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A. 발췌요약


  1. 노년이라는 우리에게 닥친 공통의 짐을 자네와 나 자신을 위해 가볍게 만들고 싶기 때문일 세. 자네가 매사에 그러하듯이 그 점도 절도 있게 그리고 견뎌내고 있고 또 견뎌 낼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하지만 말일세.


  2. 아무 것도 갖지 못한 아들에게는 인생의 모든 시기가 힘겨운 법이지. 하지만 좋은 것을 모두 자신에게서 구하는 이들에게 자연법칙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는 그 어떤 것도 불행으로 보일 수 없네. 특히 노년이 그 중 하나인데 모두들 노년에 도달하기를 바라면서도 일단 도달하고 나면 비난을 하니, 이 얼마나 어리석고 모순되고 이치에 어긋나는가!


  3. 노년에 관한 최선의 무기는 학문을 닦고 미덕을 실천하는 것이네. 미덕이란 인생의 모든 시기를 통해 그것을 잘 가꾸게 되면 오랜 세월을 산 뒤에 놀라운 결실을 가져다준다네. 왜야하면 미덕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결코 우리를 저버리지 않을 뿐 아니라, 훌륭하게 살았다는 의식과 훌륭한 일을 많이 행했다는 기억은 가장 즐거운 것이 되기 때문이네.


  4. 그분은 연세가 높았는데도 마치 젊은이처럼 전쟁을 수행했고, 철없이 날뛰는 한니발을 끈기로 지키게 만들었다네. 그에 관한 내 친구 엔니우스는 이렇게 찬양했네.

        한 사람이 지연 전술로 우리를 위해 조국을 구해주었으니,

        그는 세간의 평판을 조국의 안전보다 우선하지 않았도다.

        하여 그의 영광은 세월이 갈수록 찬연히 빛나는 것이다. 


  5. 노년이 비참해 보이는 네 가지 이유를 발견하게 되네. 첫째, 노년은 우리를 활동할 수 없게 만들고, 둘째, 노년은 우리의 옴을 허약하게 하며, 셋째, 노년은 우리에게 거의 모든 쾌락을 앗아가며, 넷째, 노년은 죽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이 과연 얼마나 타당하고 옳은 것인지 살펴보도록 하세.


  6. ‘노년은 우리를 활동 할 수 없게 만든다.’ 고 했던가.

     큰일은 체력이나 민첩성이나 신체의 기민성이 아니라, 계획과 명망과 판단력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네. 그리고 이러한 자질들은 노년이 되면 더 늘어난다네. 가장 위대한 나라들이 젊은이들에 의하여 전복되고 노인들에 의하여 지탱되고 회복되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네. 한창때의 젊은이들은 경솔하기 마련이고, 분별력은 늙어가면서 생기는 법이라네.


  7. ‘기억력이 떨어진다.’ 고 했던가.

     기억력은 훈련하지 않거나 날 때부터 아둔하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들판의 농부들이 앞으로 1년도 못살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네.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이 자신들에게 조금도 이득이 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는 일에도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일세. 시인 스타티우스가 자신의 희극『죽마고우』에서 말하고 있듯이, ‘그는 다음 세기에 이익이 될 나무들을 심고 있을 것이오.’ 그 농부는 노인인데도 불구하고 대체 누구를 위해 씨를 뿌리는 것이냐고 묻는 사람에게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네. “불사신들을 위해서지요. 그분들은 내가 이런 일들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아 후손에게 전해주기를 원했으니까요.”


  8. 노인은 성가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즐겁다네! 노년은 해이하고 게으른 것이 아니라 바쁘고 언제나 무엇인가를 행하고 실천에 옮긴다네. 이미 알고 있는 지식에 새로운 것을 더 배우고 오랜 갈증을 식히려는 것처럼 열심히 하고 싶은 것을 배운다네.


