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고양이

 


                                                 詩/竹杷 車 連 錫

 

 

산그늘 골목길 깔고 잠든 밤

어둠이 담뱃불을 키운다.

펼친 채 고여 있는 요한 黙示錄

내 머리맡에서 산속을 뿜는 山藥의 냄새 퍼지고

밤새워 창틀에 쌓이는 안개의 혀가 들락거린다.

키 큰 전봇대 外燈이 졸며 산바람에 머쓱한 아랫도리가

싸늘하게 외롭다.


子正을 흔드는 호르라기새가 휘파람 불고

一瞬 화살이 나르는 恐怖로

귀를 세우는데

해묵은 느티나무 아래로 뒹구는 달빛의 指紋을 남기고

안개의 居室 밖에서

고요히 떠는 예감의 비늘 흐르듯

숨소리도 없이

대문 없는 숲을 뚫고

불러주지 않아도

呪文처럼 그는 오간다.

몰래 든 도둑이 되어


쫓아도 쫓아도 잡히지 않는 바람처럼

炯炯한 달빛 속으로 외진 무서움이 살을 가르고

내 겁 먹은 얼굴에 痙攣경련을 일으키고는

그도 놀라 날 세운 불꽃등을 눈에 달고는

混沌의 늪으로 사라져 간다.

나도 밤도둑 고양이 되어 불 꺼진 밤을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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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 메모: 달빛은 흐려져 밤길을 더듬는 子正 넘은 시간,

               흰털 고양이 도둑이 들어 외론 寒氣가 드니, 혼자 지새는 밤을 엿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