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외로운 저녁상

시/竹把 차 연 석

바람이 산을 흔들더니

흙 깔린 마당에 검은 그림자가

엎드린 넙치처럼 저녁을 기다린다.

서쪽 하늘에 막 돋는 개밥바라기도

껌벅임도 없이 바람에 쓸린 구름을 열고,

하늘 뚫은 봄비에 신 벗은 팽나무가지 아래

세워두고 온 지겨운 옛 애인

어둠 속에 참외처럼 노랗게 돋아나던 저녁.

암청색 하늘 사이로 바람인가 구름인가

한쪽 몰린 눈으로 밤을 더듬으니

싸늘히 주름진 뱃가죽 훑는 밥상

돌 지난 아이 똥무덤 모양과도 같은 밥그릇이 모래알로 구르는

노란 참외처럼 외로운 저녁상이다.

돈 날린 노름꾼의

섭섭한 새벽처럼

뜰에는

빈 하늘이 창백한 별만 거느리고

휘적거리며 앉아

내 뒷모습 보고는 빈정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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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메모: 혼자서 뒤척이다, 저녁때가 된 것도 깜박하고 암청색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가 별이 하늘을 더듬는 눈빛으로 보인다. 유난히 큰별 하나,--- 개밥바라기---식탁에 앉아 싸늘하게 식은 현미밥 한 그릇. 노랗게 익은 참외 같은 외로운 저녁밥상, 돌 지낸 아이 똥무덤 같다.(03.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