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生을 초월한 인간의 痛恨
- 6·25동란 58돌 회상기 -
運營委員 李 基 鳳(34世孫·牧使公派)
서기 1950년 6월 25일 북한 인민군이 탱크(戰車)를 앞세워 남침을 시작하고 아군은 여기에 속수무책으로 아무런 대항이 없어 남한 땅을 거의 점령하고 최후의 보루인 낙동강 전선마져 무너져, 적의 부산 입성을 목적에 두고 있었다. 이때에 아군은 우방연합군과 합세하여 일제 반격과 동시에 그 유명한 맥아더 장군의 연합함대 인천 상륙작전으로 인민군의 퇴로를 끊으니 아군은 연합군과 합세하여 전열을 가다듬어 육해공군 삼위일체가되어 막강한 화력과 공세작전으로 반격하여 38선을 넘어 서부전선은 압록강으로, 중부전선은 평강, 동부전선은 원산으로 전 전선을 파죽지세로 석권하고, 조국통일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이 시점에, 중공군(中共軍)이 압록강의 결빙기를 이용하여 압록강을 도강하여 전선이 뚫리기 시작하니, 노도와 같은 중공군의 인해전술 앞에 전 전선의 퇴각명령으로 연합군과 아군이 뒤범벅이 되면서, 멀리는 천리(千里), 짧게는 칠백리를 후퇴 하면서 영하 30도가 넘는 강추위와 굶주림으로 인하여 피난가고없는 민가에 들어가, 닥치는 대로 차디찬 깍두기나 무엇이든지 배를 채우고 눈(雪)을 끓여먹고, 앞에 사람이 가면 따라가고, 서면 서서 자고 하는 일을 주야 3일을 거듭하고 있는 너는 그 당시 25세인 보충병이었다.
우리들의 행진은 밤과 낮이 없으며 대열(隊列)에서 이탈하면 낙오되어 죽던가 아니면 적의 포로가 되고 마니, 이것이 바로 생과 사의 갈림길이니 어떻게 죽기를 원하겠는가. 진퇴양난에 처한 졸병의 마음은 배고픔과 잠 뿐인 것을 이것이 바로 노래 가사(歌詞)에도 나오는 1.4후퇴의 참상이었다.
경기도 여주쯤 왔을 때 갑자기 귀에서 천지가 진동하는 굉음소리에 놀라 돌아보니 미군 전차부대가 뚜껑을 닫은 채 조명등을 대낮인데도 벌겋게 켜고 약 40마일 속도를 내고 달리는 전차는 살인마와 같은 괴물이었다. 목전에서 순식간에 아군 보충병 2개분대 병력을 갈아엎고 가는데 참으로 두 눈 뜨고 볼수 없는 참상이었다.
아군이 아군을 살상하고 도주하니, 그 어느 누구도 아무 상관하지 않고, 그대로 후토는 계속되고 나 자신 또한 아무 생각이 없고 그저 멍 할 따름이었다. 먹고 잠 잘 생각만 간절할 뿐이다. 이 때는 살아야 한다는 일념도 의미가 없고 그저 가는데까지 가는 것 뿐이니 정신이 멍하여 전신에 힘이 빠져 몸을 지탱하기도 힘이 드는데, 칠백 리 후퇴 끝에 충주(忠州)에 도착하니 공중에서 떨어진 보급식량과 피난가고 없는 민가에 숙소를 정하니 일시에 살았다는 희열을 느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깐 뿐으로 오래 지체할 시간도 없이 재편성하여 본래 군인의 모습으로 돌아가 군사 기초훈련이 시작되고 연속적인 기합을 받으면서 군인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한 훈련에 들어갔다.
아군의 작전상 계획된 후퇴로 연합군의 공군은 막강한 화력과 폭격으로 중공군의 전력을 약화시키고, 38선 주 전선을 급하에 방어하기 위해청조망을 가설하고 지뢰를 매설하여 파아간 전 전선이 공격을 멈추고 소강상태에서 병참기지 확보와 병력보충 등으로 정전상태에서 약 3개월 정도 소강상태로 버티다가 1951년 4월 경 38선 전선은 아군과 연합군이 일체가 되어 전 전선에 공격명령이 떨어졌다.
연합군의 공군은 중공군의 머리위에 맹폭격으로 중공군의 이해전술을 분산 도주케 하고, 밤이면 중공군은 피리 소리와 북소리로 아군 진지를 교란시키고, 낮이면 반대로 아군의 폭격과 아군 지상군의 맹렬한 화력 공격으로 중공군의 인해전술도 약화 시키고 하니 이럭저럭5~6개월이 지났다. 양쪽이 지칠대로 지쳐서 피아간에 전력도 소진되고 사기는 사기는 땅에 떨어졌으며, 일개 소대 30명 병력이 15명도 남아 있지 않으니 인원 보충은 후방 병참부대가 있는 제주도에서 먼길을 오는 보충병으로 이들 역시 배고프고 지칠대로 지쳐 있어 우선 먹을 것을 주고 대기시켜 둔다.
