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소식 드립니다.
킬리만자로 UHURU Peak 5,895m에 다녀왔습니다.
프리즘효과로 정상을 뚜렷이 잘 볼 수는 없었지만 몸을 가눌 수 없는
바람과 푸른 하늘, 화산모래와 자갈 그리고 분화구, 무엇보다 장엄한
만년빙벽이 책꽂인 듯 둘려서 있고 만년설에 둘려 쌓여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힘들고 추워서 오래 머물 수는 없었지만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관심 보여주시고 걱정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또 충고해 주신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탄자니아 아루샤에서 케냐 나이로비로 오는 버스가 문제가 생겨 비행기를 놓쳐
4일이나 나이로비에 머물다오느라 회답이 늦었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2009.1. 18일
킬리만자로를 향하여
시: 정 남식
지리산 한라산에서 시작한 산행은
몽블랑에서 알프스를
후지산에서 일본을
럭키산맥에서 아메리카를
히말라야산맥에서 아시아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칼라파탈에서 장엄한 에베레스트를 만나고 왔지요
이제,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를 향하여 가러합니다
최고봉 우후루피크를 생각하며
얼마나 많은 날들을 기다렸는지
고희의 길목에선 이 사람에게
킬리만자로의 정상을 허락할지
경건한 마음으로 다녀오겠습니다.
2009년 1월 03일 출발하렵니다.
08.12월 4일
킬리만자로 가는 길
시: 정 남식
땅만큼 하늘이 넓다는 것 알았다
태양보다 더 검게 탄 사람들
흙먼지 쌓인 마른대지 위에
풀을 찾는 가축을 지킨다.
가축이 사람을 지켜준다는 것을 그들은 안다한다
Kenya Nairobi에서
Tanzania Arusha 가는 길
Kilimanjaro 가는 길이다.
건기에는 풀을 마르게 하고
황량한 대지 위에 사막바람이 불어온다.
관목 사이로 강열한 원색 정통의상 Ganga가
푯대의 깃발처럼 펄럭이고
청동색 보석 빛 검은색 미소가
아- 여기가 아프리카
09.1.5
마사이족
시: 정 남식
구리 색 청동 빛 갈
화려한 장신구
칼과 창 겸한 무기 손에 쥐고
붉은 대지 위에 그림자처럼 우뚝 선 모습
처량한가? 외로운가?
아프리카 상징되어 길게
석양빛에 더욱 검구나.
아프리카는 자기들의 것
국적도 여권도 없는 그들
아프리카 주인이라 한들 누가 뭐랄까 만
문명에 젖어 돈을 받는 모습이
안타깝다하리
그러나 어쩌리.
오늘에 또 다른 마사이 모습인걸.
그들이 아프리카의 깃발처럼
오래 서있는 대지가
진정한 아프리카임을
09.1.17
우후루피크[Uhuru peak]
시: 정 남식
킬리만자로 정상 해발5,895m
높다하소서 아프리카 최고봉
만년설 채석장 바위처럼 펼쳐진 얼음벽
사방으로 둘러있어 장엄함이
파란하늘 눈부신 태양으로 아지랑이 낀 듯
일렁거려 어지럽구나.
바람은 강풍이라 내 몸 가누기 힘들고
따갑도록 찬바람 마실 물 꽁꽁 얼어
밤새워 올라온 몸 목추길 수 없어
가쁜 숨 몰아쉬며 하산길 재촉하네.
고산병 두려워하며 올라온 3.5일 체력으로 이겨가며
남은 여력 버텨내며 하산 길 1.5일
5일 만에 겪어야하는 4계절 변화
짧은 일 년 지난 듯 얻었구나.
