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수필문학상 기념 특강>

 

좋은 수필을 위한 문장의 결속성

 







문학평론가
부경대영문과 교수

박  양  근

 

열면서

 문장은 수필의 심장이다. 수필이 살아 있느냐, 식물 수필이 되어 버렸느냐, 아니면 죽었느냐는 문장에 달렸다. 뒤퐁은 "文은 人이다"라고 하였고 하이데거는 "문장은 존재를 드러내는 집"이라 하였고, 김진섭은 "자기를 말하는 것은 문장"이다 하였다. 윤오영은 <수필문학입문>에서 "문장은 평이해야한다. 義玄詞明 즉 속뜻은 깊어도 말은 알기 쉬워야한다."라 하였다. 이것은 수필의 생명은 문장에 달렸고, 문장은 인격과 사상과 감정을 총 결산 한다는 의미이다.

   문장론으로 문학을 구분하면 소설이나 동화는 허구의 팽창과 확산의 문학이고, 시를 심상의 형상화와 압축이라면, 수필은 형상화와 의미화의 미학에 있다. 즉 수필의 문학성은 감동과 인식을 자극하는 문장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정적 수필이든 知的 수필이든 솔직하고 眞率性이 있으면서 사물을 의미하는 표현은 하나 뿐이라는 일물 일어설을 기반으로 정확하고 명료하게 표현 되어야 한다.

  삶의 체취가 묻어나야 한다는 미명아래 미문이 되거나, 사실적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까다롭게 쓰거나 교시성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체"하는 글은 독자가 외면하고 자신도 알지 못하는 문장이 되어 버린다. 비유하면 문학으로서의 상상력을 갖춘 문장은 꿰어진 구슬이지만 그렇지 못한 글은 헝클어진 실타래와 같다. 이처럼 문장론은 사상에 형상을 부여하는 작업임으로 내용에 맞춘 형식미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산문정신을 필요로 한다. 산문정신이란 정서를 지성화하고, 지성을 정서화 하며, 감정을 순화시키고 논리를 승화시키는 정신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문장이 간결해야 한다. 선명 하면서도 함축적이고, 서정적이면서 지적이어야 한다는 점은 수필문체가 운문과 산문의 중간양식임을 말한다. 수필 문장은 눈으로 보면서 읽는 운율성이 첨가되면 더욱 좋다. 이럴 때 언어 고유의 리듬과 장단이 깔려 독자의 인식과 연상력이 높아진다.

  수필 문장은 쉽게 읽힐 수 있어야 한다. 쉽게 읽혀진다는 의미는 쉽게써도 좋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장인정신으로 묶고, 엮고 편쳐진 글만이 쉽게 이해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필문을 이루는 주제의 형상화와 소재의 의미화는 물론 문장의 내적 구조와 외적 구조 사이에 결속이 이루어져야한다. 수필은 무형식의 글이 아니라 수필마다 보이지 않으나 엄연히 존재하는 홑 형식을 지녀야 한다. 홑형식이란 작품 하나 하나가 그것 만이 지니고 지녀야 하는 맞춤 형식을 말한다. 이러한 수필어와 수필문의 조건을 바탕으로 수필의 표현력과 소통력을 높일 수 있는 문장의 결속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펼치면서

1. 美文과 正文의 분리

   수필에서 문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소설보다 월등하다. 그것은 수필 문장론은 여러 요건을 포함한다는 의미이다. 전통적으로 수필은 딱딱한 문장보다는 부드러운 문장을 선호해 왔다. 부드러운 문장이라 함은 미사여구나 수식어를 사용하는 美文이 아니라, 간결한 표현 가운데 함축이 많이 담긴 글을 말한다. 좋은 수필에 요구되는 "탁월한 표현력"도 수필의 소재와 주제에 맞추어 표현 양식을 달리하는 능력을 지칭한다.

