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舊는 故鄕이라나

                                     詩/竹杷 車 連 錫

엄마의 탯줄을 풀고

아빠의 잡은 손 뿌리치고는

살도 피도 나이가 허물어져, 당당하게,

이곳저곳 골목길 시간을 기웃거리다가

닳은 발 벗고는 기운 마음 가눌 길 없이

버리고 떠난 지금

고향 말고는 다시 갈 곳 없던가,…

어스럼 달그늘을 쓰고 鐵面皮한 돌이 되어

얼굴 바꾸고 겸연쩍게 웃고 선 내가 되어 섰다.

물 실은 논배미가 들킨 나를 보고 씨익 웃으며

부스럭거리고

그림자가 사라진 논두렁에는

잠재울 수 없이 갈기 세운 그 목소리 숨어있고

깊고 얕은 실개천으로 다림질 한다.

바람 불어제치는 겨울밤이면

솔잎 간질거리는 찬바람이

시린 내 가슴팍에 크고 작은 구멍 뚫어

첩첩 산을 드높이고 있어도

유리창문에 어리는 성에

친구 입김으로 녹아 지워지는 포근함이

투명하게 살아서 돋는 눈부신 고향 들판의 시간이 되어

둥글고 아득하게 몸을 감싸는 숨소리로

맨살에 붙은 햇살뭉치 되어 행복한 웃음 일구니

그러개,

故鄕하면 親舊, 친구하면 고향이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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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散文: 그럴 수도 있을까!?.……

  우리 짧은 인생, 살아가노라면, 비 내리고 바람 불고, 눈보라도 먹구름도, 험난한 인생살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고향 팔고 친구 팔아 떼부자 된 사람(놈?), 팔뚝에 힘살 돋고 고래심줄보다 질긴 목줄의 아망만 높은 사람(놈?). 그늘진 곳, 뒷길만 찾아서 살아가는 얌체들은 얼마나 많은가!……<어디나 살아가면 故鄕이다>란 말도 있지만, 우리가 말하는 고향의 원 뜻은 아니다. <故鄕을 떠나면 賤하다>고도 했다. 시인 김수영씨는 <고향은 노고지리 초록빛 꿈을 꾸는 하늘을 가졌다>라고 했다. 윤동주씨는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내 한방에 누웠다>고 했다. 중국 고사의 岑蔘(잠삼)은 <동쪽으로 고향을 바라보니 아득하기만 하여 두 소매는 눈물에 젖어 마를 날이 없다>라고 했던가!. 故鄕이란 이렇게 포근한 곳. 그러나 故鄕은 있어도 親舊가 없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서양 속담에 <나쁜 일이 생기면 친구는 없다>.<빵의 친구는 있어도 가난뱅이 친구는 없다>라고도 했지, <유쾌한 길벗은 마차처럼 좋다>던가? 우리 주변엔 親舊에 대한 아름다운 말들이 수 없이 많다.

<知音><竹馬故友> 등등, 친구의 유형도 많더라 ――. 나를 사랑하는 친구, 나에게 무관심한 친구, 나를 미워하는 친구, 그리고 마흔 살이 되어서도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이전에 사람을 사랑해 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영국의 속담에도 있지 않던가! <親舊의 손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잃은 것이 아니다>라는 그 말.― 오래 된 친구를 버리는 것은 열매를 팔아서 꽃을 사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유난히도 추웠던 이 겨울, 밤하늘에 떨고 있는 별들이 온 몸의 고통을 참고서 찬란한 별빛으로 온 누리에 푸르게 숨쉬고 쏟아내리니. 마른 잎 풀들이 달빛 별빛 금빛은빛 끈을 달고 새봄을 맞는 황홀한 푸른 눈빛 되어 흐르게 하는 그런 별 같은 親舊의 肖像畵를 그린다.(2010.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