蟾津江流域 方言의 音素論的 考察


金  重  坤   


Ⅰ. 머 리 말


  섬진강은 한국 남부의 광양만에 흘러 들어가는 강으로서 전라북도 진안군과 장수군의 경계선인 팔공산에서 발원하여 북쪽으로 흐르다가 다시 마령면에서 남서로 흘러 임실군 강진면에서 관개용 저수지가 되고, 저수지의 하류에서 지류인 오수천을 합하여 곡성 평야를 만들고, 보성 근방에 이러러 보성강과 합류하여 전남 광양군 다압면을 옆에 끼고 경상남도 하동읍에 백사청송의 명승지를 만들어 놓고, 광양제철의 동맥이 되면서 유역 주민들의 생명을 이어주는 젖줄이 되는 동시에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조성해 왔음은 말할 것도 없고 온갖 희비애락의 전설을 담뿍 담은 채로 유유히 남해로 흐르고 있다.


  필자가 몇 년 전 하동종합고등학교에 재직 당시 학생과 학부형 지방민들과 대화가 시작되고, 위로 섬진강을 거슬러 이 강의 발원지인 팔공산까지, 아래로 강 따라 흘러흘러 광양만까지 오가면서 이 유역 방언에 귀가 솔깃한데서 동기 유발이 되어 본 주제를 설정해 보았다. 

  

  무릇 언어는 생동체라 할 만큼 잠시도 정지하지 않고 발달하여 간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같은 문자로 표현해 놓은 서적이라 할지라도 세종시대의 문헌을 읽으려면 읽기도 어렵거니와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곳이 허다하다. 그러한 점으로 추측해 불 때에 고려시대나 신라시대로 더욱 거슬러 올라간다면, 국어는 지금보다 사뭇 다르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다. 이것은 곧, 언어가 쉬지 않고 변화를 일으키며 발달하여 왔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언어의 발달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말을 주고받고 하는 동안에 자연히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 남들과 서로 대화를 하고 있을 때의 발음을 깊이 따져 보면, 누구의 발음도 규정대로의 아님을 알 수 있다. 비록 같은 말을 한자리에서 되풀이 한다고 해도 절대로 똑 같게 발음할 수는 없는 것이니,  누구의 발음에서도 우리귀로 들어서는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차이가 생기는 것이 예사다. 그 차이가 점점 한편으로 몰려서 색다른 발음의  경향으로 발전하여, 그것이 유행과도 같이 여러 사람에게서 나타나 세력을 얻어 가면 결국에 가서 말의 모양도 달라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옛날 ‘곶<花>’ 이라고 하던 것을 어느 사이에 ‘꽃’이라 하게되고, ‘나모<木>’ ‘플<草>’이라고 하던 것도 또 몇 세기 지나고 보니 ‘나무, 풀’로 변하였고, 이같이 발음이 달라져서 말의 소리가 변하는 것을 음운의 변화라고 하는데 이러한 변화는 항상 일어나고 있는 것이나 우리가 모르고 있다.


  필자가 이 주제를 설정하여 연구에 착수한 의도도 섬진강 유역 방언의 각 형태에서 音素나 음절의 변형 현상을 고찰하여 표준 음소와의 차이점을 발견함으로써 언어의 혼란을 방지하고 이를 순화하여, 정확하고 명랑한 언어생활을 영위하자는 데에 목적이 있다.

 

 

Ⅱ. 음소의 정의(音素의 定義)


   음소의 정의를 뚜렷이 내세우기 위하여 음성과 비교해 가며 고찰해 보기로 한다. 음성론에서의 음성이나, 음소론에서의 음소가 다 사람의 ‘말소리’ 이다.

  어떤 학자는 음성학 음소론과 상호 유사한 점이 대단히 많다고 한다. 음성과 음소를

 “큰 조건아래서 보면 다 같이 사람의 소리요 언어음인 점이 공통하다”라고 하여 음성과 음소가 다 같이 말소리인 사실을 들어 그 공통점을 지적하였다.