  문장은 상차리기와 같다. 요리 솜씨를 한껏 발휘하여 한식, 일본식, 중국식, 서양식 가릴 것 없이 차려내면 모양과 빛깔은 요란하지만 먹을 것이 별로 없다. 문장도 기교를 걷어내고 간결하게 뜻을 전달하여야 문장의 격이 갖추어진다. 문장이 딱딱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식이 필요하며 그 "적절함"의 한계는 음식의 간을 맞추는 분량으로서 너무 많이 넣으면 음식이 맵고 적으면 심심해지는 이치와 같다. 양념(수식)이 재료의 원 맛(진실)을 훼손시키지 않아야 하지만 글을 처음 쓰는 사람은 대개 문장을 꾸미려고 한다.  美文은 진실을 가리려는 격이 낮은 문장의 다른 말일 뿐 아니라 난삽한 문장이나 겉 멋을 부릴수록 의사 전달에 어려움을 자초한다.

  글과 사람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글이 필자의 됨됨이를 반영한다는 뜻이다. 성품이 솔직한 사람은 자신을 진솔하게 쓰며, 외적 성향이 강한 사람은 글에서도 남을 공격하는 버릇이 나타난다. 재주는 놀라우나 人德이 약한 사람은 재치 있는 글을 쓰며, 성품이 부드러운 사람의 문장의 결은 부드럽다. 이러한 특성을 피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금기시 할 점은 붓장난이다. 수필은 자신을 이야기하는 까닭에 미화라는 속임수는 구성의 허구와 마찬가지로 작품의 큰 결점이 된다. 거짓과 꾸민이 없이 자신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글은 다름 아닌, 높은 곳을 바라보되 낮은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 모습으로서 수필가들이 진정으로 동경하는 경지일 것이다. 그래서 "文은 사람이다" 라고 말한다.

   군고구마를 사서 잠바 앞섶에 넣으면 온몸이 따뜻했다. 논둑에서 떨어져 눈 속에 빠져도 춥지 않았다. 따뜻한 고구마를 품어서 그런지 눈 속이 아늑했다. 넘어진 자리에서 쉬어간다는 말처럼 나는 눈속에 빠져서 잠시 동안 그대로 있었다. 고구마의 온기도 따뜻하고, 논배미 건너 내 셋집 추녀 밑에 분홍색 백열등 불빛도 따뜻하고 내 마음도 따뜻했다.
-목성균의<고구마 장사 아주머니>의 일부-


2. 형상과 인식의 결속성

  문학은 언어예술로서 형상화하고 인식을 도모하는 정신적 활동이다. 문학적 언어는 형상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일상어와 구별되며, 인식 작용이라는 점에서 전문적인 학술어와 차별화 된다.
  수필 문장에서는 형상과 인식의 조화가 필요하다. 형상화란 존재하지 않는 무엇을 보이도록 만드는 것으로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 이상으로 깊이 있는 의미와 진실성을 가시화 하는 작업이다. 그러므로 형상에는 인식이 따라야 한다.

  인식은 무지의 땅에 덮인 진실을 찾아내는 노력이며 인식의 즐거움은 실제로 존재 하지만 무의미했던 참된 무엇을 발견할 때의 효용적 가치를 말한다.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글이 인식의 글쓰기 일지라도 문학과는 거리가 먼 이유는 과학의 이론을 기술한 문장에는 형상의 미학적 기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형상화가 문학의 모든 것이 아니듯이, 인식만이 문학의 기능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못한다.

