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협심증, 심근경색증


                                                                            박 성 지
                                                                                            순화기내과 교수


협심증, 심근경색증이란?


  평생 쉴 틈도 없이 뛰어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 난 심장. 인체의 엔진격인 심장은 주먹크기의 근육 덩어리다.

 

  인간이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죽기직전까지 온몸에 혈액을 공급해 주는 매우 중요한 장기인 심장도 자기 자신의 운동을 위해서 혈액이 필요한데 심장 근육에 혈액을 보내는 혈관이 바로 심장동맥이다. 심장을 뒤집어 보면 심장의 바깥쪽 벽에 위치한 세 개의 심장동맥이 왕관처럼 생겼다고 해서 ‘관상(冠狀)동맥’이라고 불렀지만 용어가 어려워 요즈음에는 ‘심장동맥’이라고 부른다.

 

  심장동맥의 안지름이 50%이상 좁아져서 심장에 혈액이 제대로 가지 않으면 협심증이고 완전히 막히면 심근경색증이다. 심근 경색증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서 심장 근육조직이 죽게 되는 질병을 말한다. ‘심근’이라는 말은 심장의 근육이라는 뜻이며 ‘경색(梗塞)’이라는 말은 산소부족으로 심장의 조직이 죽어가는 것을 뜻한다. 즉, 심근경색이라는 말은 심장의 근육이 산소부족으로 죽어간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이 생기는 주요원인은 한마디로 동맥경화증 때문이다. 동맥경화란 말 그대로 동맥혈관 안쪽 벽에 여러 가지 이물질이 쌓여서 굳어지는 것인데, 딱딱해진 혈관은 정상적인 혈관과는 달리 혈관의 내경이 점점 좁아지게 된다.

 

  정상인의 경우 관상동맥의 직경은 1.5~4mm정도인데, 협심증 증세가 나타나면 동맥직경이 50% 이상 좁아져 있다고 봐야 한다. 정상적인 혈관은 많은 혈류를 공급하기 위해서 탄력적으로 확장 작용을 하는데 비해, 딱딱해진 현관은 이 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유사시에 심장근육에 충분한 혈류 공급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벼운 동맥경화증의 경우에는 혈액의 흐름에 별다른 변화가 없어서 심장근육의 산소 및 영양분 수요량이 거의 충족된다. 그러나 이 단계를 지나 심장의 활동이 활발해져서 심근의 산소 및 에너지 소비량이 높아지면 문제가 발생한다. 즉 이미 협소해진 심장동맥으로는 내경을 넓혀서 심근으로 흘러가는 혈액의 양을 증가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협심증의 흉통 발작은 바로 이럴 때 일어난다. 동맥경화가 심해지면 심장동맥의 내경이 더 좁아져서 혈액은 더욱 잘 흐르지 않게 된다. 이렇게 정체된 혈액이 굳어지면 관상동맥의 내경이 꽉 막혀서 그 아래쪽으로는 혈액공급이 완전히 정지하고 만다. 이때 심장근육은 산소 결핍, 에너지 결핍이라는 혼란 상태에 이르게 되고, 이것이 심근 경색증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의 원인인 동맥경화증은 어떻게 해서 생기는 것일까? 동맥경화증이 알려진 지 10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그 구체적인 발병 원인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실정이다. 다만 한 가지, 동맥경화증이란 노령화 현상의 하나로서 나이가 들면서 혈관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병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사람이 늙어 갈수록 혈관도 함께 늙어 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연령이라도 과다하게 흡연을 하는 경우, 핏속에 콜레스테롤과 같은 지방질이 많은 경우,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경우, 비만일 경우, 운동부족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 가족 중에 관상동맥 질환에 걸린 사람이 있는 경우 등의 다양한 위험 요소가 있으면 동맥경화증이 훨씬 더 빠르고 심하게 진행될 수 있다.

 

이른 아침 불청객


  ○○회사에 다니는 46세의 박 씨는 매우 활동적인 사람이다. 건강도 매우 좋아서 연일 계속되는 격무에도 지치는 기색이 없었고 하루 한 갑 이상의 담배를 20년 가까이 피우고 있었지만 건강하나 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었다. 그런데 박 씨에게 약 2개월 전 갑작스런 불청객이 찾아 왔다. 그날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아침에 일어나 면도를 하려는데 별안간 가슴뼈 아래에서 극심한 통증이 시작되어 양쪽어깨와 왼쪽 팔 안쪽을 따라 옮겨 갔다.

