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대를 이어오는 고향 그리기

   4박 5일 일정의 '한일 고대사 탐방'이란 테마 관광을 하면서 일본 규수 남쪽 가고시마에 있는 심수관 도요지를 찾았다. 이곳은 도자기의 대명사로 알려진 사쓰마야끼의 본산지다.

  일본 도자기는 임진왜란 때 우리 기술자가 건너가 전수해 주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도 심수관 도요지가 유명한 것은 14대로 내려오면서 한국 성(姓) 심씨(沈氏)를 그개로 유지해 왔을 뿐 아니라, 수관(壽官)이란 이름조차 1대, 2대, 3대, 14대까지 거의 대대로 답습해 오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정문에 들어서니 '심수관 도요'라는 팻말이 한자로 붙어 있다. 나는 핏줄을 마나는 기분으로 심수관씨를 만났다. 비록 한국말은 잘 하지 못하지만, 옷차림부터서 한국 냄새를 풍겨 정감이 가기에 몇 마디의 대화를 나누었다. 언젠가는 하국에 와서 박정희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막걸리 잔을 이울였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어 이것이 떠올라 더욱 친근감이 느껴진다.

   전체 면적은 수천 평도 넘는 듯한데 우리는 먼저 전시장에 안내 되었다. 여기에는 백자들이 1천 점 넘게 진영돼 있고, 기념 도자기도 판매되고 있다. 전시장 옆에는 400년의 역사적 비밀을 간직한 채 입을 벌리고 누워 있는 가마가 보인다. 또 연구실에서는 심가(沈家)의 후예들이 도자기 연구에 여념이 없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사쓰마야끼의 유래'라는 작은 안내장을 얻을 수 있었으며, 일본의 대문호 시바료타로가 쓴 『고향 잊을 수 없사옵니다』라는 책이 있어 한권 샀다. 이책은 저자가 심수관과 도요지를 탐사하고서 그 유래를 소재로 쓴 내용이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초대 심수관은 정유재란 때 이곳으로 잡혀와 도자기 기술을 전수한 후 후손들이 대대로 집성촌을 이루어 살아왔는데,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주민들로부터 차별대우를 받아가면서 온갖 고초를 겪고 살았다.

   그러나 그들은 동네의 가장 높은 언덕에 한신옥궁(韓神玉宮)이란 제단을 마련해 놓고, 고향 그리움의 정이 문득 일때면 여기와서 참배하고, 발돋움하여 바다 건너 조국을 바라보면서 향수를 달래고 살기를 14대, 4백년을 이어왔으니 이들의 고향 그리기의 정을 어디에 비유할 수 있으랴.

  자신의 뿌리를 알고 가꾸고자 함은 인간의 상정이다. 그들은 이국땅에 끌려와서도 뿌리를 잊지 않고 심씨성을 끝내 버리지 않음은 물론, 수관이란 이름까지 전수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니 참으로 대견하다 싶어 존경심이 인다. (200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