  9. 노년이 되어 열성적인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훈련시키고 온갖 종류의 과제와 임무에 대비시킬 수 있는 그런 능력조차도 우리는 노년에 남겨두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겠지?


  10. 인생의 走路는 정해져 있네. 자연의 길은 하나뿐이며, 그 길은 한번만 가게 되어있네. 그리고 인생의 매 단계에는 고유한 특징이 있네. 소년은 허약하고, 청년은 저돌적이고, 장년은 위엄이 있으며, 노년은 원숙한데, 이런 자질들은 제철이 되어야만 거두어들일 수 있는 자연의 결실과도 같은 것이라네.


  11. 사람들은 노년에 대항해야 하며, 노년의 약점을 근면으로 벌충해야 하며, 마치 질병에 대항해 싸우듯 노년에 대항해 싸워야 하네. 그리고 건강을 고려해야 하며, 적당한 운동을 해야 하며, 체력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강화할 수 있을 정도로 음식물을 섭취해야 하네. 몸만 돌볼 것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을 더 돌보아야 하네. 노인 같은 데가 있는 젊은이를 좋아하듯이, 젊은이 같은 데가 있는 노인을 좋아한다네.


  12. 노년에는 감각적 쾌락이 없다는 것이네.

     세월이 정말로 젊은 시절의 가장 위험한 약점으로부터 우리를 해방해준다면, 그것은 세월이 우리에게 주는 얼마나 멋진 선물인가! 자연이 인간에게 준 疫病가운데 쾌락보다 치명적인 것은 없다고 퀸투스 막시무스가 말했다네. 쾌락은 심사숙고를 방해하고, 이성에 적적이고, 마음의 눈을 멀게 하고, 미덕과 함께하지 않기 때문일세.


  13. 노년이 되어 쾌락을 그다지 바라지 않는 다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 오히려 극구 칭찬 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라네.


  14. 마음이 성욕과 야망과 투쟁과 적대감과 온갖 욕망의 戰役을 다 치르고 나서 자신 속으로 돌아가, 자신과 산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리고 마음이 연구와 학문에서 영양분을 섭취 할 수 있다면, 한가한 노년보다 더 즐거운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네.


  15. 농경의 즐거움은 노년에 의해 방해 받지 않을뿐더러, 내가 보기에, 賢人의 삶에 가장 잘 어울는 것 같네. 그러한 즐거움은 대지와 거래를 하는데, 대지는 지불 명령을 거부하는 일 없이 자신이 받은 것을 가끔은 적은 이자를 붙여, 대개는 높은 이자를 붙여 되돌려주기 때문일세.


  16. 밭갈이를 즐기던 그들의 노년이 비참했을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농부의 생활보다 더 행복한 생활은 없는 것 같네. 그는 농사를 지음으로써 전 인류의 유익한 봉사를 할뿐더러 거기에는 또 내가 앞서 말한 즐거움도 있다네. 그리고 또 농사는 인간들을 부양하고 신들을 공경하는데 필요한 온갖 물건을 넉넉하고 풍부하게 대준다네.


  17. 권위란 높은 관직을 역임한 뒤 노년이 되어서야 생기는 것인데, 청년기의 모든 감갇적 쾌락보다 더 값진 것이라네.


  18. 내가 칭송해 마지 않는 것은 어디까지나 젊었을 적에 기초를 튼튼히 다져놓은 노년이라는 점을 명심해두게나. 여기서 내가 전에 모든 청중의 동의를 받으며 말했듯이, 말로 자기 변호를 해야할 필요를 느끼는 노년은 불행하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네. 백발이나 주름살로 갑자기 권위를 앗아 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네. 권위란 명예롭게 보낸 지난 세월의 마지막 결실이 때문이네.


