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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떠난 친구 詩/竹杷 車 連 錫
세월을 셈하기 싫어지는 나이 소년시절을 안고 긴 겨울 밤새 울던 바람이 그렇게 몇 채의 구름이 날카로운 신음소리 내며 지나갔다 투명한 아이가 되어 머릿속에 잉태된 추억의 껍데기로 회색의 아련한 기억들이 길로 산으로 헤매는데 반가운 친구 나를 부른다. 어제까지도 밤이 깊으면 깊을수록 머언 골짜기에서 노루 우는 소리 바람에 싸서 보내더니 눈이 내리다 말면 세숫물 받은 물이 쩡쩡 물통 중심으로 모여드는 얼음의 등 터지는 소리가 밤새도록 무서웠는데, 하행의 긴길을 미끄러져 온 친구 상행 꼬부라진 길을 기어서 온 친구 짧은 밤 고향 강수江水 너울치는 강둑을 따라 돌고 또 돌았다. 은빛 달이 강물에 담기고 靑綠의 그림자가 고향의 풍경으로 물들게 한 친구. 오늘은 훌쩍 고요한 흐느낌 되어 산을 넘은 친구. 묵계로 가버렸나 그 길 거들떠보지 않은 산길을 붙들고 친구가 버리고 간 바람을 주어서 노을 속 붉은 구름을 쳐다보고만 섰다. ------------------------- 詩作 노트: 오랜만에 찾아준 친구. 멀리 인천서 부산서 온 친구. 바람만 흘리고 하동묵계로 숨어버렸다. 불편을 덮어쓰고 섰다가 가버렸다.(2009.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