祖上의 陰德과 나의 투병기
회장 李 炳 奎(33세손 전서공)
나는 평소 天上에 계신 조상의 靈魂이 인간세상에서 살아가는 자손들의 생활상을 아무 喜怒愛樂의 感性없이 내려다 보고 있다고 믿는다.
자손이 잘하는 일이나 잘못하고 있는 일을 보고도 책 속의 그림을 보는 심정이기 때문에 기쁜고 슬프고 안타까워하거나 즐거워 할 수 없지만, 어떤 일에 대하여 자손이 하려고 하거나 하지 않으려고 하는 선악의 기로에서 판단을 내리기 곤란하거나, 우리 생활에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을 때에, 선택의 기회를 부여하는 일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조상의 암시에 대하여 무의식 상태에서 모르고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희망이 보이는 아주 좋은 일의 선택이나 실천의 기회를 놓침으로써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시점은 현재이다. 삶은 미래가 아니고 바로 이순간이며, 오늘이야 말로 최상의 날이기 때문에 행복도 먼곳에 있지 않고 오늘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행복도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긴 세월 동안 인류는 많은 건강 비결 지침을 만들어 내 놓았다. 이러한 지침들을 전혀 모르고 젊은 시절 살아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내가 젊은 시절부터 여러 가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어온 투병생활을 기록으로 정리해 보고 싶었다.
남다르게 고비가 많았기 때문이고 그 기막힌 극복의 시련이 이글을 읽는 사람에게 어쩌면 조그마한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있지만 70 고희도 되지 않은 나이에 반드시 투병에 성공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것 닽아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70 나이가 되는 2007년을 전후하여 3~4회 연재 부량이 되기 때문에 올해부터 우선 강양지에 정리해 보고자 한다.
평생 건강을 누리고 살아온 사람도 많으나 갖가지 병마와 싸우면서 고통의 굽이굽이를 넘어온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여기에 나는 거의 죽을 고비라고 말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젊은 연령부터 엮어 보려고 한다. 어려운 시점에 눈에 보이지 않는 조상님의 보살핌이 있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의 鬪病記
1. 1959년 5월에 육군에 입대하여 논산 훈련소에서 전반기 8주 교육을 수료하고 경북 영천에 있는 육군부관학교 인사행정반(EPAC)122기 졸업 후 다시 논산훈련소 본부 관리참모부 심사 분석과에 배치되어 근무하게 되었다.
당시 입대 할 때는 배경이나 돈이 없고, 전방에서는 추운 겨울날 산에 땔 나무 하러 다니는 고생이 말이 아니라고 입대전의 예비 군인에게도 알려져 있던 사실이다. 입대 할 때 출발하면서 어머님의 근심스러운 걱정을 피하기 위하여 몰래 버스를 타는데 어떻게 아식 10리길 비포장 길을 달려 오셔서 버스 창문을 두드리시던 모습이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다.
내 마음속에는 전방 산속에서 나무하러 다니는 군인이 몇 명이나 되느냐? 한혼자만 보내지는 않겠지, 그렇다면 다른 사람도 하는 일을 왜 내가 못하겠느냐, 할 수 있다고 다짐하면서 입대했다.
흙먼지 속으로 사라진 버스 뒤꽁무늬를 보시고 절규하다시피 하신 어머니는 집에 오셔서 맑은 물 한 그릇을 떠 놓으시고 매일 같이 군에 간 자식이 몸 건강하기를 두손모아 빌곤 하셨다. 어머님의 그 축원 때문에 나는 후반기를 특과 중에서도 가장 편하다는 부관병과에 총이나 철모 탄띠는 물론이고 식사당번이나 불침번도 없는 행정요원으로 작업모에 워커만 신고 다녔다.
더구나 계속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향학열을 놓치지 않으려고 육군 중령부터 이등병까지 같은 1학년에 입학하여 공부 할 수 있었던 국립 전북대학교 황화분교가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부대 통근버스(GMC트럭) 몇대로 입학한 군인들을 싣고 가서 90분, 2시간 수업을 마치고 난뒤 다시 싣고 밤10시가 넘어서 귀대 한다는 이 학교에 입학시험을 치루고 얼마되지 않은 10월 어느 토요일 저녁 동료등과 마른 오징어 안주에 소주를 몇 잔 마시고 자는데 새벽녘에 심한복통으로 견딜 수가 없어 총 주번사령실 지프차로 영외 의무대로 후송 되었지만 마침 일요일이라 당직 군의관 1명 분이고 별다른 처치도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날이 밝아 면회 온 동료들이 숟가락으로 긁어 입에 넣어주는 사과즙을 넘기며 계속 토하기만 했다.