  19. 과일이 설익었을 때에는 따기가 힘들지만 농익었을 때에는 저절로 떨어지듯이, 젊은이들에게서는 폭력이, 노인들에게서는 완숙이 목숨을 앗아간다네. 그리고 내게는 이런 ‘완숙’이란 생각이 너무나 즐거워, 내가 죽음에 더 가까이 다가 갈수록 마치 오랜 항해 끝에 마침내 육지를 발견하고는 항구에 입항하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네.


  20. 노년의 한계는 정해져 있지 않네. 누군가 맡은 바 임무를 능히 수행할 수 있고 죽음을 무시할 수 있다면 그는 노년에도 계속해서 살 권리가 있네. 죽음을 무시할 수 있는 까닭에 노인들은 젊은이들보다 더 대담하고 용감해지는 것이네.


  21. 불사의 신들이 영혼을 인간의 육체에다 심은 것은 하늘의 질서를 관찰하며 자신들의 절제 있고 일관성 있는 생활 방식을 통하여 그러한 질서를 본받게 될 수호자들을 대지에 주기 위함이라고 나는 믿네. 내가 이런 믿음을 갖게 된 것은 이성과 토론 덕분이기도 하지만, 가장 위대한 철학자들의 명망과 권위 덕분이기도 하네.


  22. 퀴로스는 말했네. “나를 신처럼 공경하라. 하나 내 영혼이 육신과 함께 죽게 될 것이라면, 그래도 너희는 이 아름다운 우주를 보존하고 지배하는 신들을 공경하는 마음에서 나에 대한 기억을 경건하고 엄숙하게 간직하게 되리라.”


  23. 노년이 네게는 가벼우며, 짐이 도지 않을 뿐 아니라 즐겁기까지 한 것이네. 영혼은 불멸이라는 내 믿음이 실수라면 나는 기꺼이 실수를 하고 싶고, 나를 즐겁게 해주는 이 실수를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빼앗기고 싶지 않네. 자연은 다른 모든 것에도 그렇지만 삶에도 한계를 정해놓았기 때문일세. 그리고 노년은 인생이란 연극의 마지막장인 만큼 거기서 기진맥진 하는 것은 피해야 하네.  



B. 요약부분에 대한 독후감


   이제 고희를 코에 붙인 나의 방송대학생활의 보람과 긍지를 값지게 만들었다.

   내가 1994년부터 방송대학에 입학하여 전산, 법학, 중문, 미디어영상, 국문학과 등의 많은 학과에서 나름대로 필요했던 전문지식을 바르게 얻고자 노력했던 지난 14년여의 세월이 나의 영혼을 완숙하게 한 일이었음을 확인한 셈이다.


   “여보게 친구! 우리 방송대학에서 컴퓨터기초를 바르게 배워보세!” 했던 때가 1993년이었다. 학원에서 비싼 수강료를 내고 몇 달을 배워보았으나 도무지 체계를 세울 수가 없고 산만한 부분교육은 응용능력을 기를 여지가 없었다. 결국 6개월여를 허송한 셈이다.


  이듬해 방송대학 전산학과에 입학하여 아들 손자 같은 학우들과 어울려 본 과제물을 제출하는 지금까지 지내온 세월이 바로 팔순의 노인 카토가 토하는 열변과 조금도 다른 것이 없는 아름다운 노년의 보람인 것이다.


 ‘하늘에서 유래한 영혼은 가장 높은 거처에서 내려와 말하자면 그것의 신적이고 영원한 본성과 맞지 않는 장소인 지상에 묻혀 있는 셈’이라는 말은 내가 뒤늦게 입도한 천도교의 핵심을 그대로 나타내준 영감이고 보니, 책을 읽는 시기도 인생의 주기에 맞추어야 한다는 진리를 느끼게 한다.


  나의 노년은 버림받거나 무시당하거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되며, 완숙한 의무로 인생의 보람된 마감을 위해, 영혼의 안식처를 위한 미래의 봉사까지 완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앞서기도 한다. <국문3. 이진원>  

 

C. 우정에 관하여


1.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우정을 그 어떤 인간사보다 우선시하라고 권하는 것뿐이네. 우정처럼 자연스러운 것은 그 어떤 것도 없으며, 행복할 때나 불행할 때나 우정만큼 적절한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네.