  소리는 모든 물체의 진동이므로 세상소리의 종류는 한량없다. 특히 발성기관을 가지고 있는 동물계의 소리만 하더라도 무한량이다. 그러나 음성학이나 음소론에서 이런 따위의 소리를 연구 대상으로 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발달된 동물의 소리나 사람의 소리 중에도 기침소리, 재치기, 혀 차는 소리 같은 것은 성음연구의 보조적 관찰로서는 필요할지언정 그 자체는 연구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예리한 발성기관을 가지고 우의적으로 분절되어 나오는 사람의 말소리만이 음성학, 음소론의 연구 대상이 된다. 음성학 및 음소론의 대상이 말소리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은 “말소리”에서 음성도 음소도 다 포함된다는 뜻이니 우리는 여기서  음성도 말소리요, 음소도 ‘말소리다’라고 할 수 있으며 양 자가 다 ‘말소리’란 점이 양자 간에 공통된다는 것이다.


  다시 음성과 음소의 공통점을 언어 고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말의 구성이 형식면과 내용면으로 이루어 져 있음은 이미 주지하는 바이다.

  음성이나 음소가 다 같이 언어 구성요소의 하나인 형식면에 속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내용면에 話者, 聽者간에 전달되는 의식 내용인데 비록 음성에 비하여 음소가 더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존재라고 하더라도 언어 구성에서 형식과 내용을 가른다면 형식면에 들 것이지 결코 내용면에 들지는 않는다. 즉 음성이나 음소가 다 같이 음 결합에서의 최초 단위란 점이 공통된다.

  일정한 관점에서 일정한 방법을 가지고 어떤 사물을 차츰 차츰 나누어 갈 때 그 관점과 방법에 비추에 이 이상 더 나눌 수 없는 정도의 낱덩이를 이르게 된다. 이것을 단위라 한다. “먹다”의 음소 위주의 관점에서 보면<ㅁㅓㄱㄷㅏ>는 <ㅁㅓㄱ> 과 <ㄷㅏ>로 나누어져 제각기 결속되어 두 덩이로 나타남을 알거나 다시 발성 기관과 분절 운동을 자세히 살펴보면 각 덩이는  최소 단위가 아님이 눈에 뜨인다.

  <ㅁ,ㅓ,ㄱ, ㄷ,ㅏ>와 같이 더 나눌 수 있으니 곧 다섯 소리가 되었다. 이 하나 하나의 낱 음을 경우에 따라 음소라고도 하고, 음성이라고도 한다.


1. 임의 변이음


몇 가지 음성들 중 임의로 변이음이 될 수 있는 것을 든다면 다음과 같다.

<ㅎㅓㄴ ㅂㅓㅂ>→<ㅎㅓㄴ ㅃㅓㅂ>

<ㅡㅣ ㅅㅏ>→<ㅣ ㅅㅏ>

<ㅜㅣ>→<ㅜ>

<ㄴㅏㅁ ㅂㅣ>→<ㄴㅐㅁ ㅂㅣ>(표준어로 됨)

<ㅁㅗ ㄱㅗㅣ>→<ㅁㅗ ㄱㅐ>

<ㄱㅗㅏ ㅣㄹ>→<ㄱㅏ ㅣㄹ>

<ㅐ ㅂㅓㄹ ㄹㅔ>→<ㅔ ㅂㅓㄹ ㄹㅔ>

위 말의 임의 변이는 하동을 중심한 섬진강 유역뿐만 아니라 경남지방 일원에서 이렇게 발음하고 있다.

 

2. 모음 장단에 기인된 경우


  장모음은 두 단모음의 음소 연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화자들 중에는, 어떤 화자에게는 장모음으로 발음되는 단어가 다른 사람에서는 장모음으로 쓰지 않는 것이 있다. 그로 하여 한 형태 내에 장모음을 포함하는 대부분의 단어는 단음 변형을 갖게 된다. 몇 가지 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다.

