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창 회 有感

                       
諮問委員 李  禎  東(33世孫·詹事公派)

   우리가 흔히 하는 말에, 뿌리인 종친과 학교 동창은 불변하다는 말이 있다. 그걸 모태로 한모임은 서로 간에 상부상조하고 또한 활용도 하면서 지내야 하는데도 차츰 각박해져 가는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여 이해득실을 따지며 악용하는 몇 안 되는 인사로 인해 모임의 본질을 잠시나마 퇴새게 하는 일도 있다.

   나의 고교 동기생은 6학급에 420명이 졸업을 한지라, 서로의 얼굴이나 아름조차 모르는 찬구가 자연 많을 수밖에없다.  그래서 십 수년 전에 한 반 찬구들만의 모임을 한 것이 69명의 찬구들 중 21명이 벌써 幽明을 달리 했고, 또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친구, 이해득실을 첨예하게 따져 인젠 참석할 이유가 없다는 자 등을 제외하면 졸업을 한 지 51년이 지난 지금은 29명 정도가 모임에 열심이다.

   지난 3월 23일에는 부산의 태종대 J횟집에서의 회합에는 참석할 수 있는 친구들 중 1명만 제외한 28명의 친구들이 참석하는 경이적인 참석률을 보였다. 몇 번이나 재 추대된 회장인 J형이 물심양면으로 넉넉함을 베풀어 모임을 이끌거니와 거기에 총무인 K형은 찬구들이 민망해 할 정도로 희생을 감수하며 정열을 쏟아 봉사하니 전 회원의 감동의 화답이 없을 수 없다.

  자연 모임은 활기를 띌 수밖에 없는데 다른 다섯 반의 친구들 본보기는 물론 많은 부러움을 사고 있다.  주말의 비행기 할증료까지 지불하고 참석했건만 그런 사소한 마음은 온데 간데없고 모처럼 하나가 된 기분으로 술잔을 권커니 잣거니 하면서 화기애애하게 회포를 풀었던 그 정황이 꿈결인양 그여운이 지금까지 가슴속에 자리하여 벗들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 모임을 우리는 반창회라 부르기도 한다. 소중한 반창회, 친구들과 같이 할 날들이 너무 아쉽지 않을 만큼만 이어져서 인생의 긴 여정을 지난 지금 붉은 빛에 금빛을 더한 아름다운 황혼의 노을이 친구들과 더불어 더욱 찬란하게 빛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제주가 자생지인 왕벚꽃이 만개한 탐라의 누옥에서 禎東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