  먼저 우정은 선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는 말을 해두고 싶네.

  나는 이에 대해,

  결국 지혜롭지 않으면 아무도 선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처럼 너무 꼬치꼬치 따지지는 않겠네. 그들의 그러한 태도는 매우 섬세하고 논리적으로 옳을지 몰라도 사회생활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네. 게다가 그들의 주장이 옳다 하더라도 그들이 말하는‘지혜’란 일찍이 어떤 사람도 이룬 적이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라네.


2. 진정한 우정은 인척관계보다 더 힘이 있네. 인척 관계는 善意없이 존재해도 우정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네. 우정에서 선의가 빠지면 우정이라 할 수 없지만, 인척관계는 선의가 빠져도 존속하니까 말일세.

  우정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자연이 인간들 사이에 맺어준 인연은 부지기수인데 반해 우정이란 것은 호감에서 그것들을 모두 능가할뿐더러 선택적이고 한정적이어서 단지 두 사람 또는 그보다 조금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맺어진다는 사실이네.


3. 우정이란 지상에서나 천상에서나 모든 사물에 관한, 선의와 호감을 곁들인 감정의 완전한 일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네. 지혜를 제외하고는 그것은 불사의 신들이 이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나는 믿네. 더러는 富를, 더러는 건강을, 더러는 권세를, 더러는 관직을 우선시한다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쾌락을 최고로 치네. 하나 그 중 마지막 것은 짐승들에게나 맞는 것이고, 그 밖의 앞서 말한 것들도 덧없고 불확실하며, 우리의 계획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벼덕스러운 운수에 달려 있다네. 어떤 사람들은 미덕을 最高善으로 여기는데, 그것은 옳은 견해일세. 바로 이 미덕이 우정을 낳고 지켜주니, 미덕 없이는 우정은 어떤 경우에도 존재할 수 없다네.

3. 우리가 추구하는 것 들은 대개 단 한 가지 목적에 이바지하네. 富는 소비하는데, 권세는 존경받는 데, 관직은 명망을 얻는데, 쾌락은 즐기는데, 건강은 고통에서 벗어나고 신체적 기능을 수행하는데 이바지하네.

  그러나 우정은 동시에 여러 가지 목적에 이바지한다네. 자네가 어느 쪽으로 향하든 우정은 그곳에 있네. 어떤 장벽도 우정을 막을 수 없지. 우정은 결코 시기상조일 수도 없고 결코 거추장스러울 수도 없네. 그래서 우리에게 생활필수품이라는 물과 불 못지않게 언제나 우정이 필요한 것이라네. 우정은 행운은 더 빛나게 하고, 불운은 나누고 분담함으로써 더 가볍게 해준다네.


4. 우정은 미래를 향하여 밝은 빛을 투사하여 연혼이 불구가 되거나 넘어지지 않게 해 준다는 것이네. 진정한 친구를 보는 사람은 자신의 映像을 보는 것이네. 친구는 그 자리에 없어도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네. 그리고 가난해도 부자며, 약해도 강하며, 말하기 좀 거북하지만, 죽어도 살아 있다네.


5. 어떤 학자는 자연과 우주 속의 만물은 정지해 있는 것이든 움직이는 것이든 우정에 의해 결합되고 불화에 의해 분해다고 노래했다는군.


6. 우정은 필요보다는 우리의 본성에서, 얼마큼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냐는 계산보다는 사랑의 감정과 결합된 호감에서 비롯된 것 같네.


7. 생의 마지막 날까지 우정이 지속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 도 없다고 했네.

