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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묘원
死者는 말이 없다. 그러기에 더욱 그를 위해 정성을 쏟아 弔喪의 예를 갖추어 보낸다. 여기에서 생겨난 것이 葬墓文化다. 우리의 장요문화는 많은 변천을 가져오고 있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매장을 하여 분묘를 만드는 것이 대다수 관례였는데, 인구 증가에 따라 묘지로 잠식되는 국토가 매년 여의도 광장의 1.5배가 된다는 통계가 나오고 매장에 따륹 규제가 생기게 되었다. 반면에 화장을 권장하는 시책과 함께 남골당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이를 끄나풀로 살아가는 전문 업체와 사찰까지도 등장하게 되었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 후 납골당의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골분이 부식되어 냄새가 진동하고 벌레가지 생겨 후손들의 상을 찌푸리게 하는 등으로 문제점이 제기되고, 따라서 번창하던 납골당업이 요즘은 불황 상태이다. 이 같은 장묘 문화의 변천 파문은 우리 가문에도 불어왔다. 3년 전 설날 종제들과의 모임에서 지금 산청군 생비량면 도전리 실매동 집현산 기슭의 할머니 묘소 밑에 납골당을 만들기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90여년 전 동아가신 할아버지 묘소에까지도 손을 대어 유골을 단지에 넣어 묘셔다 납골당에 안치할 것까지를 논의 했으나, 거기 있는 비석까지 파 옮겨야 한다는 문에 복창되고, 한편으로는 묘소에 함부로 손을 대었다가 손해수를 보는 수가 있다는 미신적인 경고성 말도 거들고 하여 복잡한 문제가 생겨 이를 안 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이미 묘지에 묻혀 있는 분은 그대로 두고, 앞으로 작고하는 후손들에 한정하기로 하였다. 그러던 차에 2년이 지나 이 계획이 수정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납골당의 문제점 때문이었다. 결국, 우리는 2년 전 경의를 번복하여 납골당 건립을 안 하고 가족 묘원을 조성키로 합의하였다. 사람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섭리이거늘, 매장이든 화장이든, 흙에 묻힘이 순리라는 결론에 도달되어 방침을 바꾼 것이다. 그리하여 가족 묘원 조성공사 예정 업자를 대도하고 현지답사를 하였는데, 입구에 '愚山公後孫墓園'이라는 表石을 세우고, 앞으로 가족 묘지가 될 빈 땅에 현재 서있는 밤나무를 베어내고 주위를 墓園에 걸맞게 조경을 할 것이다. 그리고 가족묘원을 준공하는날, 숙부님 내외분의 유골을 부산 영락공원에서 묘셔와 내 부모님 봉분 옆에 나란히 묻되, 유엔묘지에서처럼 평장에 가깝도록 하고 그 앞에 조그만 비석도 세울 예정이다. 뿌리를 숭상하고 가꾸어 나가는 것이 효행 정신에 통하는 追孝로 믿고, 우리 종형제들은 할아버지의 문집에 나타나 있는 고귀한 선비정신을 본받아 조상을 숭상하고 부모에게 효행하며 친족 간에 돈목하는 가정을 이루어 살아갈 것을 다집하면서 표석을 세우기로 하였다. (비문 참조) 陜川李氏 愚山公 後孫 墓園 配晉陽河氏·全州崔氏를 맞아 3남 3녀를 두었으니 億柱·甲柱·康柱가 세 아들이다. 공의 묘소와 비석은 단성면 묵곡리 산막동에 자리하고 있다. 서기 200x년 월 일 손자 : 炳壽·靑一·炳乾·炳哲 삼가 세움
(2007. 6. 『실상문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