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상식>

(나무공예의 역사)
민속과 풍습의 유례를 찾아본다

家具評論家李政男(副會長 33世孫·典書公派)

우리 민족은 원시시대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동안 나무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가구와 장식품을 제작하여 생활에 널리 이용해왔다. 오늘날 나무공예의 초기 발전모습을 찾아볼 만한 유물은 매우 적지만 청동기시대에는 여러 가지 귀중품이나 옷가지를 비롯한 생활용품을 넣는 나무로 만든 함이나 궤짝을 생활용구와 의장, 의례 기구도 제작되었다.

함경북도 무산 범의구석 유적15호 기타 유적지에서 판자가 나왔는데 이것은 여러 가지 나무재품을 만들어 쓴 것으로 짐작된다. 칠기로 만든 대표적 유물은 평양시 용성구역 용추동(청동기 시대에서 철기시대 무덤)에서 옻칠한 나무검집 과 거기에 꽃혀 있는 나무단검, 밥상, 귀잔, 곽 통, 화장품 통, 쟁반, 대야, 벼루 곽, 숟가락, 접시, 이것들은 모두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으로서 당시 발전했던 나무공예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삼국시대의 나무공예는 전 시기에 비하여 보다 생동한 자료들을 남기고 있다.

고구려 무덤벽화에는 나무제품에 대하여 적잖은 사실을 전해주고 있는데, 고국원왕릉 덕흥리 무덤, 감신 무덤 벽화에는 무덤 주인공의 인물들이 평상에 앉은 자세로 그려져 있고, 또 다른 무덤 벽화도 밥상이 그려져 있다. 고구려의 나무 가공 기술의 발전 수준은 당시의 다리를 비롯한 나무 탑과 평양시 대성구역과 시동구역을 연결한 큰 나무다리를 놓으면서 쇠봇이나 꺾쇠 같은 쇠붙이를 쓰지 않고 다리 전체의 크고 작은 것까지 사괴 이음새를 물려 다듬은 수법이 매우 높은 수준에 있었다.

백제에서도 나무로 생활용품을 많이 제작하였는데 무령왕릉에서 나온 나무제품은 나무 관을 옻칠이나 채색을 하고 나무베개, 봉황장도리 칼집, 가구장식물, 침구 등 화려한 장식들이 제작되었다. 신라의 나무 유물에도 인형이 있었고, 칠기류는 호우무덤, 천마무덤과 안압지에서 수백여 점이 나와, 당시 사람들이 칠기를 많이 썼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칠기는 정교하게 나무로 되어있고(칠잔, 칠 대접, 칠 찬합) 그 위에 옻칠을 한 것이다. 어러한 제작법을 목심기법이라 한다. 후기 신라에는 칠기의 제작법이 한 단계 더 발전하여 옻칠한 위에 앏은 은판을 오려 보상화 무늬를 형상한 것이 平脫칠기라 부른다.

삼국시대의 나무공예의 발전 수준을 보여주는 유물은 일본의 법륭사에 현재 보존되어 있는 옥충 주자이다. 옥충 주자는 고구려와 우리나라 기술자들에 의해 7세기 중엽에 제작된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오래된 나무공예나 칠 공예품이 생산되었다. 국왕이 쓰는 가구와 공예품을 제작하는 기관인 중상서에 소목장, 나전장, 칠장, 죽저장 등 나무공예 칠공예 기술자들이 배속되어 있었다.

고려시대 나무공예 유물로는 전남 송광사에 있는 목조경패와 경질 등 불경을 넣어두는 나무함 내용을 표시하는 경패43개가 있다. 함 위에 불경의 이름과 번호를 아래쪽에는 연꽃, 용, 봉황 등을 새기고 뒷면에는 보상 나한 신장 등 나무공예품의 정교하고 세심함을 잘 보여준다.

조선시대에는 나무공예품이 보다 세분화되어 중앙관청에 수공업 기술자가 소속되어 즉 소목장(말 털 빗겨주는 나무빗 장인), 죽소장(대빗 장인), 궁인(활 장인) 시인(화살 장인), 차장(우마차 장인), 성장(바디, 방직기, 베틀, 가마니 장인), 통장(나무통 장인), 목장(소목, 대목장인), 우산장(대나무, 우산장인), 칠장(옻칠 장인), 나전장(자개 박는 장인)등 분업이 매우 세분된 수공업 기술자들이었다.

