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거리며 사는 내가
시/ 竹杷 車 連 錫
오늘도 할 일은 많은 것도 같은데 어정거리고 말았다. 사람이 그리워지기도 하여 쨍쨍한 햇빛 속으로 사람먼지 자욱한 틈새를 비빈다. 5일장 시골 풍경 騷亂소란스런 생동감 넘치는 俗物속물들의 人波인파 속을 머뭇거리다가 팝송 나부랭이 대중가요 판치는 땀냄새 침침한 곳에서 설탕물 저린 검은색 커피 메식거리는 속을 쓰려내리며 마셨다. 노곤한 초여름 햇볕을 끌고 걷노라니 한 평 남짓한 그늘 덮은 카세트 점포에서 핏셔 디스카우가 불렀던 슈베르트의 보리수가 녹슨 소리로 나를 멈춰 세운다. 아까 땀냄새 저려 대중가요 찢기던 소리 흐르던 그 집은 아닌데, 이 작은 집에서 포근한 감흥으로 다정스레 다가와 초여름 시골 장가 골목 좁은 길을 뚫고 가르니 엷은 화장 예쁜 女主人 그 얼굴로 볕바랜 내가 자꾸 눈이 간다. -------------------------------------- 詩作메모: 내 나이 몇인고도 모르고 사는 푼수같은 인간. 마음은 욕심일 뿐, 이럭저럭 하루를 지나다가 문득 사람소리 그리워 시골 장가로 내렸다. 지나가다가 지난시절 들었던 기억 속에 익은 그 노래에 걸음을 멈췄다. 들리는 노래가, 어쩌면 여주인의 아름다움 때문일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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