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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나는 새 詩/竹杷 車 連 錫
가을새 황금빛 잎을 물고 모롱이 숨어간 낙조를 따라 가다가 말없이 떠나버린 이웃을 헤아리다가 낙엽 속을 헤매다가 나는, 많은 것을 잃고만 있었던 가을. 행여, 이별을 나눈 낙엽만큼, 그 수만큼, 겨울새 무슨 뜨거운 소식이라도 앞세우고 새떼는 지금쯤 하늘을 출렁이며 찬바람 헤치고 있을까. 하루에도 한 치씩 그늘이 말라만 가는 겨울에 虛허진 손을 흔들어 두리벙거리다가 해를 놓친 내가 텅빈 하늘속 겨울새떼 어디 쯤 갔을까. 바람잔 뜰에서 하늘을 본다. 잔뼈시린 어린시절 겨울 총총히 자라던 그리움들이 수월찮은 언덕도 쉼 없이 넘던 그때 시절 꼬부라진 마음을 펴자고 여기, 겨울새 하늘너머 둘레를 살피며 씨를 거둬다가 서러운 목청창살에 스밀 때를 기다려 봄 되면 내 마음 흥건히 풀고 풀어 하늘 내려앉은 들판에서 겨울새 돌아온 그날을 나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