멀리보고 높다하고
올라보고 위대하다 하소서
찾을 때 탄자니아
기억할 때 아프리카라 하소서
09.1.16
에베레스팅 꽃(영혼의 꽃)
시: 정 남식
풀도 이끼도 자랄 수 없는 쓸쓸한 고산평원
바람에 밀려온 구름 잦아지는 곳
하얀 풀 에베레스팅이 자생 한다오
송이구름 모습으로 지천으로 자라
생명의 땅 이루어 하얗게 노랗게 꽃피운
기적 같은 꽃 그 군락지
서릿발 같은 밤 냉기 이겨온 생명력
지구 가장 높은 곳에 꽃피워
멀리 우주로 행하니
우주 꽃이라 하고 싶구나.
킬리만자로 우후루피크 가는 길
황량한 화산흙 돌밭 길 멀고 힘들어도
이 꽃 있어 즐겁고 행복했으니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객이여
에베레스팅처럼 강인하고 인내 하소서
지쳐 돌아오는 길 잠시 잊고 지나쳐도
외롭고 청순한 순백의 자태
영원의 꽃 에베레스팅 오래 기억하리.
09.1.10
호롬보산장을 떠나 만다라산장을 향하는 하산 길에
세렝케티 사파리
시: 정 남식
숲과 초지와 호수가 있는 탄자니아 세렝케티
공간의 제한도 우리도 없다
사파리를 위해 흙길이 있을 뿐
야생동물이 풀을 얻기 위해 물을 얻기 위해 고기를 얻기 위해
생존 그 자체를 위해 살아간다.
사람은 사파리차를 타고 길 따라 그들의 생존을 구경한다.
오늘도 기린은 긴 목을 뻗어 나뭇잎을 잘라먹고
코끼리는 나무를 넘어뜨려 껍질을 벗겨먹기도 한다.
사자는 배가 불러 피 묻은 발을 핥으며 그늘아래 졸고 있다.
치타는 어디에서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얼룩 말, 물소, 누우, 임펠라, 원숭이, 타조 등 초식동물은 풀을 즐긴다.
숲속의 온갖 새들과 공중을 선회하는 맹금류들은 부지런히 또는 여유 있게 비행을
한다.
건기가 와서 풀이 마르면 이들은 모두 떠나고 말 것이고
사파리 차는 오지 않을 것이다
해질 무렵 시원해지면 오늘도 세렝케티는 바쁜 하루가 될 것이다
자연 속 생존투쟁은 이 숲속 어디에서나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디 이 곳 뿐이겠는가?
아프리카 어디서나 세렝케티 인 걸
09.1.9
응고로고로
시: 정 남식
풀을 따라
초식동물과 야수가
가축 따라 사람이
모여 있는 평원
평화와 긴장이 지구촌 같구나.
사파리차를 탄 관광객은 단지 손님
오든 말든 가든 말든
풀과 숲은 자라야하고
풀을 뜯어 먹어야하고
잡아먹어야하고
먹혀야 사는
마실 물이 풍부한 광활한 분지
문명이 거추장스러운 태고의 지구 모습
사자집단이 물소를 노린다.
치타가 바람을 안고 멀리 주시한다.
삶과 죽음이 뒤섞인 거대한 무대 응고로고로
남겨놓은 하얀 뼈가 흔적을 지워간다
09.1.10
응고로고로 사파리를 끝내고
알몸되리니
시: 정 남식
삶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질 때
검은 대륙 아프리카를 생각하라
응고로고로 에는 문명은 없다네.
세렝케티에 삶의 무게는 없다네.
킬리만자로 정상에는 지구의 원초적인 모습만 있다네.
고민할 욕심도
미워할 상대도
못 끊을 인연도 없다네.
찌든 몸 하나 온전히 내려놓을 자리도 없다네.
텅 빈 마음 가벼워
깃털 하나 달아 날려 보내면
언젠가 돌아갈 세상의 종착점 같은 그 곳
그래도 문명의 껍질 다 벗어 던져지지 않거든
우후루피크 만년설 스친 강풍에 내 놓아보이게
자연 속 알몸되리니
09.1.18
킬리만자로를 생각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