 있을 해를 생각하며

팔꿈치에 얼굴을 묻고 구름 속을 배회하다가

녹슨 못처럼 말라비틀어지고

남은 것은 박제된 꿈일지라도,

구름을 밟고 서 있다.

 

빠져나가겠다고 발버둥치는 흰머리를

꽉 쥔 손으로 쥐어뜯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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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