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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키키 해수욕장의 추억
9박 10일의 미국 본토 관광을 마치고 귀로에 하와이에 들러 박 4일의 일정을 가졌다. 버스로 2일간 하와이를 한 바퀴 순회했는데, 군데군데 해수욕장이 있고, 어느 한 곳에 이르니 한국 지도 모양의 마을이 있는데 우리 교포들이 20호 가량 살고 있어 이곳을 그렇게 이름붙였다고 해서 관심을 끌었다. 호놀루루에 머무는 동안 자유 시간을 얻어 유명한 와이키키 해수욕장에서 두 차례 몸을 적셔볼 기회를 가졌다. 세계적 해수욕장이라기에 욕심을 부려본 것이다. 해수욕장의 모래사장 길이는 약 2킬로미터. 해운대 해수욕장보다 약간은 크다고 할 수 있을까. 모래가 자꾸만 유실되어 뉴질랜드에서 6개월마다 모래를 수입하여 보충한다고 한다. 이곳 해수욕장에는 탈의장과 옷 보관소가 보이지 않았다. 휴양지이므로 대개가 인근 숙소에서 바로 해수욕복 차림으로 길거리를 다니는 것이 정상이고, 오히려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이 비정상일 정도다. 옷 보관소는 없었으나, 돗자리는 한 장에 1달러로 빌려준다. 탈의실이 없으므로 옷을 갈아입을 적에는 남들이 보는 데서 갈아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국 땅, 더욱이 해(海)자가 아닌 양(洋)자가 붙은 태평양 바다에 입장료를 내고 몸을 띄었다고 생각하니 으쓱한 감회가 일고, 수영이 더 잘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물이 맑고 풍랑이 심하지 않아 해수욕하기에 안성맞춤의 분위기였다. 그런데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자칮하면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겪을 뻔 했다. 술을 좋아하는 일행 둘이 술 생각이 나서 조금 떨어진 곳, 가게로 가서 시원찮은 영어로 주인에게 술을 사고 싶다고 하였다. 주인이 얼른 알아차리고서 미국의 해수욕장에서 술을 마시다가는 당장 결찰관에게 현행범으로 묵이어 간다고 두팔을 X표로 모아 묶이는 시늉까지 하면서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충고를 받고 돌아온 일행의 말을 전해 듣고 우리는 해수욕장 주변을 유심히 돌아보았다. 관연 어느 한곳에도 술을 마시는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 곳으로 눈을 돌리니 지프차에 경찰관 서너명이 앉아서 감시 카메라까지 들이대고 일대를 감시하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만약 우리가 숙소에서 술을 가져와서 한국처럼 생각하고 술자리를 벌였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그처럼 자유분방하게만 보이던 미국사회에 질서가유지가 될 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미국민의 질서의식이 살아있기 때문이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숙소에 돌아오면서 와이키키와 해운대의 해수욕장을 비교해 보았다. 와이키키해수욕장이 비록 세계적으로 이름나 있다고는 하나, 그것은 숙박, 휴양 시설 면에서 앞서있을 뿐, 천혜의 자연환경이나 규모면에서는 뒤질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들의 합리주의에 바탕한, 질서의식과 준법정신만은 높이 평가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