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鄕 정자나무

                            詩/죽파 車 連 錫

햇볕 깔린 개울둑을 따라

마을을 둘러 살피는 亭子나무를 본다.

몇 대가 때묻힌 肉身, 樹齡 300년

수백의 가지로 孫을 보아 하 많은 세월.

덕지덕지 부스럼 된 세월의 검버섯 씌었어도

강산이 사람이 몇 곱이 바꿨어도, 이 자리

내 자랐던 香氣는 그대로 그윽하다.

빛도 어둠도

有도 無도

세월의 秘密을 삼키고 서있다.

내 어린 시절

긴 여름 해는 어느덧 맥없이 지고 말아

별빛 받으며 나무 등 타고 올라

물속을 풍덩 뛰어내리던 기억으로

나를 웃옷 벗어보라고 한다.

지금

가물어진(旱) 겨울의 내가

비어있는 가슴, 비어있는 無時間,

나를 자유롭게 하는 시간, 좀 늦은 오후

흐르던 시간들을 붙들어 매고

나를 불러 세워놓고

둥글고 아득한 옛이야기들로

희끗희끗 말 없는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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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 메모: 설날을 맞아 고향을 찾았다. 고향마을 냇가의 3백 년 수령 포고나무는 거친 살결 무늬로 더덕더덕 부스럼 딱지 붙이고 서있다. 세월을 지고 온갖 풍상과 사연을 먹고 자란 나무. 마을이 길을 튼 역사, 조상들이 걸어온 발자취, 내 옷 벗은 비밀까지도 머금고 서있다. 故齡의 정자나무가 세월의 이야기로 나를 불러 세워놓고 말 없는 말을 한다.(2010.2,14설날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