   어떤 돌발 사건으로 우정이 더 이상 서로에게 이익이 되지 않거나 또는 당사자들이 서로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게 되는 것이었네. 때로는 역경에 의해, 때로는 노년의 짐 때문에 사람의 성격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었네.

  우정의 가장 큰 재앙은 대중들의 경우 금전욕이고, 상류층의 경우 관직과 명예에 대한 경쟁인데 그것은 가장 친한 친구들도 철천지원수가 되가 한다는 것이네.


8. 친구에게 닥치는 대로 무엇이든 요구하는 자들은 그렇게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자기들이 친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징표가 아니겠느냐고 기회 있을 때마다 암시한다는 것이었네. 이런 종류의 수많은 위험이 우정 위에 운명처럼 결려 있어, 이런 위험을 모두 피하려면 지혜뿐만 아니라 행운도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네.


9. 만약 우리가 친구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들어주거나, 또는 그들에게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얻어 내는 것이 옳다고 결정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완전한 지혜를 갖추고 있는 경우에만 무해할 것이네.


10. 우정의 신성 불가침한 법칙으로 삼아야 할 것이네. 도의에 어긋나는 것은 요수해서도 안 되고, 요구 받더라도 들어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 말일세. 친구를 위하여 그렇게 했다는 변명은 도리에 어긋나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네.


11. 우정의 으뜸가는 규칙은 다음과 같은 것이어야 하네.

   친구들에게 옳지 못한 것은 요구하지 말 것이며, 친구들을 위하여 옳은 것만 행하되 부탁해오기를 기다리지 말게나. 항상 돕겠다는 열성을 보이고 꾸물대지 말게나. 거리낌 없이 솔직하게 충고해야 하네. 좋은 충고를 해주는 친구가 있으면 그가 하는 말을 항상 귀담아 듣도록 하게나. 그리고 자네가 엄한 충고를 듣는 경우에는 귀를 기울이되 충고 받은 대로 행하게나.


12. 인생에서 우정을 앗아가는 자들은 말하자면 세상에서 태양을 앗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네. 불사의 신들이 인간에게 준 선물들 가운데 우정보다 더 좋고 더 즐거운 것은 없기 때문이네.

  우리가 근심으로부터 도망치다가는 미덕으로부터 도망쳐야 하네. 왜냐하면 선의가 악의를, 절제가 방종을, 용기가 비겁을 거부하고 미워하듯, 미덕은 자신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을 수반하기 때문이네.


13. 미덕이란 많은 인간관계 특히 우정에 있어서는 민감하고 유연한 것이어서 친구가 잘 되면 이를테면 확장되고 친구가 잘못되면 수축도기도 하는 것일세. 그러니 친구 때문에 가끔은 괴로워해야 한다고 해서 인생에서 우정을 송두리째 도려내서는 안 되네. 미덕이 근심과 번거로움을 수반한다 해서 거부되어서는 안 되는 것 못지않게 말일세.


14. 우정은 찬란한 미덕이 빛을 발하고 유사한 성질의 연혼이 그것에 애착심을 느낄 때 맺어지는 것이며, 그럴 경우에는 사랑이 싹트기 마련일세. 이것은 곧 선한 사람은 선한사람을 좋아하여 그를 자신과 결속시키기를 원한다는 것을 의미하네. 마치 두 사람이 자연적인 혈연에 의해 서로 결합되어 있기나 한 양 말일세. 자연만큼 자기와 같은 것을 갈구하고 끌어당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네.


15. 우정은 이익 때문에 조작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은 내가 보기에 우정의 가장 사랑스런 부분을 말살하려는 것처럼 보이네. 우리가 친구에게서 즐기는 것은 그에게서 얻는 이익이 아니라 친구의 사랑 그 자체일세.

  그리고 친구로부터 얻는 것은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즐거운 법이네. 사람들이 우정을 맺는 것이 결핍 때문이라는 주장은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네.