   문학이 인식된 내용을 제시하면서 탈 사실적일때 진실한 삶이 발견된다. 작가와 독자의 체험의 범주가 확장되어야 작품의 여운이 오래 남듯이 형상과 인식이 조화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무의 언어를 모르는 나는 까슬한 등허리를 가만히 쓸어준다.// 존재와 존재 사이에 가로놓인 단절감, 답답하다. 동네 공원의 할머니처럼 쿵쿵 부딪쳐 본다. 몸이란 때로 말이 통하지 않은 것들 끼리의 해결책이기도 하지 않던가.
  "내 체온을 느껴봐. 따뜻하지 않아?"
  나는 맹렬히 육탄 공격을 한다. 등줄기를 바삭 들이대며 부딪치고, 부딪치고, 또 다시 부딪친다.// 이래도 나를 받아 들이지 않을 테야고, 않을 테냐고, 숲이 울리도록 생떼를 써 보는 것이다.  -최민자의 <존재는 외로움을 탄다>의 일부-


3. 주제와 제재의 결속성

   수필은 문자로 이루어지는 정신적 영적 소통이다. 작가와 제재가 서로 간의 존재를 확인하고, 작가와 독자가 정서적 심미적 교감을 나누고, 나아가 독자와 제재가 다시 만날 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 미적 긴장미와 상징적 표현력을 지닌 문학어가 묘사, 설명, 서술이라는 실용적 소통과 차이가 있는 이유가 이것이다.

  수필 문장이 문학성을 지니려면 사물의 고유한 의미를 밝혀 주제와 유기성을 확보하는 의미화 작업이 선행되고 이때 주제를 내면화 하기 위한 소재를 투시하는 전략화가 필요하다. 결국 본격수필, 고급수필, 문학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쓴 글"이라는 전통적 수필문장론을 거부한다.

   창작은 목적 지향적 언어행위로서 문장으로 구체화된다. 문장에는 소재를 선정하는 선태성, 제재와 주제를 일치시키는 일치성, 그리고 가장 적절한 표현을 고르는 적절성이 나타나게 된다. 주제와 제재를 접근시키는 저략인 결속성에서 주목할 점은 사물을 얼마나 "낯설게 보는가"이다. 낯설게 하기는 현대문학이 중시하는 개성의 실천적 적략으로서 주제의식의 참신성을 결정해준다.

  참신한 시각, 남다른 의미부여, 화자와 사물간의 특수 관계를 설정하려면 특정 주제는 특정 소재로 형상화 된다는 一題一材가 필요하다. 적합한 제재를 선택하여 주제와 동질화가 이루어지면 주체와 대상이 상호 교감하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이처럼 수필에서 인간화란 정서적, 지적, 심미적 일체를 의미한다.

   바짝 마른 옥수숫대 너덧 잎 남은 이파리가 몸뚱이를 감싸 안고 바람 앞에 울고 있다. 한 잎은 꺾이어 아랫도리를 감았고, 또 한 잎은 위로 어깨를 감싸 안았다. 누렇게 마른 이파리는 영락없는 삼베다. 꺼칠 하면서도 풀 먹인 베 처럼 온몸을 두르고 있다. 동부 덩굴이 기어올라 등허리를 감아 버린 모습 같이 말라 있다. 그것도 게 몫이려니 참아낸 옥수숫대. 마른 잎 속에는 비바람과 폭염에 시달린 삶이 숨겨져 있다.
  마른 줄기에 삼베같은 잎만 남아 있는 모습에서 문득 아버지를 기억한다. 상복을 입고 짚으로 꼰 새끼로 허리를 질근 동여맨 어버지. 움직일 때마다 스억스억 소리를 네던 아버지의 상복.  -강돈목의 <옥수숫대>의 일부-


4. 외적, 내적 요소의 결속성

  수필문의 완성도는 문장이 지닌 외적 내적 결속에 의하여 결정된다. 외적 결속은 작품의 제재, 주제, 구성, 작가의 응집력, 독자의 가독성 사이의 밀도를 말한다. 내적 결속은 수필문을 이루는 단어, 구절, 문장, 단락, 의미부 사이의 유기적인 조직성을 말한다.
  수필문은 단순히 문장의 나열이거나 집합이 아니라, 총체적 유기체라야 한다. 좋은 글인가 아닌가를 느끼기는 쉬우나 왜 그런가를 분석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는 이러한 결속을 식별하기가 어려운데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유념할 점은 각 요소가 하나의 체계를 이루어내야 한다. 그리고 문장의 각 요소는 문법적인 측면에서가 아니라 전체의 일부로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주제와 제재, 제재와 의미, 대주제와 종속주제, 단락과 단락, 비유와 설명 간의 균형과 결속 등이 이루어지면 문학성과 예술성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진다.

