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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것과 인간의 연줄, 그것이 緣(연)이려나 글/竹杷 車 連 錫 내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天賦의 緣으로 알고, 나를 달래고 말아야 하는가 싶을 때가 있다. 사노라면 매양 만족하고 즐거울 수만은 없는 것이겠지만. 때로는 수평의 인물이나 환경 그리고 조건 등과 견주어 좌절하기도 하고 소리 없는 울음으로 흐느끼기도 하는 때가 있으니 말이다. 이것이 모두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만다면 모두가 별 것 아닌 것도 같은 나름대로의 나에게 주어진 평화와 행복.…… 내 이렇게 태어난 것도, 내 이렇게 살아온 것도, 내 이렇게 부부로 맺어진 것도…… <구운몽>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성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의 그 울음소리는 「救我救我(구아구아)」였으니 곧 사람 살리라는 뜻을 담고자 한 것이라고도 했다. 갓 태어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듣는 사람에 따라 생각을 달리 할 수도 있을 것인데, '응아응아' 일 수도, '으아으아'일 수도 있을 것이다. 태어날 때의 첫 울음을 한자어로 굳이 말을 한다면, 呱呱之聲(고고지성)이라고 말하지 않던가. 그러나 우리 인간을 꼭 이렇게만 보아야 할 것인가. 어둠에서 처음 맛보는 밝은 세상의 새 아침을 歡喜(환희)라고 말할 수는 없을까. 더욱이 출산을 장려하고 있는 요즈음엔 산모나 집안, 그리고 국가적인 차원에서라도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어머니 품에서 소록소록 잠든 그 얼굴에서, 자라면서 옹알이하는 소리를 들을 때, 엄마의 젖꼭지 물고 배불러 잠든 아이의 그 얼굴에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孤獨이나 不安 따위는 아예 찾아볼 수 없고 웃음과 평화만이 있을 따름이다. 그 아이는 아버지 어머니의 깊은 사랑의 결실로 새롭게 태어난 귀중한 보배요, 그런 因緣으로 아니 그런 연줄로 세상에 태어나 父母子息間의 緣이 되어 존경과 사랑의 세상을 새롭게 열어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글에서 因緣이란 글의 생활적 표현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고 생명감을 주는 부드럽고 실감나는 어머니와 내가 하나의 끈이었던 탯줄이 생각난다. 탯줄과 연줄은 물론 그 근본이 다르다 탯줄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의 줄이라면, 연줄은 이 어둠 속의 이 줄이 끊김으로써 밝은세상의 연줄이 새로 맺어지는 또 하나의 소중한 이음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탯줄이 끊김으로써 고독과 불안에 싸이는 것이 아니라, 삶에 있어서의 연줄을 소홀히 하거나 잊어버림으로써 스스로 고독과 불안에 싸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사실, 삶에 있어서의 연줄을 무시하거나 망각한 사람은 자신을 고독하고 불안하게 만들 뿐 아니라 끝내는 그 연줄의 한 끝에 있는 사람까지도 고독하고 불안하게 만들게도 하는 것이다. 오래 전에 읽었던 어느 시인의 글이 생각난다. 그의 시편들을 모아서 엮은 <정이여 사랑이여>라는 책의 서두에서 因緣의 소중함으로 '연줄의 시'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기는 사랑의 연줄로 태어나 사람으로서의 성숙과 세상살이를 하는 동안 천 타래 만 타래의 수많은 연줄을 짓게 되는 것. 그 연줄들과의 얽힘에서 하루하루의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것. 이 같이 연줄이란 어쩔 수 없는 소중한 것이 아닌가하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고리는 연줄과 연줄로 이어져 맺은 인간관계를 갖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 연줄은 인간답게 살아가는 새로운 발전과 미지의 참모습을 찾고자 하는 인간 본래의 그것이 아니겠는가. 혈연, 학연, 지연을 무시하고는 살 수가 없는 것이 우리 인간인데….. 그러나 자신의 욕망만을 위한 수단과 방법, 내지는 도덕적 윤리도 정의도 사회질서마져도 팽개치는 변태적인 연줄로 이어가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연줄에 대한 바른 뜻에 대한 감사와 겸허, 미소로서 가꾸며 살아가는 아름다움이 있을 때, 사회는 밝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것. 바로 그런 연줄인 것.(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