조선시대에는 문화생활이 더욱더 발전하면서 우리 생활에 널리 이용하게 되었고, 나무공예품으로는 연갑, 사방탁자, 머릿장, 문갑, 책장, 이층장, 경대, 농, 옷거리 장, 궤짝, 함, 소반, 함지, 고비 통, 팔걸이, 등화구, 약장, 나무 기러기, 찬장, 뒤주, 침대, 화전 판, 필통, 필가, 재봉용구 등 매우 다양하게 사용하였다. 공예재료로 널리 쓴 나무는 참나무, 오리나무, 들메나무, 잣나무, 밤나무, 오동나무, 소나무, 전나무, 고로쇠나무, 회양나무, 단풍나무, 떡갈나무, 돌배나무, 가래나무, 피나무, 물푸레나무,정향나무, 참죽나무, 느릅나무, 은행나무, 측백나무, 감나무, 버드나무, 향나무, 보리수나무 등이 나무들은 색깔이 곱고 결이 치밀하며 단단하여 많이 이용되었다. 이중에서도 소나무는 잘 자라 평야나 산간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었고 가구를 비롯하여 건축재 등으로 널리 쓰였다.

잣나무는 가벼워 반닫이, 궤를 만드는데 쓰였고, 전나무는 마디가 없이 곱게 자라 가볍고 결이 고와 뒤틀리지 않으므로 창문틀과 반닫이 상자, 가구재, 건축재 등으로 이용되었다. 그 밖의 나무들도 골재, 화장 재, 세공 재, 문방구 재, 악기 재 등 다양화하게 사용되었고 각지방에서는 특산 나무를 이용하여 목 공예품이 제작되었다.

함경도, 평안도, 강원도에서는 이깔나무를 이용하였고, 황해도에는 가구 조각품으로 배나무를 전라도, 경상도 지방에서는 고운 결을 가진 느티나무를 사용하여 나무무늬를 살리는 기술이 발전되었다. 가구는 보통 골재와 판재로 짜이는데 골재(뼈대)로는 소나무, 참나무, 물푸레나무, 호두나무 등 결이 질기면서 잘트지 않고 단단한 나무로 이용되었고, 판재(절판지)로는 은행나무, 피나무, 분비나무, 엄나무, 오동나무, 가시나무 등 가볍고 가공하기 쉬운 나무로 사용하였다. 가구의 장식재와 앞면 감(문판)으로 먹감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 등 결이 가늘고 무늬가 고운 나무를 썼다.

우리 민족의 생활도구에는 그들의 성격과 취미, 당대사회의 경제형편과 문화생활수준, 민족생활 습관들이 구체적으로 반영되었다. 농(장롱)은 옷가지를 넣어두는 가구며 농은 원래 대나무나 싸리 채 버들가지로 엮어 만든 고리에서 유래되었다. 고리가 생활에 스여 오다가 그 후에는 판자로 된 궤로 변하였고, 궤는 다시 농으로 사용한 것을 보아 이미 18세기에 널리 보급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농은 옷을 보관하는 가구인데 장롱이라고 말한다.

우리 민족은 한 집에 한두 개의 농짝을 놓고 사용하였으며 농은 방 안쪽벽에 설치한 시렁 위에 올려 놓고 사용하였으며, 농은 오래 쓰는 과정에서 반닫이와 여닫이를 결합하여 2층으로 발전하였는데, 아래층은 반닫이 위층은 여닫이로 사용하였다.

우리는 농을 사용해오면서 보다 실용적으로 개량 발전시켜 여러 형태의 장을 만들었다. 농은 넓고 두꺼운 판자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장은 뼈대를 각재로 구성하여 판재를 붙인 점이 다르다. 장은 단층장, 2층장, 3층장 등 층수별로 나누어 보관하는 물건에 따라 사용하였고, 이때부터 여러 형태의 장을 만들었는데 옷걸이 장, 이불장, 탁자 장, 머릿 장, 설합 장, 골 무장, 창장, 책장, 오류 장, 먹감 장, 괴목 장, 오죽 장, 자개 장, 홍장(붉게 옻칠한 것), 용장(용무늬를 새긴 장)으로 구분하였다.

부녀자들의 일상생활에 가장 대표적인 장은 단층장, 2층장, 머릿장으로 머릿장은 머리맡에 놓고 필요한 옷가지나 물건을 넣어두는 장이다. 장 위에는 이불이나 함 등 기타 물건을 올려놓고, 편리하게 사용하였다.

조선시대 후기에는 가구가 크게 발전 세분화되어 전통 공예가구, 나전칠기 가구, 양가구, 사무 가구, 부엌 가구, 붙박이 가구, 원목 가구, 교자상(소반)가구외 현재까지 다양하게 발전하였으나 서양문화, 동양문화가 혼합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