  그래, 나는 시골장에 찾아다닌다.
  묻고 물어서 어디서 닷새장이 서는지 알아낸다. 할 일 없는 사람처럼 장구경을 다닌다. 흥정이 있는 곳에 가야 함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끌벅적한 장바닥에서 소소한 거래가 이루어질 때 비닐 봉지에 물건을 담고 돈을 셈하면서 사고 파는 사람들이 호박 꽃처럼 웃는 모습을 본다. 흥정이 잘 끝난 바로 뒤에 사람들은 가볍게 웃거나 진하게 웃는다.
-유경환 <닷새장>의 일부-


5. 외적 결속원칙

   수필문은 옷감처럼 내용과 형식이 날줄과 씨줄로 짜여진다. 형식은 구조와 기법으로 나누어진다. 문장 구조는 음절, 단어, 구, 문장, 단락 등이며 기법은 직유, 은유 등의 수사학을 말한다. 좋은 문장이 되려면 이것의 결속략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문장이 제대로 구조를 이루려면 음절, 단어, 구 문장이라는 각요소가 균형미를 이룰 필요가 있고 그것에는 다음과 같은 3개의 원칙이 존재한다.

  
 1) 수필문의 결속성

    아리스토텔레스는 구성을 <시학>에서 "시작과 중간과 끝"으로 나누었다. 이것을 수필 문장론에 적용하면 서두와 전개부와 결미라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구획으로 나누어진다.
  서두는 배경을 설정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며 주제를 암시하는 기능을 지닌다. 결미는 전개부에서 펼친 내용을 재정리하고 비전을 제시하며 가치평가와 메시지를 전달한다. 수필문의 구분은 기승전결이나 5단계도 가능하지만 3단 구조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겠다.

  전개부의 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단락이다. 전개부는 주제와 소재가 날줄 씨줄로 엉키면서 경험적 사실, 느낌이나 생각, 사회 현상에 대한 관찰과 인식 등, 작가의 지적, 정적, 의지적 인지 세계가 무한대로 펼처지는 무대인 만큼 작가의 다채로운 경험과 풍부한 지식과 인간미 넘치는 감성이 깔려진다. 전부를 3개의 의미군으로 나누고, 각 의미군 아래에 2~4개의 단락을 배열시키면 문장이 정연하고 독자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는다.

   예를 들면 하나는 작가 자신의 체험담, 나머지 하나는 타자의 일반적인 현상의 인용, 나머지 하나는 양자를 비교, 대조 하거나 자신의 느낌이나 설명 또는 독자와 공감하는 일반화의 내용으로 구성하여 통합하는 것이 가장 전형적인 구조라고 하겠다.

   서두 : (1/12)
   서두와 전개부의 연결단락 : (2/12)
   전개 : 의미전개부 1 : (도입단락, 보조단락, 마무리 단락)(3~5/12)
            의미전개부 2 : (도입단락, 보조단락, 마무리 단락)(6~8/12)
            의미전개부 3 : (의미전개부 1+2의 통합단락)(9-10/12)
   전개와 결미의 연결단락 : (11/12)
   결미 : (12/12)

 
  2) 단락의 결속성

    단락은 내용에서 독자성을 지니는 구조이다. 형식에서는 도입 문장과 뒷받침 문장과 닫는 문장으로 이루어 진다. 도입 문장은 해당 단락에서 무엇을 이야기 하겠다는 첫 문장으로서 짧고 함축적인 표현으로 명시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 그러면서 선행하는 앞 단락의 끝 문장과 유기적 호응을 이루어야 한다.

