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가정이 건전한 사회의 기틀

고문 李 炳 壽 (33세손 전서공)

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서 행복되게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런데 나무가 삶을 영위 하기 위해서 토양이 필요하듯, 사람도 삶의 터전이 필요한 것인바, 그 터전은 곧 가정이다. 나쁜 토양에서 나무가 제대로 자라 거목이 될 수 없듯이, 삶의 터전인 가정이 건강하게 바로 되어 있지 않으면, 사람의 삶도 제대로 영위될 수 없고, 따라서 행복된 삶이 이루어 질 수 없다.

 그 터전에서 두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하나는 좋은 토양이요, 또 하나는 수분이다. 토양은 적절한 성분의 양분을 간직하고 있어야 하고, 또 적당한 양의 수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가정에서의 토양은 어떤 양분을 간직하고 있어야 할까? 건강한 가정이 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사랑이라는 토양이다. 사랑은 건전한 가정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가장 귀중한 양분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랑이란 감싸주고, 받아주고, 용서하는 것이며, 부드러움이다. 사랑이 없는 가정은 서로 헐뜯고, 인정하지 않으며, 용서하지 않으므로, 서로가 딱딱한 관계가 되고 만다.

  그렇게 되면 가정이란 터전이 흔들리가 쉽다. 사랑으로 뭉쳐져야 그 가정이 튼튼해 진다. 오늘날 우리 나라 가정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곧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라 하겠다. 양분이 부족한 토양에서 자란 나무는 결코 건강하게 클 수 없듯이, 사랑이 부족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없다.

 또 토양이 보유해야 할 중요한 조건은 수분이다. 수분은 모든 것을 녹여서 한 덩어리로 만들어 준다. 그리하여 거기에 녹아 있는 양분을 나무 중기와 잎사귀로 공급해 주는 것이다. 물은 말하자면 가정의 정서적인 용합을 뜻한다.
  가족끼리는 한 덩어리가 되어 서로 녹아 있어야 그 가정은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다. 사람은 이 가정이란 터전에서 삶의 뿌리를 박고 사는 것이므로, 그 터전이 튼튼해야 거기에서 삶을 누리는 인간들도 튼튼할 수 있다.

Ⅱ. 본 말

  오늘날 우리 나라 가정을 돌아볼 때 뿌리가 없는 가정이 많다. 그래서 삶의 형태가 불안정해져서 청소년들의 가출, 흡연, 음주, 도박 정신장애, 분쟁 등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성도덕의 문란으로 인한 이혼이나 미혼모의 발생, 유아의 유기 등이 늘어 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부작용은 결국 가정을 지탱하고 자가야 할 부부, 즉 아버지 어머니가 자기 역할을 데대로 못하고 있어 가정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전통적 가정에서는 아버지는 가정의 기둥이었다. 경제적으로 가정을 지탱해 주었거니와 정신적으로도 책임을 지고 있었다. 가정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을 섰고, 가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물결에 대항하여 가정을 지켜주는 방파제와 같은 역할 도 하였다. 그리고 가정의 규유을 세우고 그 규율을 실천하는 책임자였다.

  한편, 어머니는 자비를 베풀고 사랑을 생산하고 분배하는 사람이었다. 가족원들의 어려운 문제를 정서적으로 해결해 주고, 위로해 주고, 다독거려 주는 역할을 하였었다. 이러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은 지금도 중시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함으로써 오늘날의 갖가지 비극이 연출되고 있다 할 것이다. 비록 시대가 변하고, 맞벌이 부부의 가정이 늘어났다 하더라도 앞서와 같은 전통적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은 중시되어야 한다. 또 아버지 어머니의 권위는 계속 존중 유지되어야 한다. 다만, 그 권위는 권위를 세우기 위한 권위가 아니라, 가족(자녀)을 감싸 주는 애정이 바탕이 된 권위라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부모의 권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아이들의 가정교육이 올바로 이루어져서 건전한 가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오늘날 우리의 가정 교육의 기능이 옛날에 비하여 매우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텔레비젼과 컴퓨터 등의 과학 문명이 발달된 데서 기인한 바가 크다고 하겠다.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이 잘 하지 못하는 컴퓨터 조작 능력을 가짐으로써 어른들을 존경하지 않는 풍조가 생긴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또 자녀 교육을 지나치게 학교나 학원에만 의존하려는 경향이 생긴 것도 문제이다.

  그러나 부모는 이런 때일수록 손상된 부모의 자녀 교육략을 회복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비록 자녀에게 컴퓨터 조작 능력이 뒤떠러진다 할지라도, 결코 패배감 같은 것을 느낀다거나, 자녀에게 끌려가는 입장이 되어서는 안되고 도와주는 입장에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자녀의 학습력 향상을 도와주는 상담자로서 역할을 성실히 다해 나가면 자녀가 부모의 따뜻한 정에 고마움을 느끼게 되고, 존경심도 생긴다.

