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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에 빠진 할멈 詩/竹杷 車 連 錫
고함소리 할아버진 싫어 두덕두덕 포갠 주름 저승꽃 촘촘 박은 얼굴 가을 들녘허수아비 새끼줄에 매달려 찢긴 함석조각 두드리는 둔탁한 목소리 할아버진 싫어. 세상을 맴돌다 이렇게 싫어졌나, 밖으로 한숨만 쉬다가 겉만 도는 황혼의 지팡이 휘어져 시름시름. 길을 잃어간다. 종사리 할멈은 구덩이에 빠져 살고, 자식 엉덩이 떠받고 젊은세월 살더니 늙어선 손자 발뒤꿈치만 옴싸는 지킴이 개가 된 할멈 그래도 할멈이 낫네. 강아지 내 강아지, 속 없는 호박 구덩이 아부로 살던 길도 잊고 집 나간 영감은 눈안에 없어도 호박꽃 잇몸 벌어지고 손자 속에 빠져 까맣게 썪고있는 호박구덩이로 토막난 말뚝세월 단내로 썩고나면 비 그친 뒤 할멈의 구름머리도 하얘지누나. 세상 밖 양지벽에는 쫓겨난 지팡이만 오글오글 나도 싫어진 할아버지 되니 그 속에 지팡이로 기우는 해를 보고 고개를 돌리는 할부지라네. --------------------------------------------- 詩作 메모: 손자놈은 부딪힐 때마다 꾸중만 하는 할부지를 싫어한다. 그래도 할머니는…… 나도 나이를 먹는다. 햇볕이 흐려만 보인다. 당신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