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달집 한 채

                                   詩/竹杷 車 連 錫

골이 깊어 유들골이라고 했던가

南冥先生남명선생 병풍 깔아 글을 읽던 곳

산음골 가던 장길 고갯길 높고 멀어

한 말 밤을 까서 먹어, 그제서야 넘는 잿길

밤머리고개라 이름 달았던 숨 가쁜 고갯길 넘어서

첫 동네

지는 해 업었다고  西村서촌이라 하였다나(?)

검은 전설처럼 산그늘 고인 외딴집

풀숲은 키를 재고

담을 넘어서 느직한 가을 홍시 몇 알

고즈넉한데,

때 늦은 계고장마냥 길을 묻는다.

이름 새긴 標識石표지석 검은 돌이 가을바람을 쓰고

나를 맞아 우뚝 선다.

곰 잡는 밤 되면 어둔 눈 비벼가며

건넛마을 수저소리나 세워 듣는 응달집 한 채

평생을 이웃하고 살아온 산마루에

가을해도 빗겨서 술래 잡고 놀다가

꽃처럼 멀리서 웃다가

응달집 한 채 손등에 놓고 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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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 노트: 산청읍에서 대원사로 가는 길. 밤머리고갯길 너머 첫 동네 응달진동네--西村--.

          외딴집 한 채, 담장을 넘은 붉어가는 감홍시가 지는 해를 넘본다.(2009.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