 특히 주의하여야 할 것은 자녀의 학과 실력만을 중시한 나머지, 점수 따기에만 신경을 쓰고, 예절 지도나 습관성 지도 등, 도덕성 교육을 소홀시 하여서는 아니된다. 더욱이 공부만 잘하면 여타의 문제에는 눈을 감아 주고, 오냐오냐식으로 들어주는 일은 경계하여야 한다. 인간교육을 소홀시함으로써 홋날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해야하는 일은 겨로 없어야 한다.

  건전한 가정은 건전한 사회의 기틀이 된다. 노늘날 우리 사회에서 '웰빙(Wellbeing)', 즉 '참살이'가 강조되고 있다. 세상에서 누가 참다운 행복된 삶을 위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나 이 세상은 자기 혼자만이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행복도 먼저 가정생활이 행복하고 다음에 사회생활이 행복해야만 완전한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修身齊家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사회가 건전 사회가 되기 위하여는 먼저 건전 가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모두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하겠다.

  건전한 가정 만들기를 위하여는 먼저 밝은 가정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고, 안정감을 주는 가정을 형성해야 할 것이며, 자녀에 대한 올바른 가정겨육에 힘써야 할 것이다.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서도 가정의 밝은 분위기가 중요하고, 가족들이 서로의 인격을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 존중해 주는 데서 가정의 밝은 분위기는 조성되는 것이다. 자녀들에게 있어서 소중한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도 밝고 명랑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부모로서 진정한 행복을 원한다면 자녀를 사항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사랑을 하되, 때로는 따금한 사랑도 있어야 한다. 잘못된 행실에 대하여는 따끔한 벌을 주는 것도 사랑이다. 다만 자신의 잘못을 인식시키고 벌을 주어야만 달게 받아들이게 됨을 잊지 많아야 한다.

  다음엔 가정 교육의 방향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첫째, 가정 교육이 단순히 지능 개발이나 재능교육에만 머물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폭넓은 품성교육이나 도덕교육, 가치관교육이 요청되며, 우리의 전통적 가정교육 중에서도 전승할 가치가 있는 경애, 질서, 화목과 같은 덕목의 교육은 계속 강조되어야 하겠다. 따라서 노인 존경과 부모에 대한 신뢰, 이웃을 사랑하는 정신을 길러주는 데 힘써 나가야 한다.

  둘째, 아이들의 학과 공부에만 치중하지 말고, 기본 생활 습관을 붙여 주는 것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따라서 공부도 억지로가 아닌, 자기 스스로가 계획을 세워 해 나가도록 하고, 친구 사귀기, 건강습관 기르기 등에서도 자율적인 성장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지도하여야 한다. 자녀 교육을 잘하고 있다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고기를 주기보다 고기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라'는 지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해야겠다.

  셋째, 맞벌이 부부의 가정에 있어서는 자칫하면 교육 받지 못한 가정부 등에게 자녀 양육을 맡겨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유아기와 아동기의 경우에는 신중한 고려를 할 필요가 있다. 가정 교육도 이제 전문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으니 믿을 만한 탁아소 등에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넷째, '아이는 부모의 발걸음 보고 배운다'는 말이 있는데, 가정 교육에서는 부모자신이 모범을 보여 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 부모가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고, 존경하고, 협력해 살아가는 모습을 이아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자녀 교육이다. 부모가 일을 처리해 나가는 방법, 태도는 물론, 부모가 인생과 사회에 대해서 갖는 태도나 생각, 다른 사람을 대하는 언행과 태도 그리고 어떤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임하는 태도와 방법, 이런 모든 것들을 보고 듣고 하는 가운데서 은연중에 살아있는 교육을 받게되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의 언행 그것이 바로 아이들에게 교과서가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바르게 살기를 잘 실천하는 부모는 학교에서의 어느 교사보다도 훌륭한 일차적인 교사라 하겠다.

  다섯째, 가정의 자녀 교육에 있어서는 강제성은 배제되어야 한다. 자유롭고, 안도감을 주며, 탐색과 표현이 최대한으로 허용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들ㅇ 바르고 건전하게 또 찬조적을 자라나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섯째, 가정 교육에는 아버지가 좀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일이 중요하다. 요즘, 일반적으로 아이들 교육을 어머니에게 전적으로 맡겨 버리고 등한시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하겠다. 아버지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이는 원만한 자녀 교육이 이루어지기가 어렵다.

Ⅲ. 맺는말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건전한 가정과 건전한 사회가 이룩되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도 결국엔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잘 살수 있는 부조리없는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근본 목표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건전한 사회가 이룩되기 위해서는 사회조직의 기본 단위인 가정이 건전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우리나라 가정이 바로 서지 못하고 흔들거리고 있으며, 심지어는 무너지고 있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건전사회를 바란다면, 먼저 건전가정을 만들어야 하겠는데, 건전한 가정 만들기를 위하여는 가정 교육이 바로 서야 하겠다. 그리하여 위에서 건전한 가정 만들기를 위해 자녀들의 가정교육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언급해 보았다. 바람직한 가정 교육을 위하여는 밝고 안정적인 가정 분위기 조성이 되어야 하고, 지식 교육에만 혈안이 되지 말고 인간성 교육, 도덕성 교육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과 부모가 자신의 언행으로 모밥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종친 여러분들에게 다소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끝을 맺는다. (전 개금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