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墓標묘표 없는 고향 무덤의 추억 詩/竹杷 車 連 錫
벌거벗은 들판을 휑하고 돌다가 겨울을 녹이는 물소리 들리는 산길을 걷는다 고향 시냇물 소리 들리고 흐르다 쉬는 옹달샘을 본다. 도란도란 가득한 밤하늘의 별이 잠긴 곳 청춘의 불빛들로 이루어진 하늘을 보다가 쏟아지는 초저녁별을 건지러 옹달샘 물속을 들어도 갔던 추억이 바람에 일렁일렁 노을로 인다. 나는 그 때의 추억을 찾기 위해 지금 해가 머문 곳에 둥글고 따스하게 앉은 무덤. 삶을 껴안은 영혼의 밥그릇 닮은 무덤의 封墳봉분을 보며 서로가 부산을 떨며 산(生)사람들을 먹여 살릴 밥을 한 상 차려놓은 무덤 산자와 죽은 자가 연결된 밥공기 같은 삶의 포근함이 있는 곳 푸르고 푸른 무덤, 나를 감싸던 신성함이 숨 쉬고 있는 이곳을 들일하던 농부도 새참을 먹으며 조상과 후손의 이야기를 나누던 곳 남 몰래 사랑의 密會밀회를 감싸서 숨겨 주던 무덤. 친구와 함께, 노래하고 탄식하던 자취를 따라 나를 삼키는 이 深淵심연 속으로 천천히 걸어내려 간다. 언덕배기 숨 고른 무덤 사이에 뿌려둔 푸른 추억이 활활 피는 곳. 나는 지금, 墓標묘표 없는 고향 무덤 사이에 누워있다. ------------------------------------------------ 詩作 메모: 들길을 가다가 墓碑 없는 무덤을 본다. 고향마을 길가에 墓標 없는 어느 무덤에 얽힌 추억이 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