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 좋다. 자연이 좋다


                                                                            글/竹把 車 連 錫


  겨우내 움츠렸던 원근의 산빛이 한결 선명해진 숨소리로 다가온다. 드높아진 하늘이 가까이서 봄 안개를 뿜으며 기지개를 켜고 아람으로 뻗은 나무들이 자꾸 나를 유혹해낸다.

  숨었던 산새소리 가까워지고 바람에 떨어 울던 처마도 맥을 풀고 녹아내리는 물소리 듣는가 가슴 연 여인의 젖무덤 되어 봄을 부르는구나!

   창틈으로 기어든 봄내음이 바람 되어 창을 흔들며 두들기니 노구에 지친 내가 벌떡,---

벙거지 덮어쓰고 부름 없어도---말없이 밖으로 나간다.

  하늘은 산으로 내려 길을 더듬는데, 나도 한몫 되어 길을 찾는 봄날 하루.

호젓함으로 해서 하늘과 맞닿은 길을 생각도 없이 걷고 싶은 충동으로 추위에 다져진 메마른 길을 밟는다. 내 살아온 지저분한 냄새를 봄풀 솟는 길섶에서 바람으로 흩날리며 숭숭한 가슴속 진애를 털고 잡히지 않는 환각을랑 다 털어버리고 언덕배기 풋내음 땅을 가르고 쑥부쟁이 도사리가 갸웃이 뿜어 내다보는 그런 길로……,

  편안한 그런 마음으로 모든 걸 떨쳐버리고는, 훌훌 날려버리고, 씁쓸한 내 간도 쓸개도 도려서 던지고, 언제라도 부르는 소리 있어, 내 귓전에서 윙윙거리면, 가졌던 것 다 놓아버리고 라도, 하던 일도 멈추고 두 손 털며 훌훌 총총히 미련 없이 떠나가야 할 몸인데, 무슨 미련이 남아있다고, 뒤돌아볼 것인가.

  파란 패랭이 들꽃이 여기저기서 바람에 춤추며 웃고 반기며 언덕배기 양지 볕발 받으며 할미꽃 고개 숙인 곳, 세월에 억눌려 깔린  묘비도 상석도 없는 이름 모를 어느 묘지의 끝자락에서 나는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아본다. 여기저기서 새 생명이 싹을 튀우는 소리 들리는 한낮. 나는 흡사 동물원 우리 속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다. 도회의 길가나 공원들에서 억지로 심고 가꾸어 늘어놓은 영산홍이나 목련화 대신 멋대로 자라고 핀 이름 모를 야생화들을 살핀다. 그 중에도 유난히 앞서 핀 산나리의 노오란 꽃잎이 눈에 띈다. 작년에도 이 자리 그대로 이렇게 피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