당시 가을철로 뇌염이 발생하고 있었고 토하는 증상 때문에 혹시 뇌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진통제 만의 응급처치로 일요일 하루 동안의 의무대에서는 1주일보다 더 걸리는 것 같았다. 24시간이 더 넘은 월요일 오전 병명도 모른채 116육군병원으로 후송되어 검사해본 결과 이미 충수염(맹장)이 터져서 복막념으로 진행되어 급히 수술하지 않느면 안될 형편이라 오후 2시에 수술을 받기 위해 무균수술실 복도에서 팬티만 입고 기다리다가 수술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위생병이 먼저 수술한 환자를 들것에 옮겨 눕는 요령을 잘못한다고 꾸중을 듣는 것을 보고 나중에 나는 꾸중 듣지 않고 잘해야지하는 다짐을 했던 것을 보면 고통에 시달리지는 않게 처치는 되었는가 싶다.
21세의 나이에 평생 처음으로 배를 기른다니 두려움과, 그리나 이과정만은 기필코 겪어야 살 수 있다는 생각이 교차되어 수술대에 눕히기 전에 허리를 최대한 구부려 마취를 시킨 다음 배위를 덮은 가운을 동그랗게 잘라내는 소리가 나더니 핀셋으로 뱃가죽을 찝어 아프냐고 물어 보아서 아프지 않았지만 수술할 때 아플가 봐 더 마취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프다고 하자 발가락을 움직여 보라고 하여 움직여지지 않으니까 아프지 않는데 엄살 부린다는 꾸중을 듣고 수술이 진행 되었는데 전신마취는 아니었나 보아, 얼굴 반쯤까지만 덮어진 가운 밖으로 눈을 치켜 뜨고 보니 마스크를 한 군의관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군의관의 팔꿈치가 위로 올라가는 것이 보일때면 얼마나 아픈치 견딜 수 없어 2간이 넘도록 고함을 지르고 고통을 호소하는데 자기들 까리 "없다, 이상하다 어디 갔지"하는 말도 들리기도 하고 하도 아프다고 고함을 지르니까 고향이 어디냐고 문는게 아닌가. 순간 이 수술은 실패인가 보다 고향집에 연락하기 위하여 묻는가 보다 하는 생각에 고향은 왜 묻느냐고 되물어도 계속 대답이 없더니 "찾았다. 이거다" 하는 말이 들리더니 어디 놈이 엄살이 이렇게 심한지 싶어서 물었다는 대답을 듣고 안도의 기분을 가질 수 있었다.
수술을 마치고 들것에 옮겨 눕는 방법이 위 상체만 먼저 옮기고 하체를 다음으로 군분해서 움적였더니 어디서 해 보았느냐고 위생병의 잘한다는 칭찬도 받았다. 처치실에서 천장만 쳐다보고 링거 주사만 맞으면서 2~3일을 보내는데 얼마나 배가 아픈지 정말 형언 할 수 없는 지옷 같은 시간의 연속이었다.
매장이 터져 온 창자에 농이 묻어 닦아내느라 전부 끄집어 내어 2시간 40분 동안이나 걸린 수술이었으니 창자가 제자리로 찾아 들어가는 고통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농을 다 딲아내지 못하고 수술자국아래 구멍을 뚫어 심을 박아 치료하고 있었다.
간호장교에게 온갖 욕설과 함께 아프지 않는 약만 주면 잠을 잘 수 있을 텐데 잠오는 약만 주니까, 너무 아파서 잠을 못자는 거라면서 신경질을 부리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며칠 후 고통도 좀 수그러진 뒤에 따듯한 물로 세면대야에 수건을 적셔 가슴, 목, 손발 모두 정성스럽게 닦아 주면서 손톱까지 깎아주던 아주 친절한 육군중위 모 가호장교가 지금도 너무 고맙고 누님 같은 생각에 문득 생각이 나기도 한다. 또 마침 입·퇴원과 김석봉 상병이 고등학교 한해 후배인 것을 알고 수술 주선 등 많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고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아직 옆으로 돌아눕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허공에 종이를 들고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안해도 될 것을 누군가가 올라와서 병 뒷바라지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일주일 후 올라오신 아버지께서 시간이 늦어 위병소에서 출입을 저지당하자 밤새도록 밖에서 가끔 죽은 시체로 실려나가는 경우도 묵격하셨다면서 그동안 얼마나 마음 고생이 많으셨을까. 정말 나는 불효막심한 놈이구나 하고 후회해 본들 이미 때는 늦었다. 아버지 오셨을 때는 걸어 다닐 수 있었고 마침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전북 고창출신 김상병이 면회를 와서 전북대학교 시험에 수석으로 합격 되었다는 방송을 그저계 중식 후 사무실로 오다가 정훈참모부에서 스피커로 방송하는 것을 들었노라고 애기해 아버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 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후 퇴원하여 1개월간의 특별 휴가를 받아 집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정성들인 병구완을 해주신 부모님, 동생의 덕분으로 건강한 몸으로 귀대 할 수 있었다.(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