  어찌나 심한 통증이었던지 이전에 이와 비슷한 통증을 경험해 본적이 없었으며, 온 몸이 땀에 젖으면서 숨이 막혀 그대로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꼼짝할 수가 없어 가만히 있었더니 약 5분 뒤 통증이 사라졌고 박 씨는 면도를 마치고 서둘러 출근을 했다. 바쁜 하루의 일과 속에서 박 씨는 아침의 일을 거의 잊어 버렸다.

  이튿날 아침 무심히 면도를 하려다 전날의 일이 생각나 걱정스러웠으나 아무 일없이 면도를 마치고 출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아침 똑같은 통증을 또 느꼈으며, 그러한 일이 한 달여 동안 수차례 반복되어, 아내의 권유에 따라 집 근처의 내과 의원을 방문했다.

  의사 선생님은 박 씨의 이야기를 찬찬히 듣더니 몇 가지 질문을 한 뒤에 진찰을 마치고 나서 박 씨의 증세는 협심증일 가능성이 많다고 하면서 심전도를 찍었으나 경과는 정상이었다.

  의사는 박 씨를 안심시키면서 또 다시 통증이 있으면 혀 밑에 넣어 보라며 하얀 알약 몇 개를 처방해 주었다. 약 일주일 뒤 같은 통증이 또 생겼을 때 박 씨는 빨리 혀 밑에 그 약을 넣었고 통증은 거짓말 같이 사라졌다. 내과의원을 다시 방문하여 이 이야기를 했더니, 의사 선생님은 박 씨에게 경상대학병원 순환기 내과를 소개해 주면서 정밀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협심증의 증상


  일시적인 심근 허혈로 인한 흉부 동통을 호소하는데 이와 증상이 유사한 많은 질병들과 감별해야 한다. 또한 협심증의 종류에 따라 증세가 다르다.

 ‘안정형 협심증’은 운동량이 갑자기 많아 질 때 생긴다. 통증의 양상은 ‘짓누른다’ ‘빠개진다’ ‘답답하다’ ‘벌어지는 것 같다’ ‘쥐어짜는 것 같다’ ‘고춧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다’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어떤 사람은 가슴에 전혀 통증이 없으면서 팔이나 목이 아프기도 한다.  

  통증의 위치는 흉골 바로아래 부위에서 시작되어 왼쪽어깨나 양쪽 팔 특히 팔의 안쪽을 따라 뻗쳐 나가고, 등, 목, 턱, 이빨, 오목가슴 쪽으로 뻗쳐 나간다. 통증은 심해지다가 덜해지기도 하며 지속 시간은 보통 1~5분이다. 이런 흉통은 대부분 심장이 일을 많이 해서 혈액이 많이 필요할 때 나타난다. 빨리 걷거나 뛰거나 계단이나 언덕을 올라 갈 때, 무거운 것을 들 때, 운동과 같은 신체적 활동을 할 때나 화가 나거나 흥분하거나 놀랐을 때와 같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리고 찬바람을 쐬거나 음식을 많이 먹은 후에 유발되는 것이 전형적이며 안정을 취하면 없어진다. 이를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안정 시에도 통증이 생기는 ‘불안정 협심증’이 생긴다. 좌측 유방 아래 부위에서 느껴지는 날카롭고 빨리 지나가는 통증이나 하루 종일 지속되는 둔통 등은 심근 허혈로 인한 협심증이 거의 아니다.

  이와는 달리 한국과 일본에 많은 ‘변이형 협심증’은 흡연, 폭음 등과 관련이 많으며 활동과 관계없이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특히 새벽 또는 아침에 잠에서 깨어날 때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심계항진이나 호흡곤란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어떻게 확인하나?


협심증을 비롯한 허혈성 심장질환은 발병 즉시 병원에서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한다. 전형적인 협심증은 증상만으로 진단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흉통을 일으키는 다른 병과 구별하고 치료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심전도, 운동부하심전도, 심장 초음파검사, 핵의학 검사 및 심장동맥혈관 조영 술을 실시하여 심장혈관의 병변을 확인하고 그 정도에 따라 치료 원칙을 수립하고 예후를 판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