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친회 참여의 회고

고문 이 병 수 (33세손 전서공)

  내가 합천이씨 부산 종친회의 조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1972년 무렵이었다. 그때 연산동에서 한 집에 모시고 살던 나의 부친께서 어느날 "애야 내가 오늘 합천이씨 종친회 모임에 참석하고 왔다"고 하는 것이었다. 때마침 우리 이웃에 지금의 이우상 부회장 부친이신 이원술(2대 회장)님이 살고 계셨는지라, 노인정에서 나의 부친과 만나 종친회 모임에 가자는 제의를 받아 함께 가셨던 모양이었다.

  그 후 나의 부친께서는 고인이 되셨고, 몇 년 지난 1976년 이던가, 선친을 대신하여 내가 참여를 하게 되었다. 1년에 몇 차례 모이지 않았으며, 사람도 10~20명에 부과 하였지만 종친회의 명맥은 이어지고 있었다.
  75년도에 회장이 바뀌어 가구상을 경영하던 贊相 일족께서 3년간 맡았었다. 출중한 이물은 아니었으나, 종친회에 대한 애정은 많은 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81년도에 들어 서면서 소아과의원을 운영하는 壽廣 일족(4대회장)께서 회장직을 맡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참석 회원이 20명 정도에 불과하였으므로, 친목을 돈독히 하기 위하여 가정집으로 돌어거면서 월례회를 하면서도 꾸준히 계속되었다. 일종의 종친 친목회 형식의 운영을 한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계속 회원 발굴에 힘썼다. 이무렵 초창기의 총무를 맡아 수고를 하신 분은 昌大 일족이었다. 그 뒤를 이어 洙玉 일족과 壽烈일족께서 총무를 맡았었다.

  그러다가 1982년 5월 11일 범어사 만포장에서 총회를 개최하여 본회의 명칭을「합천이씨 부산종친회」로 결정하고, 이 때부터 정식 규모를 갖춘 종친회로서 재 출발을 하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운영위원을 선출하여 매월 11일에 월례 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거기에서 모든 운영방침과 행사를 주관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이때부터 우리 종친회는 기틀이 잡혀가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 해인 1983년 보다 많은 종친회원들을 모우기 위하여 당시 이병선 종친이 교장으로 있는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해운대 소재) 대강당을 회의 장소로 빌려 대대적인 총회를 개최함으로써, 약 200명의 종친회원들이 참집하였다.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 성황을 이루었고, 대성공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종친들이 모두 돌아가서 합천이씨 부산종친회의 홍보위원이 되었을 것이니, 우리가 애쓰던 종친 발굴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그 후에도 87년도 까지 이병선 종친의 배려로 4회를 더 거듭하여 매년 총회를 부산기계공고 강당에서 개최하게 됨으로써, 해마다 참석 인원이 증가해 갔으니, 이변선 종친은 우리 합천이씨 종친회 발전에 크게 공헌을 한 분이라 할 수 있다.

  그 후 이변선 교장이 작고 하시매, 자연히 총회 장소가 다른 곳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초량동 흥국생명, 서면 부산투자금융, 초읍동 자유화관, 범일동 통일회관, 부산교육대학, LG종합금융 등등의 강당으로 전전하면서 총회를 개최하게 되었는데, 1993년도 총회시에 종친회지 '江陽'을 창간 배포함으로써 종친회 활성화에 불이 지펴졌다.

 종친회지에 종친 명부를수록하게 되니 더욱 일족의 관심도가 더 한층 높아지고, 종친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이처럼 부산 종친회가 활성화되다 보니, 1983년도에는 합천 시조 묘사를 지내는데 부산종친회에서 出捐하여 시제를 주관해 달라는 요청을 합천화수회로부터 해 옴으로써, 당시 100만원을 들여 제물을 차리고 시제를 주관한 일도 있었다.

  그리고, 초창기에는 종친회 사무실이 없어 애로를 겪는 가운데 昌奎 부회장께서 연산동 소재 건물을 제공하여 사무실 겸 월례회 장소로 시용하기도 하였다. 여기에서 종친회 사무실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浩淳 회장께서 자신의 신축건물인 초읍동 동현빌딩 6층 방한칸을 전세로 임대해 주었는데, 이때에 호순 일족이 700만원, 玉德일족과 萬德일족이 각각500만원씩을 갹출해 도합 1700만원의 기금이 마련된 심이었다. 이 임대 사무실에서 꼬박 10년간 셋방살이를 하면서 명실공히 우리 소유의 종친회 사무실을 마련해 보자는 계획으로 매년 종친회때마다 찬조금을 갹출하여 모은 기금이 적립되어 2001년도에야 그 꿈이 이루어져 범일동 썬오피스텔 12층 방 한칸(20평)을 매입함으로써, 사무실 이전을 하게 되었다.

  그 후 埈煥회장이 취임하고서 사무실 확장의 필요성을 느껴 다시 옆방 하나를 매입하게 되었는데, 이때에도 준환 회장이 앞장을 서고, 몇몇 뜻있는 일족들이 성금 협조를 함으로써 성사가 되었다. 우리 일족 모두의 단합심을 보여준 쾌거였으니, 우리의 자랑이요, 기쁨이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우리가 합심 단결만 하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듯도 하였다.

  이렇게 내가 우리 부산 종친회의 참여 과정을 회고하다가 보니, 마치 우리 종친회의 역사를 조명해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된다. 종친회란 무엇인가? 같은 핏줄을 타고 난 일족들이 모여 친목을 도모하면서 상호 발전을 이룩하고 나아가서는 국가 사회발전에 기여를 해보자는 단체가 아닌가? 그러기에 우리 종친회의 지펴를 숭조, 애족, 돈목으로 삼은 것이 나니던가. 40년 역사를 지닌 합천이씨 부산 종친회의 앞날은 어제 여분에게 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부디 여러분이 우리 부산종친회를 잘 이어받아 계속 발전을 시켜 나가 주기 바란다.

  오늘날 비록 호적이 폐지되고 족보가 소홀시 되는 세상으로 가려하고 있지마는, 지금도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는 족보를 중시하는 층이 있고, 족보를 중시하는 가문들은 계속 名門대접을 받고 있다. 우리는 이점을 결코 소홀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나의 회고가 젊은 층에서 다소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지면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