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와 품앗이

                       
運營委員 李  瀚  均(33世孫·典書公派)

   겨우 내 추위에 움추려 외출을 삼가고 감기를 조심하였는데도 겨울이 거의 끝나는 막판에 감기몸살에 걸려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는데, 춘분이 지나고 봄기운이 완연한 것 같은 어느 날 가까운 야외로 나들이를 하니 어느새 만개한 개나리가 봄바람에 일렁이며 춤추구 있다.  비온 오후라 산뜻하고 맑은 공기를 만끽할 수 있으니 향긋한 꽃 냄새와 함게 기분을 상쾌하게 하였다.

  감기몸살이라는 병마에 시달리면서 온 몸뚱이가 꼼짝달싹 못할 정도로 호흡이 곤란할 때에는 가냥 이대로 쓰러지는가보다고 생각하면서도 죽어봐야 저승을 안다던데 정말로 저승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고통스러우니 "잠든 상태에서 그냥 그대로 가게하여 달라"는 어른들의 말씀을 이해할 것 간다.  그 당시의 호흡장애를 생각하면 공기의 고마움을 꿈에도 잊을 수 없건만, 보답은커녕 금세 잊어 버리고 살아가니 무심한 것이 사람의 마음인가 보다. 그러기에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 마음은 모른다는 말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점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생활하면서 상대해 봄으로 대충 어림짐작을 할 수 있으니 많은 경험을 통해서 터득할 수 있으리라 보아진다.

   막내 결혼 때의 방명록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란 사실 하나를 발견하였다. 서예작품 한점이 있었다. 내용도 알 수 없거니와 그 회괴한 방법에 얼떨떨하면서 금시초문이니 씁쓰레한 마음을 금할 길 없었다.

   부조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품앗이라는 것이 있으니, 품앗이의 대표적인 예를 하나든다면 농촌에서의 모심기일 것이다. 일손이 부족할 때 서로가 왔다 갔다 하면서 서로를  돕는 일이었는데, 모르쇠는 통하지 않는 어떤 법보다도 우위에 있었다.

   모판에서는 온갖 음담패설도 난무하면서 웃고 즐기는 가운데 피곤한 줄도 모르고 모를심다보면 어느새 시간은 흘러 논배미 하나가 프른색을 변하곤 하였다. 일을 하면서도 언제나 즐거웠으니 옛 선조의 지혜가 돋보이는 풍속을 보존되었으면 하고 생각하지만 기계화의 물경에 밀려 그 자취가 차츰 사라지고 요즈음은 그 모습을 보기가 힘들게 되었으니 아쉬음을 금할 길 없다.

   어린 시절 모판에서의 애환서린 가지가지의 추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으니 그때 그 시절이 한없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