 

  <시장(市長)>→시:장(O) 시장(X)

  <계집(女)>→계:집(O) 계집(X)

  <새집(新家)>→새:집(O) 새집(X)

  <거리(距離)>→거:리(O) 거리(X)

  <말(言語)>→말:(O)  말(X)

  <눈(雪 )>→눈:(O) 눈(X)


3. 문법적 획일성에서 벗어난 변형


  “러”위에 “ㄹ"이 덧붙어 ”으ㄹ려“로 동요되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는 (O)을 표준어로 삼고 있다.


  가려고(去)<O>   갈려고<X>

  먹으려고(食)<O> 먹을려고<X>

  떠나려고(離)<O> 떠날려고<X>

  오려고(來)<O>   올려고<X>

  하려고(爲)<O>   할려고<X>


즉 가려고(去)<O>의 이유


  가  려 고

        ↳ 어미(받침 없는 동사 어간에 붙어서 장차 하고자 하는 뜻을 나타내는 끝맺지 않은 어미)

   ↳ 어간

   

   칼을 갈다 :  갈   려 고 <O> 가 려 고<X>

               어간  어미        어간이 아님    

   입에 물다 :  물   려 고<O>  무 려 고<X>

               어간  어미         어간이 아님


4. 관습에 인한 변형


  음소나 문법적인 관계가 아니고, 단순한 관습으로 인한 변형이 생기는 말

  다리다(熨) <O>   대리다<X>

  당기다(引) <O>   댕기다<X>

  만들다(製造)<O>  맨들다<X>

  하고(爲)<O>      허고<X>

  네가(爾也)<O>    니가<X>

  제가(我也)<O>    지가<X>

  동네(洞)<O>      동내<X>

  모레(明後日)<O>  모래<X>

  벼루(硯)<O>      베루<X>

  저고리(上衣)<O>  저구리<X>

  겨울(冬)<O>      겨을<X>

  달걀(鷄卵)<O>    달갈<X>

  보름(望)<O>      보롬<X>

  스물(二十)<O>    시물<X>


5. 1989년 3월 1일 전까지 표준어로 써 왔던 단어가 군민들의 사용 빈도에 따라 달라진 문법적 변형


  두 가지로 구별하여 적던 다음 말들을 한가지로 적는다.


     (ㄱ을 취하고, ㄴ을 버린다)

     (ㄱ) 맞추다(입을 맞추다.  양복을 맞추다)

                     <O>            <X>

     (ㄴ) 마추다(양복을 마추다)

                        <X>

  다음 단어들은 의미를 구별함이 없이, 한 가지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는다.

     

    (ㄱ을 표준대로 삼고, ㄴ을 버린다)

    (ㄱ) 돌(생일, 주기)<O>

    (ㄴ) 돐<X>

    (ㄱ) 빌리다(빌려 주다, 빌려 오다)<O>

    (ㄴ) 책을 빌어 왔다<X>

    ※ "용서를 빌다”는 “빌다”임

       과거는 빌리다(貸), 빌다(借)로 구별하였으나, 지금은 “빌리다”로 통일함.

  

  다음 단어들은 “ㅣ” 역행동화가 적용된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ㄱ을 표준어로 삼고, ㄴ을 버린다)

  (ㄱ) 냄비(鍋)<O>  (ㄴ) 남비 <X>


Ⅲ. 맺은 말


  이상으로 섬진강 유역에서 쓰이고 있는 국어에 나타난 변형 현상 증 및 가지의 예를 들어 변동의 실태를 고찰하여 보았다. 이것 이외에도 모음 변형, 자음 변형, 억양 등 많지만 지면 관계로 네 가지만 간략하게 들어 보았다.


  아무튼 국어 교육 또는 언어의 순화라는 견지에서 볼 때 조속히 표준음을 정하여 여기에 입각하여 국어 생활이 영위되고, 국어 교육이 행하여져야 할 것은 물론이나, 이 표준음을 정하려면, 사용빈도에 대한 공정하고도 정확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여기에 대한 조사가 되어있지 않다. 그러므로 변형 어휘에 대한 시급한 조사가 실시되어야 할 것을 주장한다. 이 문제는 국어 교육 또는 국어 생활의 기초 과업이니만큼 국어학자, 대학교수, 초중등 교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이 연구에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