소대장은 학도병(學徒兵)출신이라, 나이도 고작 20세 정도이고 보니 무슨 전투경험이 있으며, 사회에서 부모 밑에서 호강하고 자란 아이들이라, 나 자신 또한 아무것도 모르고 경험은 없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이기봉 하고 찾으면서, 사적으로는 심지어 형님하고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그날 새벽 선임하사하고 신병이 있는 초소를 갔다 오더니 "이기봉 너가 오늘 저녁에는 잠복근무에 꼭 나가야 되겠다"며 中隊命令이라 하였다.
나 자신 긴장되고, 신병 아이 소식을 이야기 하는데 총, 수류탄, 소지품 다 빼앗기고 둔기로 골통을 맞아 죽어 있더라는 말에 나 자신 긴장되고, 선임하사가 초소로 갔다고 하기에 따라가니 아군진지에서 약 1킬로 떨어진 200고지 밑으로 가서 초소를 설정해주고 선입하사도 가 버렸다. 帶劍과 야전 삽을 가지고 총을 거치할 장소를 구축하고 예광탄 8발을 장진하고 총구에는 5색 신호탄을 장착하고 수류탄 2발을 준비하고 나니 시간은 저녁 8시를 알리는데 전선은 고요한데 서부전선 쪽에서는 조명탄을 쏘아 올리면서 서부전선 쪽은 훤하고 중부전선 쪽은 깜깜하였다.
밤이 깊어가니 점점 긴장감과 공포감이 갈수록 온 몸을 조여 왔다. 머리카락은 쭈뼛쭈뼛 당기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자니 앙덩이가 땅에 착 달라붙어 안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이러다가는 상황이 발생하면 아무 짓도 못하고 죽겠다 싶어 있는 힘과 담력을 내어 땅을 두 세 번 짚고 일어서서 온 몸을 주먹으로 때리고 자극을 주니 정신이 돌아와 조금 나아지는데, 난데 없이 바스락 바스락소리가 들려 수류탄에 손이 갔다. 가만히 있으면 고요해지고, 이렇게 가원도 다라쥐하고 몇분간 싸우고 나니 몸이 조금 풀리기는 하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긴장과 공포는 절정에 이르렀는데 시간을 보니 11시 반을 넘기고 있었다.
마침내 전방에서 바스락 하는 소리에 초긴장과 공포 속에 정신을 가다듬어 일차로 수류탄 2발을 거머쥐고 이빨로 안전핀을 뽑고 양손에 들고 있자니, 또 바스락 바스락 하면서, 중국말 같은 알아듣지고 못하는 소리가 들리기에, 직감적으로 중공군 정찰대로 판단되어 수류탄 한방을 투척하니 빠지직 하는 노관 타는 소리와 함께 꽝 하면서 수류탄이 터짐과 동시에 수류탄 한발을 마저 던졌다.
예광탄을 45도로 소아 올리니 총구에 장착된 오색 신호탄이 300미처 상공에서 터지가, 예광탄을 정신 없이 버리고 다리야 날 살려라 하고 아군 고지를 향해 도망쳤는데 또 몇 분도 안 되어아군 야포 탄이 날아가는 소리가 쓩 하고 들린다.
강원도 금강산가는 철길을 양옆에 두고 떨어지니 정신이 하나도 없고 아군 고지 양쪽 동출 능선에 배치된 중화기가 양쪽에서 화망구성으로 쏘아대는 총탄과 야포 포탄 떨어지는 소리가 천지에 진동하였다. 약 5분 동안 계속된 후 그치니, 또 다시 전선은 고요해 졌다.
이제는 살았으나 그대로 앉아 시간을 보내자니, 잠도 오지 마는 나 자신 앞으로 할 일이 많았다. 그 정보가 참이냐? 거짓이냐? 하는 것이다. 증거물이 꼭 필요하며 허위로 판명되면 총살 당할 수도 있다. 전선에 동이 틀 부렵 나는 잰 걸음으로 초소 주변 100머터 사방을 살펴보니 중공군 병사의 배낭 같은 가방 하나 하고 새 운동화 1개, 기름에 튀긴 쌀 그리고 방망이 수류탄 2개 등의 노획품을 가지고 중대가 배치된 아군 진지를 찾아갔다. 이미 중대장, 소대장, 선임하사 할 것 없이 이기봉 일병의 안부가 궁금한지라 급히 현황을 보고하니, 중대장이 직접 대대장에게 오삼육 무전기로 연락하니 중대장의 네 네 하는 소리가 대단히 기분 좋은 소리였다.
훗날 알아본 일인데 중대장 재량으로 兵을 下士로 진급시키고 무공훈장을 받게 된 동기가 되었다. 회고 해 보면, 1개 사병의 전투 경험담 이라 하기에는 너무 초라한 면이 많으나 변명하자면 낮과 밤이 없는 전면전에서는 아무리 전투지대에서 악전고투를 해도 생사에 대한 공포는 없었는지 혼자 나가는 잠복 척후는 많은 전투체험 없이는 말하기조차 힘들지 않나 생각된다.
백의민족으로 자부하고 자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국 전쟁은 처참한 죽음의 피바다요,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될 인간들의 무지한 욕망과 사상이념에서 빚어내 슬픈 역사이며 이땅에 벌어진 전쟁은 인간 역사의 영원한 오점이라 생각한다.
(편집자 주 : 이기봉 일가는 무공수훈자 전국 대의원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