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禮)와 가정교육

理事李榮基(34世孫·牧使公派)

우리의 모든 가정은 말로는 도덕을 숭상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실천하지 않는 가정이 많이 있다. 웃어른 들이 예와 도덕을 지킴으로써 후손들이 보고 배워서 사회에 행동으로 베풀고 귀감이 되어 여러 사람들에게 선(善)을 배풀고 예와 도덕을 지킴으로써 훌륭한 후손이 태어날 것이며 혈기 왕성한 자손이 있어야 가문이 번창할 것이며, 문중이 합심단결하여 화목해야 희망이 있는 가정으로 큰 발전이 있을 것이다.

속담에 "세 살 때 버릇이 여든 까지 간다"는 말은 어릴 때 버릇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된다는 뜻이며, 암탉이 땅을 콕콕 찍으면 병아리는 어미를 따라서 땅을 콕콕 찍고 암탉이 땅을 두발로 헤치면 병아리도 땅을 파 헤친다. 이와 같이 동물이나 인간은 어미를 본보기로 하여 커 나가는 것이기에 어릴 때에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부모는 마치 천사와 같은 선한 심성을 갖고 선한 행실로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에게 그릇된 행실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만약 그렇지 않은 부모가 있다면 그것은 부모가 아니다. 그런고로 부모의 말과 행동은 자식이 절대적으로 보고, 듣고, 본받기에 매사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부모의 행실과 행동 언어가 반듯하여야 한다.

부모가 바르게 행동을 하면 자식들은 말로서 굳이 가르치거나 명령하지 않아도 부모의 말을 따르고 그대로 행동한다. 부모 스스로의 삶에서 도덕적 지식과 실천이 괴리될 때, 자식들은 배운 것과 본 것 사이의 혼동에 빠지게 된다. 그리하여 분명한 판단의 기준을 내면화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정에서는 자식들의 눈에 비칠 부모들 자신의 모습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자식들 앞에서는 언행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 재촉하면서도 부모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자녀는 혼동에 빠질 것이다. 부모가 먼저 공부하는 본을 보여라. 그러면 공부하라고 닦달하지 않아도 알아서 공부를 할 것이다.

나는 평생 자식들에게 공부하라고 말해 본적이 없다. 내가 매일 밤 12시가 넘도록 서예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이 서재로 와서 "아버지 그만 주무시지요"하고 구너하면서 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하는 것이다.

사예 방에 불이 꺼지지 않으니 그때까지는 자식들이 공부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아이들의 지능은 10세까지 급속도로 발전하므로 어려서부터 도덕교육 즉 삼강유륜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도덕교육을 무시하고 지식과 기술에 관한 공부만 강요한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어릴 때부터 지식과 기술에만 편중하여 영재교육을 시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바른 도덕은 가르치지 않고 스트레스와 콤플렉스만 쌓이는 공부를 시켜서 동료들과의 경쟁을 못 이겨 자살하는 나약한 학생이 생기고 있지 않은가. 자녀들이 성장한 후 청년기의 가장 뚜렷한 심리적 특성은 독립성의 발달과 성(性)에 대한 자각 및 동료 집단과 사회에 대한 관심의 증대라고 볼 수 있다.

인지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 시기에는 형식적 조작이 가능하며 권위나 인습보다는 이성을 구사하여 세계를 이해하고 사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며, 정서적으로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구축하고 독특한 자아에 대하여 자각하게 된다. 자녀들에게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과 독립심 및 자율적 판단력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이어야 한다.

청소년이 자신의 행동과 관련된 문제들을 가족 간에 자유롭게 논의 할 수 있는 부모, 자녀 관계가 유지될 때, 청소년은 부모들의 생각과 규범과 원리들을 공정하고 타당한 것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시기는 일생 중에서 동료 집단과의 영향력이 가장 지대함으로 부모들은 동료집단의 문화적 특징과 기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청년기의 심리 특성과 발달과정에 알맞은 가정에서의 예와 도덕 교육을 모색하고 실시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부모들은 주변에서 발생하는 온갖 인간 사이에 얽혀있는 가치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고려해 보며, 청소년 특유의 자기 중심적 도덕에서 벗어나, 보다 객관적인 도덕적 판단력과 실천 동기를 갖게 해야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비싼 과외공부를 시키는 등, 온갖 법석을 떨면서 아이들을 들볶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아이들이 능력껏 공부해서 석차가 5등이나 15등 이면 안 될 게 무엇인가? 꼭 일등을 하고 꼭 서울대학교에 가야만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대학교를 가든 가정교육과 인간교육을 잘 받아서 인간다운 인간이 되면 사회에서 환영할 것이다.

일류대학을 다녔다고 해서 훌륭하게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류대 졸업생은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하고 우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에 나와서 사람들과 융화를 못하고 이기주의자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반면에 학교도 중간에 퇴학당하고 성적도 좋지 않았지만 불굴의 노력과 혈기왕성한 용기와 적극성을 가지고 세계적인 위인이 된 사람이 많다.

우리도 지금부터 선진국처럼 대학을 개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우등생은 사회의 우등생이 아니다. 그렇다고 가정에서 교육을 시키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가정에서 시키는 교육은 인간교육, 교양교육이다. 남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타인을 해치고 손해를 끼치는 일, 타인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는 일 등을 하지 못하게 하고 공중도덕을 지키는 일등을 아주 엄하게 가르쳐야 한다.

이런 교육은 부모가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래서 부모 한 사람이 10명의 교사 이상의 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처럼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있는 부모가 인간교육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공부만 하라고 독촉을 해대서 자녀들이 신경성 질병에 걸려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며, 이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자녀들이 씩씩하게 자라서 큰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면 부모는 자녀들을 자기의 소유물로 생가하지 말고 자녀들의 뜻과 의견과 능력을 존중해서 자녀들이 가고 싶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은 학과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부모는 자식들의 의견을 존중헤주고, 자식들은 부모를 공경하고 질서가 있는 가정이라야 후손들이 보고 배워서 현명한 판단으로 희망 있는 가문으로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