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

 

 

                                          글/竹杷 車 連 錫

 

 

산에서 사는 하루가 분주하다.

남들은 

풀잎을 따는 여유로운 즐거움이라지만,

봄이면 씨알을 고르다가

어느새 가을 되어

빠알간 열매를 담는다.

한 알 한 알, 땀으로 맺은 보람.

이것이 사는 것인가, 즐거움인가,

부른 배를 쥐고 숲속에 숨은 해를 찾아

바람을 업은 내 하루가 되어

산을 딛고 섰다.


외진 숲속에서 잘려진 나무들을 본다.

잔인하게, 톱으로 도끼로 잘려진 나무들

아직도 나이테 선명하고 송진향 그윽한데

일말의 敵意적의도 없는 나무와 숲

黙黙不答묵묵부답, 아낌 없이 주는 즐거움 되구나.

살아서 꽃과 열매, 푸른 그늘 쉬게 하더니

어느 惡漢악한이 장작 패서 태웠을까

어느 無識무식이 佛像불상으로 새겼을까. 裝木장목으로 다듬었을까.

어느 癡漢치한이 서까래 기둥으로 세웠을까.

…………


오랜 세월 죽었던 끌텅에선 파아란 이끼순을 뿜어내고

버섯까지 피게 하니

날짐승 산짐승도 산꽃이며 다람쥐도 풀잎 감아 뒹굴다가

늘어지게 하품하는 山川景槪산천경개가 바로 너로 하여금

평안함을 펴는구나.


燒燼供養소신공양, 殺身成仁살신성인,

너를 두고 한 말인 것을 모르고 살아온 내.

오늘 따라 산에 들어 숲을 보고 나무를 보고

자연과 인간이 하나인 것.

길목에 서서

바보 된 내가

자연으로 가는 길을 더듬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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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 노트: 가을산은 豊滿하다. 잘려나간 그루터기 나무를 본다.

                  인간은 자연을 벗어나 살 수가 없는 것을 것임을 배운다.(2009. 0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