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안개 詩/竹杷 車 連 錫
화창한 봄꽃 더듬던 실안개가 비단 옷처럼 산을 휘여 감다가 고갯길 따라 재를 넘는다. 내 눈앞 우뚝 웅석산 돌틈 사이에 봄안개가 들여다 본다 산허리 잘린 산이 두둥실 뜨고 실속없이 구름처럼 안개처럼 살아온 내가 두둥실 뜬다. 구름도 안개도 잡히지 않는 허황된 세월 같은데, 안개, 저 산 허리감아 돌다가 해가 비쭉 솟으면 어디론가 사라지는 내 생의 旅路여로 같은 것 멀어져가는 그 숱한 얼굴 틈에 뿌옇게 겹쳐오는 세월들이 봄꽃 피우는 안개 속에서 피어오르다가 안개 걷히면 사라져갈 기억들. 봄비 젖은 산마루 허리께에 안개 비끼니 겨우내 움츠렸던 묏새 떼 조잘대던 소리도 산을 넘어서 새싹 돋는 마을 속으로 숨어든다. 봄안개가 열푸른 향수 되어 감나무 걸린 거미줄이 무수한 이슬구슬을 달고 번쩍거리는 고향집 골목길로 긴다. ---------------------------------------- 시작 메모: 봄안개 피니, 어린시절 고향마을 골목길 추억이 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