  반대로 부와 힘과, 사람을 가장 잘 보호해주는 미덕을 갖추고 있어 남의 도움이 가장 덜 필요한 사람들이 오히려 가장 너그럽고 가장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이네. 그리고 친구들에게 아무것도 필요한 것이 없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 아닐 것이네.

  먼저 이익이 있고 우정이 그 뒤를 따른 것이 아니라, 우정이 있고 이익이 그 뒤를 따른 것이네. 우정은 누구에나 안정되고 확실한 재산으로 남는다네.


16. 선한 사람은 우정에서 다음 두 가지 원칙을 지킨다네.

    첫째, 조금도 가장하거나 꾸며대지 말라는 것이네.

    둘째, 남이 친구를 비난하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친구가 나쁜 짓을 했으리라고 의심하거나 믿지 말라는 것이네.


17. 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윗사람이 아랫사람과 동등해지는 것이네.

    스키피오가 바라는 것은 친구들이 모두 자기와의 친분을 통하여 명망이 더 높아지는 것이었네. 이것은 모두가 본받아야 할 일이네. 재능과 미덕과 온갖 탁월함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나눌 때 가장 큰 결실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네.

18. 우정에서 윗사람은 친구의 수준으로 낮춰야할 뿐만 아니라 아랫사람인 친구를 어떻게든 자기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네. 그러나 친구들을 일일이 도와주되 첫째, 자네가 줄 수 있는 만큼, 둘째, 자네가 도와주려는 친구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도와주게나.


19.  우정에는 또 하가지 유용한 규칙이 있네. 그것은 우정이 지나쳐 중대사를 앞둔 친구의 이익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것이네. 그러니 그대는 매사에 친구에게 무엇을 요구할 것이며, 무슨 요구를 들어줄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하네.


20. 인간의 본성은 온자 있는 것을 싫어하여 언제나 버팀목에 기댄다네. 그리고 절친한 친구야 말로 최상의 버팀목이네.


21. 충고는 귀에 거슬리지 않게 질책은 모욕적이지 않게 해야 하네.


22. 카토의 말이 그러하듯, 불구대천의 원수가 겉으로만 다정한 친구보다 어떤 의미에서는 더 큰 도움이 되는데, 전자는 가끔이라도 바른발을 하지만 후자는 결코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네.


23. 충고를 하는 것도 충고를 받는 것도 진정한 우정의 특징이네. 충고를 할 때는 거리낌이 없되 거칠지 말아야 하며, 충고를 받을 때는 참을성은 있되 대들지 말아야 하네. 우정에는 아첨과 아부와 맞장구보다 더 큰 해악이 없다는 점도 알아야 하네.


24. 위선은 우정에 가장 적대적이네. 위선은 신뢰를 소멸시키는데, 신뢰 없이는 우정이란 말은 아무런 의미도 없기 때문이네.


25. 우정을 맺어주는 것도 미덕이고 우정을 지켜주는 것도 미덕이라네. 조화와 안정과 신뢰는 모두 거기서 비롯된다네. 그리고 미덕이 고개를 들어 제 빛을 드러내며 남에게서 똑같은 빛을 보고 그것을 알아보게 되면 그 쪽으로 움직이며 남이가진 것을 서로 받아들인다네. 그 결과 사랑 또는 우정이 타오르기 시작한다네. 우정은 미덕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만큼 미덕을 높이 평가하되 미덕 다음에는 우정보다 더 탁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명심해 두게나.

D. 독후감

  우리는 고희가 되도록 친구란 의미를 제대로 모른채 살아온 것 같다. 어렴푸시 한 두 친구는 우정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는 듯 행동 하고 있다. 역시 우정이란 내 스스로가 도와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질때 그 뜻을 바로새길 줄 알 아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상반된 조건에서  배려를 받는 것 또한 우정의 의미를 진실되게 한다는 생각이 깊게 느껴지며 이것이 인생의 비중을 더 크게 만든다는 생각을 지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