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가요' 와 '동해물과'

   일본 규슈 지방 여행을 하면서 가고시마현에 들러 사꾸라지마(櫻島)를 구경하고 기리시마(霧島)로 가서 해발 1,700미터의 한국악(韓國岳)을 올라보고 내려와 기리시마 신궁을 방문하였다. 이 일대에는 일본의 건국신화를 의도적으로 미화시키기 위한 유적들이 곳곳에 조성되어 있다. 소위 천손광림(天孫光臨:일본 천황은 하늘에서 내려왔다)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로 일본 국가(國歌)의 가사 속에 나오는 '사자레이시'가 널려 있는 곳이 있어 나의 눈을 끌었다. 설명을 위한 빗돌에 새겨져 있는 글을 읽어 보았다.
   '이 돌은 학명을 석회질각쇄암이라 한다. 석회석이 빗물에 용해되어 그 석회분을 마금은 물이 때로는 점착력이 강한 유상체(乳狀體)가 되어 땅속에서 작은 돌을 집결시켜 점차로 커져서 지상으로 나타나 일본 국가에 나오는 千代, 八千代해를 경과하여 잔잔한 돌이 되어 이끼가 끼인다는 것으로 참으로 경하스러운 일이다.…'라 되어있다.
   일본의 국가는 세계에서도 잚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들은 여기에서 긍지를 느낀다고 한다.

   君(임금)의 代는 千代, 八千代로
   잔잔한 돌이 암(바위)만큼 커져서
   이끼가 끼일 때까지

   위와 같은 내용은 임금의 대수가 오래오래 끊기지 않고 누려져 나가기를 기원한 것인데, '잔잔한 돌'이 자라서 바위가 되고 거기에 이끼가 끼일 때까지'로 비유한 것이다.
   여기에서 나는 우리나라의 애국가가 떠올랐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내용은 우리나라가 만세토록 보전되기를 기원한 것인데, '동해물이 마르고 백두산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에 비유한 것이다.
   두 나라의 '국가'를 비교해 보면 각각의 특색이 있다. 일본은 임금대가 오래도록 우려지기를 기원함으로써 군주국가로서의 특색을 나타내었으며, 우리나라는 나라가 오래도록 보존되어 나가기를 기원함으로써 국가의 발전을 소망하는 쪽에 더 무게를 두었다고 하겠다.

   그런데 일본은 이제 군주국가에서 민주국가로 체제 전환이 되었으니 국가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일본은 이를 역사의 유물로 남겨 둘 것인지. (200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