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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수필의 전망
근래에 와서 단수필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수필동인지 등 문학지를 발간함에 있어서도 단수필 특집란을 마련하는가하면, 원고 모집 시에 미리 희망에 따라 단수필을 한편씩 섞어서 원고 제출을 받아 싣기도 한다. 이 같은 단수필에 대하여 이를 보는 시각은 찬반으로 엇갈린다. 오늘날 젊은 층들이 작은 것, 짧은 것을 선호하게 됨에 따른 자연스러 시대적 산물이라 보고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는 측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수필의 산문성을 무시하고 시를 닮아 가려는 주체성 없는 경거망동이며 수필의 본령을 깨뜨리는 일종의 모독행위라보고 부정적으로보는 측도 있다. 양쪽의 중장에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진다. 수필은 지금까지 200자 원고지 15매 내외를 표준량으로 삼아왔었다. 그러던 게 어느 시기에 와서 시 작품 발표를 위한 '시화전'이나 '시 낭송회'에 수필이 동참을 하면서부터 짧은 수필의 필요성이 요청되었다. 그리하여 시화전에 수필 작품을 줄인 것이나, 작품 중의 핵심 부분을 발췌한 것을 수필화로 곁들여 함께 전시함으로써, 시수필 공동 그림전을 열게 되고, 또 마찬가지로 그러한 수필을 함께 낭송하는 '시수필 합동 낭송회'를 갖게 된 것이다. 한편, 근년에 와서 수필에 그림을 곁들인 隨畵集을 발간 하거나 隨畵展을 개최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단수필이 갑작스레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시수필 합동 그림전'이나 '합동 낭송회'에서 의외로 수필이 시 못지 않게 보고 듣는 이의 반으이 좋아, 오히려 어떤 경우엔 시의 난해한 이미지모다 수필의 유려한 문장과 서사의 반전에 매력을 느낀다는 호의적인 반응이 나옵으로써, 합동 전시나 낭송이 상호 보완의 장점이있음도 발견되어 더욱 용기를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시나 수필이 다 같이 서정성과 서사성을 이울러 지니고 있음으로 하여 두 장을가 서로 손을 맞잡고 합동 작품전이나 낭송회를 갖게 됨으로써, 보다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얻게 된 것이다. 15~20매 수필을 5매 내와의 수필로 쓰는 일은 얼핏 생각하기로는 쉬울 것 같지만, 막상 분량을 줄인 산문으로 주제를 잘 나타내려 하면 글쓰기가 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엉성하다는 느낌을 주기 쉽다. 그만큼 압축과 요약의 기법이 요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압축미와 요약 표현의 기법 유무가 단수필의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짧은 수필 선호자가 증가하였다고 하여 모든 수필이 그렇게 짧아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긴 사연을 지닌 내용은 겨로 단수필로는 써질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단수필은 긴 수필보다 압축된 표현으로 주제를 선명하게 나타내어 독자에게 산뜻한 감동을 줌으로써, 특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니, 이 점을 잘 살려 나가야 하겠다. 수필은 그 소재에 따라 긴 수필이 될 수도 있고 짧은 수필이 될 수도 있는 것이지, 일률적으로 짧은 수필로 쓰려고 하는 발상은 잘못이다. 수필의 소재에 따라 짧게 압축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있고, 그러지 못할 것이 있다. 다만 지금까지 우리가 15~20매짜리 수필을 표준량으로 여겨왔기에 이 관습에 젖아 길이가 그 매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수필로써의 함량미달처럼 생각하기 쉬운데, 먼저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지난날 우리가 서온 수필을 살펴보면, 그 가운데 어던 것은 일정한 분량을 채우기 위해 악지로 집어넣은 것 같은 내용들이 없지 않다. 말하지면, 그 수필의 주제와는 크게 무관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군더더기요, 사족이다. 독자에게 지루한 감을 줄 분이다. 그런 것들은 주제를 선명하게 하는데 오히려 마이너스 역할을 한다. 오늘날 짧은 수필이 요구되는 요인 중의 하나가 이런 데도 있다 하겠다. 만약에 종전의 15매 내외의 수필에서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와는 크게 관계가 없는 내용이 절반 정도 있었다고 하면 그만큼 줄여도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수필의 소재에 따라 5, 6매 정도로는 도저히 주제 표현이 불가능한 것도 있는 것이니 억지로 짧은 수필로 꿰맞추려고 하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그렇다면 단수필의 미래를 어떻게 볼 것인다. 모름지기 모든 문학작품은 결국 읽히기 위하여 서진다고 할진대 수필도 예외일 수는 없다. 독자가 읽어주지 않으면 손해 보는 것은 작가이다. 따라서 독자의 기호를 외면할 수는 없고, 그 입맛에 맞추어 때로는 의미의 압축과 요약 기법을 구사한 짧은 수필의 공급으로 독자의 구미를 듣구어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한 견지에서 단수필은 수필 인구의 증대에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즉 장려되어야 할 측면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장수필이나 단수필은 수필의 한 갈래에 불과하므로 작품에 담길 내용이나 성격에 따라 장수필도 될 수 있고, 단수필도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수필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은 그 길이 여하에 있지 않고,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내용과 표현법 유무에 달려 있음을 알게 되면, 논란의 여지는 사라진다 할 것이니 단수필의 앞날은 밝다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를 정리해 본다. 그러나 앞으로 모든 수필이 짧은 수필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은 수필의 본령을 흔드는 잘못이니 이는 경계되어야 한다. 좋은 수필의 기준은 길이여하에 있지 않고, 그 내용에서 주제가 얼마만큼 선명하고 감을 줄 수 있느냐의 여하에 있다는 것을 이해되도록 해 나가야 할 것이다. 21세기는 수필문학의 전성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독자들에게 많이 읽히는 수필이 쏟아져 나와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단수필은 결코 작고 짧은 것을 선호하는 현대인의 감감에 영합, 아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압축미를 통한 산뜻한 감동을 줌으로써 수필문학의 저변확대를 이룩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본다. (2007. 10.『부산수필문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