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동학 조직과 4월 기포

  

   이중에서 세력이 강한 곳은 진주지역이었다. 당시 진주는 지금의 덕산까지 포함되어 지역이 넓었으며 4월 하순에 최초로 기포한 곳도 진주 덕산이었다. 이 첫 번째 기포에 대해서 세 가지 기록이 있다.

  [천도교 창건사]에는 “백락도…, 신사의 명교를 승하여 각 군 대접주 수십 명으로 더불어 기포하였다가 관군에 피살된 뒤……”라 했으며

  [천도교회사 초고]에는 “손은석은 제도인으로 교남 각 군에 기포케 하니 진주 영장 朴熙房이 민포 3백명을 모집하여 30여 도인을 참살하고……”라 했다.

  그리고 1908년경 진주교구에 근무했었던 黙庵 申鏞九(후에 교령 역임)는 [신인간]에서 다음과 같이 증언 하였다.

“임진년(1892)에 白樂道(삼장면 당산리 사람)씨가 전북 장수군에 있는 劉海龍으로부터 도를 받고 돌아와 포덕에 종사. 진주를 중심으로 점차 퍼져 갔던 것이오. 갑오 동학운동당시 경상도에서의 활동 상황을 3월 기포와 9월기포로 나누어 말하겠소. 3월 기포는 전라도 고부기포의 소식을 듣고 백낙도씨가 동학도 인을 규합하여 기포를 준비 중 4월에 산에 숨었다가 진주 영장 박희방에게 체포되어 장날 장꾼들 앞에서 형을 받고 죽었소”라 했다.


  [주한 일본공사관 기록]에는

  “지난달 진주 지방에서도 인근 각지의 동학당이 봉기하여 불온한 상태였지만, 얼마 되지 않아 진정되어 거괴인 백도홍을 비롯한 30여명의 난도가 포박되어 그 후 무사하게 되었다. 이곳 영장은 민병 천여 명을 모아 시끄러움에 대비하고 동학도인 백도홍을 덕유에서 붙잡아 즉시 효수하고 나머지 도당 수십 명을 감옥에 가두었기 때문에 잠시 진정되었음.”이라 했다.

  오횡묵의[慶尙道 高城 府叢鎖錄]기록에는 甲午4월 7일에도 “진주 덕산이 소굴이라고 여러곳에서 어지럽게 나돈다.” 했으며 4월 21일에는 “영장 朴熙房이 병졸을 끌고 덕산면으로 가서 동학 괴수 백도홍과 종괴 두명을 잡아 처형하고 나머지 당류 수천 명은 효유하여 해산 시켰다.”고 했다.

  [東匪討論] 4월 26일자 경상우병사 서목에 따르면,

  “백도홍을 협잡 죄인으로 몰아 이달(4월)15일에 梟首警衆했다.” 한다. 아마도 4월 15일경에 체포하여 15일에 처형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진주 지역의 기포는 4월 10일경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栢谷誌] 甲午抄에는

  “진주인 白樂道는 본시 무뢰자로서 濟遇에게 學하여 일조에 善士가 되어 도리를 지키고 도를 가르쳤다. 진주에는 그로 인해 學한 자가 수천에 이르며 孫雄拘가 대표적으로 알려진 사람이다. 웅구의 제자로는 高萬俊, 林正龍, 林末龍이 으뜸이고 그 나머지도 헤아리가 어렵다.”고 했다.

  1894년 4월 현재 진주지역의 동학도가 천명이 넘었음을 알 수 있다. 영장 박희방이 일갈에 1천여 동학도가 일시에 귀화했다고 믿어지지 않는다. 비록 대접주인 백낙도와 그의 종자 몇 사람이 희생당했다고 그 밑에 있던 손은석을 위시하여 고만준, 임정룡, 임말용, 등 쟁쟁한 제자 접주들이 고분고분 관의 효유에 주저 않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상감사의 4월 27일(양5월 31일)자 전보에는 “앞서 동학 괴수 白弘錫을 죽였는데 동학도 수만 명이 진주에 들어와 성중을 시끄럽게 했다하니 민망스럽다.”고 했다. 백도홍의 처형으로 오히려 사태가 악화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백도홍의 처형에 격분한 동학도들인 대접주 손은석 등이 진주에 쳐들어가 항의 소동을 벌였던 것이다. 이 항의 소동은 4월 26일경에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는데 신변의 위험을 느낀 영장 박희방은 잽싸게 도망쳐버렸다. 수천명의 동학도를 어찌할 도리가 없자 우병사 민준호는 동학도와 타협, 위기를 넘긴 것으로 추측된다. 이때 우병사 인 민준호는 후에도 동학을 도와주었을 뿐만 아니라 영호대접주 金仁培가 진군할 때에도 성문에 나와 맞아들인 인물이다.


  진주 지역의 4월 기포는 백낙도 대접주의 희생으로 시작했으나 동학도 수천 명이 진주로 처들어가 항의하자 영장 박희방은 도주하고 우병사 민준호의 타협으로 이후 별다른 충돌없이 넘길 수 있었다. 이 4월 기포는 진주 지역에 국한된 것으로 관의 묵인아래 동학 활동은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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