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천국

   3박 4일 태국여행 3일째 되던 날 코끼리를 타보았다. 조종기사가 앞에 타고 그 뒤에 나와 아내는 나란히 앉을 방석에 올라탔다. 약간 불안했으나 코끼리는 말처럼 날뛰지 않고 터벅터벅 발을 옮겨주므로 이내 불안감이 가셔졌다. 코스는 약 20분 거리. 코끼리 탄 기분은 반석 위에 앉은 듯 편안하고 태국 세상이 한 눈에 보이는 듯하다.

   태국에서는 코끼리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산이며 산성시되는 동물이란다. 한 마리 값이 한국 돈 00만원, 1억 원 가는 것도 있다 한다.

   태국은 코끼리 천국이라 할 만큼 코끼리가 대우를 받는다. 특히 출생 시에 흰 코끼리로 태어나면 관습상 왕의 소유가 되어 귀족 코끼로서 특별대우를 받는다. 팔자좋은 사람을 보고 "야, 이희색 코끼리 같은 놈아"란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코끼리 천국이라 할만도 하다.

   이처럼 코끼리가 대접을 받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입헌 군주제 국가이기는 하나, 불교 신자가 90퍼센트이고 왕은 불교 수호의 대표자로서 거의 신격화된 존재이다. 현재 태국의 돈(지폐)에는 지금의 국왕 사진이 찍혀 있는데, 태국 국민들은 지폐의 국왈사진이 구겨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다룰 정도라니,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국왕을 천황으로 신격시 하던 일이 연상된다.

   코끼리를 대접하는 나라이기에 코끼리를 입학시며 훈련하는 학교가 있다. 훈련의 한 방법으로 재미나는 게 있다. 코끼리를 철판 위에 올려 놓고 음악을 들어서 춤을 추게 하는데, 그때 철판을 밑에서 물로 뜨겁게 달구어 놓고 그위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회초리로 때린다고 한다. 그러면 느림보 코끼리지만 부지런히 발을 들어 올려 행동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들이 코끼리학교를 졸업할 적엔 세분류, 즉 머리 좋고 힘도 센 것은 1등급, 어리는 안좋지만 힘은 센 것은 2등급, 머리도 나쁘고 힘도 안 센  것은 3등급으로 각각 판정하여 적소에 배치가 된다. 1등급은 코끼리 쇼장이나 텔레킹장(타는 곳)으로, 2든급은 벌목장 또는 짐나르는 곳으로, 등급은 가만히 서서 구경만 시키면 되는 동물원으로 보내진다는 것이다.

   마치 사람이 학교 졸업시 성적에 따라 취직이나 진학 학교가 정해지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코끼리 천국이므로 사람 아닌 코끼리에게도 교육정책이 잘 개발되어 있다는 생각과 태국의 코끼리 훈련소는 학교로 승격(?)시켜 주어도 무방하겠다는 느낌도 받았다. (2005. 5.『실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