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산의 허리를 타고 오르니 詩/竹杷 車 連 錫
천왕봉, 웅석봉, 황매산이 마름모로 이은 산 산을 이고 가는 길이 무겁기만 한데 청솔 피는 연기 같은 안개가 길을 막는다 사람 발길 닿는 곳은 間伐간벌로 행사 치러 벌겋게 하늘구멍 뚫어있어 野生鳥獸야생조수 쫓아냈고 산허리 동강 내어 시멘트로 철갑을 하였으니, 野薄야박한 인심이 罪를 지은 내가 된다 사람 발길 뜸한 샛길을 가다가 옆에 선 철쭉꽃에 꽃망울 쓰다듬고 길을 물으니 고개만 살래살래, 난 모른다 그러기에 겨울바람에 씻겨 흔들리는 갈대숲을 보고 왕산을 오르는 길이 어디냐고 다시 물으니 白駒백구 꼬리 흔들면서 匕首비수의 잎을 세운다 나무도 숲도 말이 없는데 얼었던 계곡에서 겨울짐을 풀고 고단한 숨소리 되어 류위태 약수터로 바람이 숲을 비비며 저만치 길을 터 준다. 산을 넘고 계곡 지나 기어가는 뱀처럼 숲길을 따라 들어서니 봄바람에 잠 깬 산더덕이 봄내음으로 물씬 가랑잎 겨울 덮었던 산을 들어 들썩들썩 하르르 놀구름 비낀 하늘 보고파 눈을 뜨고 내민다. 여기가 산음골 韓方한방 藥草약초 캐던 류위태 발자국 소리 들리고, 허준의 동의보감 글 쓰는 붓끝이 필봉산 등을 타고 내린다. --------------------------------------- 詩作 노트: 왕산은 산청군 금서면에 위치한 해발 923미터의 산이다. 09. 02.28. 수철이란 마을을 가로 질러 왕등재 고갯길까지 험한 산길을 코란도차를 타고 올랐다. 차를 멈추고 다시 도보로 필봉산을 마주하는 왕산에 올랐었다. 이곳이 류위태가 한약을 캐던 곳이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