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가 산자를 지배하는 나라

   이집트 관광에서의 볼거리로는 단연코 피라밋을 꼽는다. 그런데 이번 관광에서 가장 나의 눈을 끌게 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그곳의 공동묘지였다.

   죽은 자의 안식처인 무덤을 만들고 정성들여 관리하는 품습은 우리나라에도 있지마는 이집트인들은 무덤을 소중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성역시 하고 있었다.

   일행은 고대왕의 무덤인 피라밋 셋을 보고, 다음에 평민 무덤의 집단촌을 찾았다. 그 규모가 얼마나 광대한지 자동차로 30분을 달리는 동안 눈앞에 펼쳐진 묘지를 열병을 하는 것 같았다. 수 천 년 전부터 계속 묘지가 만들어졌는데 그 숫자를 파악하지 못할 정도란다.

  여기에서 한가지 신기한 것은 공동묘지 안에  움집을 짓고 사는 사람이 군데군데 있는 것이다. 사자와 생자가 공존을 하고 있다. 무덤 옆의 산자의 집은 6.25전쟁 때의 판잣집보다 못하다. 겨우 사람 몸을 들여 놓을 정도밖에 안 된다. 이런 것을 정부에서 그대로 두고 있느냐고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이 사람들도 투표권을 갖고 있기에 강제 철거를 했다가는 표가 나오지 않으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단다.

   우리나라에도 옛날 효자는 부모상을 당하면 3년간 무덤가에 여막을 짓고 시묘살이를 하는 품습이 있었지만, 이들은 너무도 가난하여 살 곳이 없어 이런 곳에서 기거를 하고 있으며, 정부가 통제를 못하고, 오히려 눈치를 보고 다독거려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무덤 속의 주인공은 죽은 자이지마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지배를 할 수 없고, 오히려 이들(무덤)의 비위를 맞추어 주어야 하는 판이니 죽은 자에 의하여 산자가 지배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이 나라가 '죽은 자가 산자를 지배하는 나라'로 일컬어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이집트에는 산업이 별로 발달되지 못해 관광산업이 70퍼센트 가까이 차지하고 있으니, 말하자면 죽은 조상이 남겨놓은 유적들을 팔아(관광시키고) 그 수입에 의해 생활하고 있으니 죽은 자가 산자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집트는 이와 같은 유적을 가장 소중시 하고 이를 보존 관리하는 일에 남달리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 있으니 이 나라 사람들은 죽은 자의 지배를 받으면서 살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06. 10.)