  뒷받침 문장은 설명, 해설, 보완, 인용, 재설명, 열거 등의 기능을 수행 하면서 상호간에는 호응, 대조, 정립, 평행, 보완, 반증, 순차 등의 길이에 장단이 있어야 음성적 리듬과 시각적 입체감이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닫는 문장은 서술하는 내용이 끝났다는 신호를 주면서 다음 단락의 내용을 암시하게 된다. 덧붙이면 다락은 적어도 3문장 이상으로 구성하며 다락끼리의 장단을 고려하면 수필을 읽는 재미를 덧붙일 수 있다.

   수필을 만나고부터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에 희망을 품었다.// ① 어디가 달라도 다른 사람들이 있는 세상. ②그것은 박노해 시인의 시처럼 사람만이 희망이기에 특별한 환상을 간직했다. ③글을 쓰는 사람은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는, 그래서 환상이라는 단어를 빌려 썼지만 글의 세계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았다. ④들여다 볼 수록 깊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세계. ⑤지식과 지혜와 관용이 있는 이세상의 유일한 유토피아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 세상의 한 가족이라는 데 자부심을 가졌다.  -반숙자의<녹번동의 달>의 일부-

 
  3) 수사적 결속성

   수필은 문장 형식에서 뿐만 아니라 수사적 기법에서도 결속이 필요하다. 단락은 핵심어를 중심으로 펼쳐지며 핵심어는 단락의 내용을 압축한 허브(핵)에 해당한다. 중심어의 위치는 단락내에서 적절하게 안배 되어야 내용이 균형감과 안정감을 지닐 수 있다. 가령 얼굴을 묘사 한다면 한 단락 안에서 눈, 코, 귀, 입, 안색, 얼굴형, 표정, 점, 등을 모두 그려내기 보다는 윤곽, 안색, 표정 3가지만 그려내는데 그때 윤곽, 안색, 표정이 3개의 중심어가 된다.

   수식어나 어휘, 단어, 구를 열거할 때 가장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 묘사와 서술의 효과를 극대화 하는 양은 3개의 수식이다. 지나치게 어휘나 사례를 과다하게 열거 하면 인상과 논리가 흐려져 오해를 빚어 낸다. 인용과 열거와 묘사에서 3의 수치가 언어 심리학적으로 안정감과 신뢰성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비유가 없으면 문장이 건조한 해설이나 설명에 그치게 되고, 반대로 지나치게 많이 구사되면 미문이나 허문으로 추락한다. 수필문 전체에서 직설과 비유를 적절하게 안배하는 형식미가 갖추어져야 시성과 산문성이 균형을 이룬 수필문에 다다른다.

  이런 풍경은 추억을 건져 올리는 두레박이다.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은 우물속의 양철 두레박. 그래서 나는 이런 풍경을 좋아한다. 페허의 성에는 성주가 없다. 성을 지키는 병사도 없다. 교대시간을 알리는 나팔소리도 없다. 나는 개의치 않는다. 낡은 정미소 앞에 서면 나도 모르는 새, 과거로 옛날로 달리는 고물 트럭을 타고 고향 마을에 빨리 내리고 싶어 안달하는 귀향객이 된다.   -구할의<정미소 풍경>의 일부-

   지금까지 설명한 결속의 원칙은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틀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이 결속의 원칙은 주제에 맞게 응용되고 소재에 따라 신축성을 지니고 개성에 맞추어 활용되어야 한다.


나 누 며

   문장은 글의 옷이 아니라 피부이다. 이것은 문장이 골격에 해당하는 주제와 살에 해당하는 제재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이다. 나아가 문장이 몸과 떨어진 옷으로서 분식이나 치장이 아니라 신체구조에 해당하는 산문 정신과 부응하는 품위를 지녀야 한다는 뜻이다. 요약하면 수필 문장의 목적은 의미의 소통이므로 정확하고 담백하면서 동시에 문학의 장르로서 문학적 미학을 지녀야 건조함을 벗겨낼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