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친구에게 주는 편지

시/竹把 차 연 석

 

오늘도

밤안개 머금은 산바람이 도회를 쓸고 올라

어슬렁 숲으로 숨구나

小署 넘보는 달이 어둠을 잉태하는 산 너머 산으로

어둠을 등에 엎고 나뭇가지 내리니

먼 人燈도 깊은 잠을 청하는지 입을 다문 밤

간간히 들리는 고라니의 재채기 소리는 기다림으로

길목을 트는 소리와도 같고

어둠이 왕등재로 오르던 길을 막아 人跡도 멎어

전신주에 걸린 불빛마저 氣를 읽고 숨죽여 조는데

벌레 몇 마리 머리로 박는다.

그리워서 그리워져서

내 나이 들어 철이 드는가

친구 따라 강남 가고

부모 팔아 친구 산다던 얄궂은 속담 물고

내 마음은 자꾸 고향으로 달린다.

막걸리 고추 파전에 노곤한 마음을

고향 여름 길바닥에 퍼질고 앉아

썰물 같은 세월의 얼굴을 그림으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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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7. 5)※왕등재: 경남 산청 금서면 소재 왕산의 고개. 등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